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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22. 2024

독자와 함께 등산을 가야 합니다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산에 다녀온 이야기를 글로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산에 다녀온 '느낌'을 전하려고만 합니다. 혹은, 산에서 겪은 '근사한' 일만 쓰려고 하지요.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이왕이면 독자들에게 더 생생하고, 독자들이 빠져들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게 낫다는 얘기입니다. 


산에 가면 어떻습니까?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보고 듣는 것들이 있을 테고요. 주변 다른 사람들의 복장이나 표정도 눈에 들어올 겁니다. 하늘, 꽃, 풀, 물, 소리, 공기 등이 다른 곳과는 다르겠지요. 내가 본 것을 독자도 볼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들은 소리를 독자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독자가 나와 똑같이 보고 들었다면, 굳이 나의 느낌을 따로 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테니 말이죠. 공감입니다. 물론, 같은 풍경을 보고 비슷한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독자의 자유입니다. 


산에 다녀온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아닙니다. 독자와 함께 산에 갔다 와야 합니다. 글을 쓸 때는, 내가 쓰는 글 내용이 무엇이든 독자를 곁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가 나와 똑같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작가는 독자에게 멋있고 대단한 뭔가를 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이 경험한 바를 독자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입니다. 슬픈 경험이라면 독자도 눈물을 흘릴 수 있고, 기쁜 경험이라면 독자도 가슴 벅찰 수 있지요. 작가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성취와 성장의 경험을 했다면, 독자도 자신감과 용기와 희망을 품게 되는 겁니다. 


작가가 설명하는 글을 쓰면 독자는 머리로 이해할 뿐입니다. 글 쓰는 사람이 보고 들은 경험을 있는 그대로 쓰면, 독자는 비로소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죠. 어렵습니다. 문장 하나 쓰기도 벅찬데 언제 이런 살아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완성도 높은 글을 쓰는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독자의 마음에 닿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글이 점점 좋아지는 모든 순간이 행복이자 희열입니다.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25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184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우리 작가님들이 쓴 초고 일부를 화면에 띄우고, 그 아래쪽에다 실시간으로 퇴고하면서 동시에 해설을 덧붙입니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최고의 공부 방법입니다. 


아직은 설명하는 형식의 글이 대부분입니다. 글을 많이 써 본 경험이 부족한 탓입니다. 공부하지 않고 그냥 계속 쓰면 나아질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문장수업 통해서 '어떻게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익혀야만 글이 좋아집니다. 글이 좋아지면, 인생도 더불어 좋아집니다.


자신의 성공이나 입신 또는 돈이나 인기를 위해 글과 책을 쓰려는 이가 적지 않은데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글을 쓸 때보다 독자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문장을 공부할 때 훨씨 효과가 컸으며 행복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죠.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글 쓸 때마다 잊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글 쓰는 삶을 응원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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