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를 정한다는 것
책을 쓰고 싶다는 사람들 중에는 주제 정할 만한 게 마땅찮다며 하소연하는 경우 많습니다. 수십 년을 살아왔는데도 쓸 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거지요. 마치 저처럼 감옥에라도 다녀와야 글감이 생기는 거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이런 경우, 예비 작가들께 질문을 던집니다.
학창 시절, 기억 나는 일 있나요?
첫사랑은 언제 누구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또 어떻게 끝이 났습니까?
살면서 가장 힘들었다 싶은 때가 언제입니까?
성취감을 느껴 본 적 있나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있습니까?
지금, 그리운 사람 있나요?
인생에서 가장 후회가 되는 일 또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수시로 던지는 습관 가져야 합니다. 주제나 글감은 그냥 툭툭 떠오르는 게 아닙니다. 최근에 일어난 자극적인 일들만 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인생 모든 순간에 어떤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모든 순간에 또 어떤 감정을 느꼈고요.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했고, 사람 때문에 상처 받은 적도 있고, 성공도 했고, 실패도 했으며, 기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주제 정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뭔가 대단한 걸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고요. 둘째,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을 만한 글을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가지고 있습니다. 셋째, 책 한 권으로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심리도 내재되어 있습니다.
아니라고요? 그럼 그냥 쓰면 되지요. 대단하지 않아도, 남들 시선 의식하지 말고, 그저 내 이야기로 다른 사람 돕겠다는 마음 정도만 가지면, 누구나 어떤 이야기도 쓸 수가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책 쓰는 일이 돈과 부와 성공 따위와 직결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퍼졌는데요. 그런 광고를 하는 사람들 책임이 큽니다. 광고에 혹하며 휘둘린 사람들 책임도 없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니 옳다 그르다 지적할 일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저는 글 쓰는 일을 조금만 차원 높게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당구를 좋아합니다. 학창시절엔 푹 빠졌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틈만 나면 당구를 즐겼습니다. 만약 제가, 당구를 치면서 대회에 나가고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졌더라면 결코 재미를 붙이지 못했을 겁니다. 무슨 일이든 즐겁고 유쾌하게 해야 합니다. 생계와 직결되는 일의 경우에는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겠지만, 글 쓰고 책 출간하는 일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한 길이니까 굳이 압박 받으며 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초등학교 운동회 하던 날, 가족 모두 운동장에 돗자리 깔고 점심 먹었던 기억 있지요? 할머니와 할아버지도요. 두 분 모두 세상 떠나셨겠지요. 보고 싶지 않습니까? 그리운 마음 가득할 겁니다. 얼마나 소중한 이야기입니까. 청군, 백군, 오자미, 달리기, 줄다리기, 차전놀이, 박 터트리기...... 먼지 뿌옇게 일어나는 운동장 한 쪽에는 장난감과 불량식품과 솜사탕 파는 리어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죠. 하늘에는 만국기가 펄럭거렸고요.
인생은 그 자체로 이야기입니다. 기억을 돌이키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허구헌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생각이 멈춰버린 것뿐입니다. 무슨 일이든 정성과 공을,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아름다운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 그거 다 놓치고 무시할 거면 무엇하러 살아가는 건가요.
수요일 밤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61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34기, 1주차" 함께 했습니다. 첫 수업인 만큼, 주제 정하는 방법과 그에 필요한 방식들에 관해 집중 강의했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서는 책을 출간한 작가님들 모시고 출간 기념 저자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내로라하는 기성 작가들과 명사들을 초청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유명하지 않고 대단하지 않은 작가님들이지만, 삶의 이야기만큼은 토니 라빈스 못지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애환과 좌절과 극복과 성취와 불행과 행복의 메시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든 무얼 하든 자신과 자신의 인생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먼저 가져야 합니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 잘난 인생만 자꾸 쳐다보니까 상대적으로 자기 인생이 초라해 보이는 거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이자 드라마이며, 세상 가장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많은 내 삶의 소중한 시간들을 업신여기면, 남은 인생도 별 가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살아왔다는 것은 버티고 견디고 이겨냈다는 증명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