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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09. 2024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고요?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휘둘리는 인생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얼마든지 시간도 되는데,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그 일을 하지 않은 때가 많습니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 공부를 하다가 엄마나 아빠께 잔소리를 들으면 금방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지요. 결혼 후 몸 만들겠다고 운동하다가도 아내와 다투면 기분 팍 상해서 운동 멈추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부탁을 해왔을 때,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에 대한 제 감정에 따라 그 부탁을 들어주기도 들어주지 않기도 했었지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기분 따라 선택했었고, 회사 업무도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게을리할 때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판단하는 데에는 감정이나 기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기꺼이 그 일을 다 해냈더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냈을 텐데도 불구하고, 매 순간 기분이나 감정을 이유로 일을 회피한 적 많았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후회 되기도 합니다. 


신혼 때는 아내와 다투고 나면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제가 끼니를 거르면 아내가 걱정하고 속 상할 거라는 밴댕이 소갈딱지 때문이었습니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밥 굶으면 저만 손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었지요. 


네, 맞습니다.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어떤 일을 하고 말고 하면, 그에 따른 결과는 오롯이 제가 책임져야 합니다. 기분이나 감정은 대부분 일시적입니다. 순간적인 기분 때문에, 찰나의 감정 때문에 장기적인 인생 목표를 흔들며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분노, 두려움, 짜증, 원망, 증오, 질투, 시샘 등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허상입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감정은, 실제로 그 두려움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우리 마음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번지점프대에 서 있으면 두렵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어도 여전히 두렵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의 감정 때문에 나아가야 할 인생 목표에 차질이 생긴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겠습니까. 냉철하게 판단하고, 기분이나 감정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묵묵히 그 일을 해나가는 집요함과 근성이 필요합니다. 


9년째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글을 쓴 지는 11년째이고요. 그런데, 함께 하는 수강생들 중에는 매일 글을 쓰겠다 해놓고도 매 순간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때려치우는' 경우 허다합니다. 나중에 후회할 거란 사실을 뻔히 알기 때문에 안타깝고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어떤 일을 꾸준히 실행하는 데 있어 기분이나 감정이 방해요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부정적인 감정은 타인이나 세상을 향해 있거든요. 나 자신을 위해서 그 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부 다른 요인을 이유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결국 나만 손해입니다.


누구 때문에 기분 나빠서. 세상 때문에 속이 상해서. 이렇게 핑계와 변명을 대는 이유가 혹시 내가 그 일을 하기 싫기 때문은 아닌지 짚어 보아야 합니다. 어떻게든 미루고 접기 위해 기분이나 감정을 이유로 끌고 오는 것이죠. 


"기분 나빠서 때려치웠다!"

제가 읽은 수많은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들 중에서 저런 말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낸 사람들입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하지 않을 거면 아예 시작을 말고, 한 번 시작했다면 천지가 개벽을 해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집념이 필요한 것이죠. 그렇게 끝까지 해냈을 때의 성취감과 승리감은 오롯이 내 몫입니다.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고, 인생을 내 손으로 만들어간다는 짜릿한 쾌감이 되기도 합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매일 매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합니다. 극심한 통증에 앉아 있기조차 힘이 듭니다. 내가 왜 이런 개고생을 해야 하는가. 화가 나고 속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무려 11년째 매일 쓰던 글을 5일간 멈췄습니다. 몸이 아프다는 이유보다는 기분 나쁘고 속상하고 원통하다는 것이 더 큰 이유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결국은 좋아질 것인데. 결국은 다 나아서 건강한 삶을 되찾을 것인데. 그 때 가서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면 얼마나 큰 후회를 할 것인가.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네, 그렇지요. 얼마든지 쓸 수 있었습니다. 


컨디션 좋고 몸 상태 괜찮으면 글 쓰기가 한결 낫겠지요. 기분 좋고 감정 맑으면 그 일을 하기가 훨씬 편안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그런 평온한 때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감정은 늘 파도를 칩니다. 그러니, 딱 글 쓰기 좋은 때에만 글을 쓰겠다 하면 실제로는 몇 줄 쓰지 못하고 접게 될 겁니다. 


무대 위에 서서 수많은 청중을 앞에 두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자신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기분 나쁘고 감정 더러워서 매 순간 포기했다고 말할 겁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계속해서 결국은 끝까지 해냈다고 연설할 겁니까!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고요? 기분 좋고 감정 편안한 날 얼마 되지 않습니다. 기분이나 감정과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분리시키는 지혜와 우직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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