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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09. 2024

격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워~워~



10여년 전, 사업 실패하고 무너진 적 있습니다. 전과자 파산자까지 되었으니 실패도 그런 실패가 없었지요. 그때 제가 주로 했던 생각은 이런 거였습니다. 


              이제 내 인생 끝났다!            

              희망이라곤 한 줌도 없다!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            

              세상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를 외면했다!            

              나는 열심히, 잘못 살았다!            


그러면서 매일 술만 퍼마시고 눈물 쏟으며 낙오자처럼 하루하루 보냈습니다. 큰 실패를 한 사람이 절망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들이 제게 도움 된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두 달 전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감기 몸살 정도로만 여기고 며칠 흘려보냈지요. 그러다 통증이 너무 심하고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습니다. 오랜 시간 잘못된 자세와 건강 챙기지 않은 탓에 척추가 무너졌고, 그 탓에 신경 부종과 염증 쇼크까지 일어나 몸이 엉망이 된 거였습니다. 


통증이 멈추질 않고, 밤잠 설치는 날들이 많아지자 저는 또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이게 뭐야!            

              왜 하필이면 나한테 계속 이런 일만 생겨!            

              죽으라는 거야 뭐야!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신은 대체 어디 있는 거냐! 죽을 때 죽더라도 신 멱살이라도 한 번 잡아 보고 싶다!            


사업에 실패했을 때, 그리고 이번에 극심한 통증을 겪을 때, 저는 어김없이 감정을 격하게 드러냈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그랬을까. 스스로 위로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이든 자신을 망치는 경우에는 변명이 필요없다는 사실이지요. 


날씨가 더우면, 그냥 덥구나 하면 됩니다. 그런데 꼭 "더워 죽겠다!"라고 하지요. 힘들고 피곤하면 좀 쉬면 됩니다. 그런데 꼭 "이놈의 팔자!"라고 합니다. 운전하다 접촉사고가 나면 잘 수습하면 됩니다. 그런데 꼭 "에잇! 재수가 없으려니까!"라고 툴툴거립니다. 


글쓰기 힘들어도 꾸역꾸역 쓰면 됩니다. 그런데 꼭 "난 재능이 없나 봐! 힘들어 죽겠어! 미치겠어! 환장하겠어!"라고 말을 뱉습니다. 지금 비가 내립니다. 그냥 비가 오는구나 하면 될 것을, 꼭 "비가 오고 지랄이야!"라고 말합니다. 


감정은 팩트가 아닙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릅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감정의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살다 보니 이렇게 실패할 때도 있구나. 잘 견뎌서 다시 일어서 보자.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면서 하루하루 보냈어도 얼마든지 되었을 겁니다. 살다 보니 이렇게 아픈 날도 있구나. 죽을병 아니니 병원 치료 잘 받고 운동하면서 몸 관리 해야겠구나.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될 일을, 곧 죽겠다고 난리를 부렸습니다. 


네, 잘 압니다. 사람이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무슨 말을 못하겠습니까. 저는 지금 절망과 좌절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것이 자기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는 뜻이지요. 


악에 받쳐 온갖 험한 소리 내뱉는다 해서 현실이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극단의 표현을 써서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드러낸다 해서 무엇 하나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최악의 표현들은 오히려 무의식에 각인되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덤덤할 수 있어야 하고요.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초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으로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떤 연습이냐. 나쁜 일 생겼을 때는 본능적으로 악한 감정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연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좋은 일 생겼을 때 덤덤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들뜨고 흥분하면 일 망칩니다. 좋다고 방방 뛰면 꼭 실수를 하게 마련이지요. 기쁘고 좋은 일 생기면 주변 다른 사람 힘든 인생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하되 조금만 감정을 가라앉히는 연습을 평소에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상황은 더 나빠집니다. 좋다 싫다 정도까지 마음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격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비가 오고 지랄이야!"가 아니라, "비가 오는구나."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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