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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10. 2024

평가할 만한 실력이 되면

초보작가 버려야 할 습관


초보 작가 중에는 글을 쓰면서 자꾸만 자신의 글을 평가하려는 이가 많습니다.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길을 잃지 않으려고, 주제와 맥락을 분명히 잡기 위해 그런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글을 평가할 만한 실력이 된다면 이미 초보 작가가 아니란 사실이지요. 다시 말해서, 초보 작가는 아직 자신의 글을 평가할 만한 실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채점을 할 만한 실력이라면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는 뜻인데, 그 정도 수준이면 글을 아주 잘 쓰거나 빼어난 문장력을 가진 작가 아니겠습니까. 


글을 쓰면서 자꾸만 자신의 글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습성입니다. 잘 쓰고 싶은 욕심만 앞선 데에서 비롯된 습관이지요. 고쳐야 합니다. 글을 쓸 때는 일단 끝까지 분량을 채우는 데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초고라 부릅니다. 나중에 얼마든지 퇴고할 수 있습니다. 


수시로 평가하면서 쓰면, 그냥 막 쓰는 글보다 나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초보 작가들의 글을 보면, 그냥 막 쓴 글이나 일일이 평가하면서 쓴 글이나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매번 평가를 거듭하면서 쓴 글이 더 못할 때도 많습니다.


무슨 일이든 효율을 따져야 합니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별 성과는 없고, 괜히 골치만 아프고. 쓰는 과정에서 일일이 평가하는 습성은 이런 좋지 않은 결과만 초래합니다.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 쓰고 난 후에, 처음부터 꼼꼼히 읽으면서 평가도 해 보고 수정도 하고 보완도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초고는 '갈겨쓰고', 퇴고는 '정성껏' 하는 것이죠. 완벽주의, 잘 써야 한다는 강박,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은 욕망 등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적어도 초고를 쓸 때는 말이죠.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43명 예비 작가님들과 "책쓰기 정규과정 142기, 2주차" 함께 했습니다. 초보 작가들이 반드시 버려야 할 세 가지 습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쓰면서 동시에 평가하려는 습성'입니다. 


'초보'라는 말은 강력합니다. 연습과 훈련을 무한 반복해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조금 부족하고 어설퍼도 상관없다는 의미입니다. 과감하게 용기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도 된다는 허락이 주어집니다. 한 마디로, 끝내주게 잘 쓰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초보 작가임을 인정하고, 그 특권을 톡톡히 누려 보시길 바랍니다. 무슨 일이든 '초보'는 평생 한 번뿐인 기회입니다. 그런 멋진 기회를 왜 '기성 작가'인 것처럼 포기하고 힘들고 어렵게 쓰려 합니까. 마음 느긋하게 먹고, 세상과 타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글을 쓸 때에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초고와 퇴고. 잘 쓰는 사람은 철저하게 두 단계를 순서 대로 밟습니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은 대충 두 단계를 섞어 빨리 끝내려 합니다. 잊지 마세요! 순서 지키는 사람이 글도 잘 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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