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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10. 2024

이 통증은 선인가 악인가

상황이 의미를 가지려면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옵니다. 잠도 못 잡니다. 누워도 아프고 앉아도 아프고 일어서도 아픕니다. 병원 가서 주사 맞아도 아프고 물리치료 받아도 아프고 시술, 수술 다 받아도 아픕니다. 두 달 동안 저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이제 조금 통증에 적응을 하는 중입니다.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 저의 통증은 '악'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통증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지요. 물론, 견디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미 생긴 병을 당장 어쩌겠습니까. 죽을병 아닌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고, 꾸준히 치료 받으면서 재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고 품는 것이 제일이라 배웠습니다. 마음을 이렇게 바꾸고 나니까, 통증이 무조건 '악'이란 생각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가 내리는 것은 악일까요 선일까요? 길을 가다 무엇에 걸려 넘어졌다면, 그 무엇은 악일까요 선일까요? 무리해서 일을 하다 몸살에 걸렸습니다. 몸살은 악일까요 선일까요? 열심히 공부했으나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낙방은 악일까요 선일까요?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외부 사건들은 그 자체로 악이다 선이다 규정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비가 쏟아진다며 "에잇 씨팔!" 욕을 하는 순간 악이 되는 것이고요. 비가 오니 분위기 좋은 곳에서 미팅을 해야겠다 마음 바꾸면 선이 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외부 사건이나 환경이나 상황 또는 조건, 그리고 타인들. 딱 잘라 악이다 선이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 경계는 오직 내 마음에 달려 있지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악인가 선인가 하는 문제에는 반드시 나의 '반응'이 개입 되어야 합니다. 결국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따라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의미를 갖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이 내게 이로울까요? 단연코 긍정적이고 너그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 낫겠지요. 이런 말을 하면 꼭 치고 들어오는 사람 있습니다. "그게 말처럼 쉽나요!"

제가 언제 쉽다 했습니까. 어려운 문제니까 이렇게 글로 쓰고 같이 노력해 보자 말하는 것이지요. 가만히 보면, 무슨 말을 하든 그게 쉽냐고 따지는 사람들은 딱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습관이란 말입니다. 뭐만 하자 하면 무조건 쉽지 않다고 딴지를 거는 습관이죠.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노력해야 합니다. 쉽지 않다고 해서 그냥 되는 대로 무작위 반응을 보이면서 인생을 시궁창으로 몰고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시련과 고난에 처할 때마다,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나와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잠시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 가지면, 인생은 한결 좋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지금 이 통증은 선인가 악인가. 마음 같아서는 그냥 최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통증을 최악이라고 백 번 말한다 해서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요. 오히려 더 아프기만 할 겁니다. 더 서럽기만 할 테지요.

선으로 인정합니다. 지난 10년간 잘못된 자세로 글을 써왔고, 수면시간도 극단으로 몰고 간 탓에 몸에 무리가 온 겁니다. 나이 더 들기 전에 이제라도 적신호 와서 다행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세 바로 잡고 척추 교정하고 생활습관 바꾸어서 남은 인생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면, 그건 참말로 선이 되겠지요.

지난 삶에서 제가 겪은 모든 고난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간 지난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지요. 이번 통증도 다르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이유에는 의미와 가치도 있을 테고요. 잘 이겨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