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장이 Jul 17. 2024

글쓰기, 삶을 보여주는 일

있는 그대로


책 제목에 '긍정'이라는 단어를 넣고, 온통 긍정에 관한 이야기로 그 내용을 다 채운 작가는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철면피가 아닌 이상, 사기꾼이 아닌 이상, 자신이 출간한 책 내용에 위배되는 삶을 살아가기는 힘든 것이죠. 


책 제목에 '인내'라는 단어를 쓰고, 마흔 편 이상 글에다 참고 견디는 내용을 채운 작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들에게 참고 견디고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놓고 작가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겠지요. 


글을 썼다 해서 글 내용처럼 살아갈 수 있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한두 편 쓴다 해서 당장 인생이 글처럼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40~50편 글을 써야 하고, 전혀 다른 삶을 살면서 책에다 거짓을 쓰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고자 하는 초보 작가들은 주제를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고심하는데요. 특별하고 대단한 주제를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제로 삼는 것이 마땅합니다. 원고지 800~1,000매 분량의 글을 삶이 아닌 다른 내용으로 쓸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쓰는 것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첫째,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별 것 아니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둘째, 과거 상처와 아픔 따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기가 탐탁잖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셋째, 뭔가 그럴 듯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자신의 삶에는 그럴 듯한 파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글쓰기는 삶을 보여주는 행위입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지식이나 정보를 담는다 해도 결국 자기 삶이랑 연결될 수밖에 없고요. 독자들에게 근사한 메시지를 전한다 하더라도 삶이 빠지면 신뢰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여덟 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저도 잘 쓰고 싶은 욕심 있고, 또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는 멋진 책 출간하고 싶은 욕망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내용의 책을 쓰고 싶어도 제 삶의 이야기를 떠나서는 한 줄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매일 글을 쓰니까 글쓰기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매일 책을 읽으니까 독서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매일 좌절과 절망을 반복하면서도 내 삶이 최고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기에, 매일 아프고 힘들면서도 이것이 비단 고통만은 아닐 거란 생각을 했기에 그런 내용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주제 정하기가 막막한가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삶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이야기는 삶 속에 있습니다. 메시지는 인생 안에 있습니다. 스마트폰 세상이고 SNS 시대이다 보니, 다른 사람 인생에 관심 많고 타인의 삶을 쳐다보는 시간이 많아졌지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에게 관심 갖고 집중하는 습관을 가지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좋은 측면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나쁜 측면은 감추려고 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세상 누가 자신의 수치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싶겠습니까. 그러다보니, 겉으로 보여줄 만한 이야기만 쓰려고 찾게 되고, 실제로 좋은 면과 나쁜 면을 고루 갖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쓰기가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죠.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좋은 면만 드러내는 행위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삶을 보여주는 과정이지요. 저도 처음에는 저의 좋은 점들만 책에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쓰다 보니 자꾸만 머리를 쥐어짜게 되고 가식과 거짓과 위선으로 글을 쓰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있는 그대로 다 쓰자! 글 쓰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었고, 분량 채우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무엇보다 점점 당당해지고 자신감 충만해졌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잘못도 있고 실수도 있게 마련이지요. 그걸 탓하자는 게 아닙니다. 살다 보니 그런 일도 겪었다. 그냥 다 쓰는 거지요. 


세상에 실수 하지 않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잘못 하나 저지르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나는 '완벽히 잘난 존재'가 아니라 독자 당신과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글로써 전하는 것이죠. 독자들은 이런 사실에 공감하고 연민 느끼고 박수를 보내는 겁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이지 포장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인생에는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고, 오히려 안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깁니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결국은 극복이며 저력이죠.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글감으로 충분하다는 말입니다. 


있는 그대로 쓰다 보니, 지금 제가 겪고 있는 극심한 통증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얘기도 썼고, 그럼에도 꼭 이겨낼 거라는 다짐도 썼고, 몸이 힘드니 마음도 불편하다는 내용도 그대로 다 썼습니다. 아픔을 겪는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더 힘을 내야겠다는 각오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얘기 나쁜 얘기 다 쓰는 거지요. 


당신은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작가의 이전글 작가가 되는 것은 모든 것을 바꾸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