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노리지 마라

있는 그대로, 괜찮은 인생

by 글장이


눈물을 노린 연기는 슬프지 않습니다. 억지로 웃기려 하는 코미디는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의 절규는 그 자체로 슬픔이자 고통입니다. 유쾌한 마음으로 던진 한 마디는 저절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글처럼' 쓰려고 하면 최악의 글이 나옵니다. 부족한 독서량과 엉성한 작가 코스프레가 초등학생 그림일기보다 못한 글을 만드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써야 하느냐? 덤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가가 슬프다고 해서 '엄청나게 슬프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강조하면 독자의 눈물은 바싹 말라버립니다. 작가가 웃기는 상황을 겪었다 해서 처음부터 웃기려고 작정을 하면 독자의 표정은 굳어버립니다.


슬픈 이야기도, 웃긴 이야기도, 작가는 그저 덤덤하게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감옥에 앉아 맨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름 쓰기의 기준을 잡고 있었지요. 다양한 글쓰기 책에서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쓰라는 말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두 줄만 써도 눈물이 터지는 겁니다. 잘 나가던 제가 한 순간에 무너져 교도소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처참하고,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후회와 절망만 가득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그나마 참을 만했는데, 글만 쓰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겁니다. 잘 쓰든 못 쓰든 일단 뭐라도 써야 글이 좀 될 텐데, 이건 뭐 몇 줄만 써도 감정이 북받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했지만 몇 날 며칠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글 쓰는 걸 포기하는 게 낫겠다 싶었지요.


고난과 역경을 겪은 사람들의 책을 읽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신영복 선생, 리즈 머리, 조앤 롤링, 헬렌 켈러, 스티븐 호킹, 헤르만 헤세, 서머싯 몸 등 수도 없이 많은 '작가'들이 저보다 더한 시련을 썼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을까? 나보다 의지가 강한 때문일까? 작가의 재능을 타고난 탓일까?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지요. 작가는 자신이 우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를 울게 만드는 사람이란 사실을요. 작가는 자신이 웃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를 웃게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의 가슴을 움직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고통과 시련에서 한 걸음 물러나 타인의 고통과 시련을 어루만져주는 존재였습니다. 작가가 생각보다 훨씬 큰 존재란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평생 글 쓰면서 살겠다 결심을 했습니다.


근사한 글을 써서 독자의 사랑을 받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시작하는 사람 많습니다. 감동을 주겠다 작정하고 쓰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멋진 문장을 써서 사람들로부터 '좋아요'를 많이 받고 싶다는 바람으로 글 쓰는 사람 셀 수가 없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 팔리는 작가가 되겠다, 작가 되어서 인생 역전하겠다, 이런 생각을 태연하게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본질을 놓치면 곡해되고 어긋나기 십상입니다. 글 쓰는 사람의 본질은 타인을 돕는 겁니다. 공감 받을 수 있는 글, 마음을 움직이는 글, 그래서 변화하고 실행하게 만들 수 있는 글. 우리는 이런 글을 써야 합니다. 그것이 작가의 책무입니다.


어머니가 퇴원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쁘고 가슴 벅찬지 모르겠다......라고 쓰는 것도 괜찮습니다만, 이왕이면 이렇게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침상 아래로 두 다리가 힘없이 늘어진다. 간신히 일어나 보행기를 잡은 앙상한 두 팔이 부들거린다. 주사 바늘을 꽂았던 자리에 시커먼 멍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휠체어에 앉는다. 뒷머리가 눌려 더 초췌해 보인다. 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신다. "집에 가는구나."


보이는대로, 들리는대로, 심장이 뛰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쓰는 글이야말로 진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러니 글을 쓰려는 사람은 유심히 보려 하고 잘 들으려 하고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것이죠. 살아 움직이는 글은 언제나 진실과 팩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어쩌면 글을 쓰기가 조금은 수월해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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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글을 쓰다 보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세상과 사람과 상황이, 있는 그대로 최선임을 알게 될 때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치유의 글쓰기란 이런 의미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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