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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주적은 생활이다

틈틈이, 조금씩, 매일

by 글장이


시간 남아돌아서 글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돈과 생계 등 밀려오는 압박 속에 틈틈이 글을 쓰는 겁니다.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 온다면, 온전히 글쓰기를 즐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직은 먹고 살아야 할 문제들과 다른 해야 할 일들에 치여 글만 쓰면서 사는 건 꿈에 불과할 지경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읽은 책에서 만난 작가들 중에도 시간 많아서 글 썼다는 사람은 본 적 없습니다. 초보 작가들 중에는 거장 중 일부가 시간이 아주 많았다는 사실을 부러워하는 경우 있는데요. 다른 사람 사는 거 보면 시간 남아도는 것 같지만, 입장 바꿔 보면 또 나름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 세상입니다. 굳이 노트북 열지 않고서도 생활 곳곳에서 글을 쓸 수 있지요. 환경이나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글을 쓰겠다는 의지 여부입니다. 생각 나는 대로 몇 줄씩 정리하고, 나중에 잇고 살 붙여 한 편의 글을 만들어도 되고요. 틈 날 때마다 조금씩 써서 한 편을 완성해도 됩니다.


기차나 버스로 지방 이동해야 할 때가 잦습니다. KTX나 SRT는 글 쓰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안락하고, 또 노트북 거치할 간이 테이블까지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버스는 흔들리는 정도가 심해서 오타가 자주 생기지만, 그래도 마음 여유 갖고 천천히 쓰면 제법 분량 채울 만합니다.


약속 장소에 미리 나가 카페에 자리잡고 30분 정도 글을 쓸 수도 있고, 출근을 좀 일찍 하거나 퇴근을 조금 미루어도 틈새 시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글을 써야 하나 싶겠지만, 따로 시간 내서 글 쓰겠다 하면 좀체 여가를 만들기가 힘드니까 말이죠.


일상 속에 틈을 만들든, 주말에 몰아서 쓰든, 방법이야 작가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합니다. 시간을 핑계로 미루고 재고 벼른다면 결코 충분한 때를 만나지 못할 거란 뜻입니다.


틈새시간을 활용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제가 하는 얘기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려면 집중해야 하는데, 30분 정도 가지고 어떻게 글을 쓰느냐. 뭐 이런 식이죠.


글을 자주 쓰다 보면, 30분 아니라 15분만에라도 몇 줄 쓸 수 있습니다. 생각을 즉시 글로 쓰기 때문에 부족하고 모자란 점 많겠지만, 어차피 나중에 퇴고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큰 문제 되지 않습니다.


아무때나 수시로 글을 쓰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적어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절실하다면 머리맡에 노트북 두고 자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글쓰기/책쓰기에 별 애착 없이 그냥 작가나 한 번 되어 볼까 정도라면 되는 대로 미루고 벼르며 세월 보내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글쓰기의 주적은 생활입니다. 전업작가가 아닌 이상, 글쓰기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겠지요. 돈도 벌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봐야 하고, 사람도 만나야 합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지쳐 쓰러질 지경이지요.


다들 그런 상황에서 글 씁니다. 컨디션 좋고, 아무 근심 없고, 돈 많고, 집중 잘 되는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되겠습니까. 그런 날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뭐 좀 해 보려고 하면, 꼭 심기를 건드리는 사람 나타납니다. 일이 꼬이기도 하고요. 어디가 아프기도 하지요. 무슨 일이든 새로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꼭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이유와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아무 일도 못합니다. 일단 시작하고, 그냥 계속하고, 한 번이라도 끝을 맺어 봐야 합니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는 존재란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나면 자신감과 자존감 키울 수 있습니다.


수감생활을 했을 적에, 하루 30분 운동시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작 30분밖에 바깥 공기를 쐴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었지요. 겨우 30분 동안 무슨 운동을 할 수 있겠나 싶었습니다. 두 달쯤 지난 후부터 그 30분이 저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건강 잘 챙겨서 출소할 수 있었고요.


이후로 저는, 무슨 일이든 30분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에 시간을 얼마나 낼 수 있는가 하는 게 아니고요. 하루 얼마가 되었든 "매일" 지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고작 30분만에 무슨 글을 쓸 수 있겠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30분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열흘이 되면 얼마든지 분량을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시간이 엄청나게 많으면 그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시간 많으면 다른 일 하기 바쁩니다. 빠듯한 일상 속에서 틈새시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밀도 높은 하루 만드는 비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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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월요일부터, 다음 달부터, 내년부터. 이렇게 미루는 것도 습관입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미룰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한 번 두 번 미루다가는 결국 시작도 못한 채 세월만 보내게 되거든요.


꿈과 목표가 있다면,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아직 24년이 4개월 가까이 남았습니다. 연말까지 누적량으로 뭔가를 이루고 나면, 전혀 다른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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