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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다, 나의 세상이다

글쓰기로 다시 사는 인생

by 글장이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면서, 내가 글 쓰는 걸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쓰지 않았더라면 모른 채 살았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상처와 아픔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 모든 순간들 덕분에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상처와 아픔이 더 이상 상처와 아픔이 아닐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때, 대답할 수 있는 말이 고작 이름이나 직업뿐이란 사실에 허탈했습니다. 수십 년 살아왔는데,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글을 쓰면 나에게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글을 쓰면 과거에 일어난 모든 사건들이 내게 어떤 경험인지 깨닫게 됩니다. 글을 쓰면 주변 모든 사람과 사물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지 새기게 됩니다. 글을 쓰면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세상은 어떤 곳인지 알게 됩니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존경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똑똑하고 실수 없는 존재라 여겼지요. 어른이 되고 나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당신들도 실수를 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고, 고집을 부리고, 욕심을 내고, 변명과 핑계를 댄다는 사실에 실망했습니다.


글 쓰면서 알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나와 똑같은 불완전한 존재란 사실을요. 부족하고 모자란 힘과 재주로 나를 키우셨던 겁니다. 완벽한 존재라서 편히 살아온 게 아니라, 불완전하고 유약하고 흔들리면서 혼신을 다해 살아냈던 거지요.


부모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두 분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저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내어주는 사람을 '부모'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함께 말이죠.


어른이 되면, 자신이 꽤 많은 인생 진리를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 살아가는 경우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정도만으로 남은 인생 살아가는데 부족함 없을 줄 알았습니다.


사업 실패 후 인생 박살 나고 두 번째 삶을 만나 책 읽고 글 쓰면서, 몰라도 너무 모른 채 살고 있었구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울 것이 천지고, 그래서 건방 떨면서 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이 모든 것들을 글 쓰면서 배웠습니다. 나를 알아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일단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춰야 뭐라도 배울 수 있는 거구나.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매일 공부하고 연습하고 훈련하는 사람들은 완벽보다 더 훌륭한 상태에 이르는 존재들이구나.


글 쓰면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 중 가장 큰 게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존재 가치라고 답할 수 있겠습니다.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던 제가, 글 쓰고 책 내면서 아직 제게 많은 것이 남아 있고 그것으로 다른 사람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덕분에 다시 살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타인을 도울 만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요. 스스로 업신여기고, 자기 삶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별 볼 일 없는 인생이라 치부하는 탓에 다만 쓰지 않을 뿐입니다.


스무 번 가까이 자살 시도를 하면서 삶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도 불행도 그저 하나의 경험에 불과하고, 인생은 그런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 돕는 과정에서 가치를 찾는 여행이란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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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넘치도록 많은 축하를 받고 있습니다. 살아내서 다행이고, 살아갈 수 있어 다행입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오늘부터 다시 삶을 만들어갑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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