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글을 썼다
첫 번째 책을 출간했을 때, 멘탈 훅 떨어지는 서평과 댓글 많이 받았습니다. 전과자 파산자가 쓴 책이야 보지 않아도 뻔하다, 또 사기치는 거냐, 개나 소나 책 쓴다고 난리다, 글쓰기 책인데 방법은 없고 이야기뿐이다,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난생 처음 쓴 책입니다. 게다가, 당시 저는 막노동을 하고 있었지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는데 온통 부정적인 평가로 도배가 되다 보니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었죠. 좌절하고 절망했습니다.
가끔은 너무 화가 나서, '나쁜 말'을 써놓은 사람을 직접 찾아가 따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논리 정연하게 따박따박 반론을 펼쳐 답글을 달기도 했지만, 상대는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더 울화통이 터졌지요.
첫 번째 책에 대한 독자들의 혹평을 받으면서 저는 제가 글 쓰는 재주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는 기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란 희망은 일찌감치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혹평을 남긴 독자에게 달려드는 건 아무 소용없는 짓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출간 이후 새벽에 인력시장 나가는 발걸음은 무거웠습니다. 날씨는 더 추웠고, 일은 더 힘들었지요. 이제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한가닥 남은 희망마저 꺾여버린 실패자는 지금 생각해 봐도 불쌍했습니다.
그렇게 박살난(?) 채로, 제가 매일 반복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글쓰기였습니다.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니,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저의 첫 번째 책은 그닥 많이 팔리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몇몇 독자들의 혹평으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앞으로 평생 독자들의 혹평을 받는다 하더라도 저는 펜을 놓을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독자 평가는 결과입니다. 저는 쓰는 동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고요. 작가는 결과와 씨름하는 사람이 아니라 과정에 집중하는 존재입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그들이 저로 하여금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을 하든, 저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며칠 지나니까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군요. 세상이 나를 쓰러뜨리려 하는데도 끄떡없는 제가 뿌듯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책을 쓰고자 하는 초보 작가들이 자주 묻습니다. 잘 못 쓰면 어쩌나요? 사람들이 뭐라 하면 어쩌나요? 두렵고 혼란스럽고 걱정이 된다고 말이죠. 그런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냥 쓰세요. 뭐 언제부터 다른 사람 눈치를 그렇게 보고 살았습니까. 지금까지 '그냥' 살아왔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쭈욱 '그냥' 살아갑시다.
학교도 그냥 다녔고, 직장도 그냥 다니고, 일도 그냥 하고, 가정생활도 그냥 하면서, 왜 꼭 글쓰기 얘기만 나오면 베스트셀러와 독자 평가를 운운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혹시 이것도 습관 아닐까요.
두 번째 책을 썼습니다. 세 번째 책도 썼고요. 지금까지 여덟 권 책을 냈습니다. 현재 아홉 번째 책 퇴고 마무리중입니다. 그 사이에 제게는 꽤 많은 독자가 생겼습니다. 여전히 저를 비난하는 독자도 있고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저는 저를 응원하는 독자만 생각하며 글 씁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감동이고, 가슴 벅찹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죽을 때까지 글 쓸 수 있습니다.
독자로부터 비난 받을 때, 작가로서 가장 마땅한 태도는 글을 쓰는 겁니다. 독자 비난에 움찔해서 펜을 놓는 행위야말로 독자를 향한 예의가 아니죠. 채찍 좀 맞았다고 달리기를 멈추면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네, 물론 기분 썩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어쩔 수 없이 타인의 평가를 먹고 사는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평가에 일일이 흔들리며 중심 못 잡고 휘청일 것인가, 아니면 누가 뭐래도 신념과 열정 갖고 묵묵히 나아갈 것인가 하는 거겠죠.
글 잘 쓰는 작가도 좋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작가도 괜찮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좋겠지만, 매일 글 쓰는 작가가 저는 더 좋습니다. 작가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떤 작가가 되느냐 하는 겁니다.
글 쓰는 걸 참 좋아하던 작가였는데. 저는 사람들이 저를 이렇게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내 평생 원 없이 글 썼다. 저도 삶의 끝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고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 책쓰기 무료특강 : 9/27(금) 오전&야간
- 신청서 : https://forms.gle/5xva13s33vuQbGDi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