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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말로 글 쓰는 연습하기

말하는 대로 쓰고 고치고 다듬는다

by 글장이



어제 친구랑 술 마셨는데요. 김철수라고 왜 지난 번에 제가 한 번 말씀드린 적 있지요? 초등학교 동창인데 사업해가지고 돈 많이 벌었다고. 강남에서 학원 하는데, 입만 뗐다 하면 돈 자랑 말도 못했거든요. 근데 그 친구 사업 망했다네요.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암튼 좀 힘든가 봐요.


김철수. 한 때 강남에서 학원 사업으로 돈 꽤나 번 친구다. 돈 자랑을 워낙 많이 해서 다른 친구들이 만나길 꺼린다. 어제 우연히 길에서 만나 술 한 잔 나누었다. "은대야, 나 사업 망했다." 갑자기 눈물까지 쏟아내며 하소연을 하는 친구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그에게도 예외 없이 힘든 시간이 왔나 보다.


첫 번째 글은 저의 실제 말투와 똑같습니다. 이른바 '입말'이라 해서, 평소 말하는 대로 글을 쓰는 것이죠. 두 번째 글은 '입말'을 '글말'로 바꾼 형태입니다. 말을 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제하고 수정하고 보완한 겁니다.


글 쓰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은 많아도 수다 떠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종일 한 줄도 쓰지 않는 사람은 많지만, 말 한 마디 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지요. 말하는 게 글 쓰는 것보다 쉽다는 뜻입니다.


글 쓰는 게 어렵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그냥 말하는 대로 일단 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땅한 어휘나 문법, 문장력, 구성 따위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지금 눈앞에 친구 있다고 가정하고 무슨 말이든 그대로 써 보는 겁니다.


이렇게 쓰면 첫째,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 쓰다 보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가 주제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셋째, 일단 쓰게 되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말과 글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 있습니다. 입말로 글을 써서는 안 된다고까지 강조합니다. 네, 말과 글이 다르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입말로 글을 써도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게 아니지요. 먼저 입말로 쓰고, 나중에 글말로 바꿀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겁니다.


입말로 글을 쓸 때의 주의할 점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첫째, 추후에 반드시 글말로 바꾸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많은 초보 작가가 '고치고 다듬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꺼려 합니다. 지난하고 힘들고 재미 없으니까요. 그러나, 글이라는 게 원래 수정하는 작업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것이지요.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둘째, 입말로 글을 쓸 때는 상대가 있어야 합니다. 친구나 지인 등 한 명을 정해서 자기 앞에 투명인간으로 앉히는 것이죠. 실제로 상대에게 말하듯이 글을 써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투리, 욕설, 억양, 은어, 비어 등 일단은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 그대로 옮겨 적어야 합니다. 글을 쓸 때 최악의 태도는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이지요. 아직 초고이고, 아무도 읽을 사람 없는데도 스스로 눈치를 보며 그럴 듯한 말로 바꿔 쓰는 경우 많은데요. 그렇게 쓰면 글쓰기 재미 하나도 없습니다. 글이 좋아질 가능성도 없고요.


먼저 입말로 쓰고, 나중에 글말로 고쳐쓰는 작업을 통해 글 쓰는 재미도 들이고 분량도 채우고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처음부터 '글처럼' 쓰기를 고집하는 이가 많은데요. 이유가 뭘까요?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번거롭고 귀찮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글은 퇴고에서 완성됩니다. 퇴고야말로 글쓰기의 전부이자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보 작가 중에 퇴고 싫어하는 사람 많습니다. 제가 안내하는 퇴고 작업을 하기 싫어서 몰래 혼자 출판사에 투고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어떻게든 책 한 권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 저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글 쓰고 책 내는 이유는 독자를 위함입니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데도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보고, 독자보다는 자신의 출간 이력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활용하여 평소 말하는 걸 그대로 녹음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유용한 앱이 많지요. 녹음된 내용을 텍스트로 바꾸고, 글 보면서 하나씩 수정하면 얼마든지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지요.


무슨 일이든 실력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필요합니다. 글쓰기에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할 지점은 단연코 퇴고입니다. 즉, 초고를 쓰는 동안 에너지 낭비할 필요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퇴고가 힘들고 어렵긴 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글 쓰기가 어렵고 힘들어 포기하겠다는 사람들조차 매일 말은 많이 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예 글을 쓴다 생각지 말고 말을 종이에 옮긴다 생각하는 겁니다. 일단 종이 위에 글이 빼곡하기만 하면 퇴고가 가능합니다. 초고 쓰기도 전부터 힘들다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먼저 초고라도 입말로 가득 채우고 난 후에 퇴고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태도가 초보 작가에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한 뒤, 관련된 내용을 중얼중얼 말로 뱉아 봅니다. 그걸 그대로 종이에 적는 거지요.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알게 됩니다. 정리하고 다듬으면 한 편의 글이 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수업 명함 신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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