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오래 전,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는 갚지 못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업 무너졌을 때 벌어진 일이지요.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생각에 무분별하게 돈을 빌렸고, 그 과정에서 저는 몰락했던 겁니다. 해당 지인도 그때 돈 빌렸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제가 돈을 갚지 못하자, 몇 차례 독촉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한테서 돈을 받지 못하니 속에 천불이 났던 모양입니다. 여기 저기 우리 둘 다 아는 사람들한테 죄다 전화를 해서 "이은대가 돈을 빌려가더니 갚지 않는다!"는 말을 떠벌린 것이지요.
애초부터 소문을 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혼자서 분을 삭이지 못해 아무라도 붙잡고 얘기를 했을 겁니다. 다행이 그 지인의 돈은 오래지 않아 갚을 수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저에 대한 소문보다 그 지인에 대한 평이 훨씬 안 좋게 났다는 사실이지요.
당사자와의 문제는 당사자와 풀어야 합니다. 뒤에서 다른 사람 붙잡고 온갖 험담 퍼붓고, 입에 담지도 못할 욕과 비난을 해버리고, 같지도 않은 협박을 해대면, 그것은 결국 자신을 버러지로 만드는 행위가 되어버립니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한테 하면 득이 될 게 뭐가 있을까요? 속이 좀 시원해집니까? 그렇다고 당장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 지인은 괜히 오만 데다 제 흉을 보고 험담을 하는 바람에 주변 모든 사람이 멀리 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례처럼, 누군가 명확한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는 그나마 낫습니다. 주변을 보면, 자신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으면서 남 잘 되는 꼴이 보기 싫어서 속이 꼬이는 사람도 많거든요. 자기 흠은 보지 못한 채, 마치 자신만 세상 정의를 지키는 듯 올곧은 사람 흉내를 내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의 팬도 아니고, 열렬한 독자도 아닙니다. 이번에 노벨 문학상 받았다는 소식도 그저 대단하구나 정도로 그쳤지요. 그런데, 이후에 한강 작가의 태도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컸습니다.
한화로 약 1억 4천만 원에 해당하는 상금을 모두 독도 수호를 위해 기부했다고 하네요. 기자 회견과 각종 인터뷰도 거절했는데, 그 이유가 우크라이나와 팔레인스타인 전쟁 사태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 잃는 판에 잔치 분위기 열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때문이라 합니다.
누구는 나라 위해 기부도 하고, 다른 나라 전쟁으로 죽어가는 귀한 목숨 생각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가리는데, 나는 뭐 하나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부끄럽고 나 자신에게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2년 전에 제 수업에 등록했다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환불 요청을 한 사람 있었습니다. 이미 수업도 듣고 자료도 받았고 제목과 목차도 다 받은 후라서 환불 가능한 상황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불가하다고 거절했습니다만, 온갖 시시콜콜한 이유 다 대길래 그냥 돌려주고 말았거든요.
오늘 오전에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시 등록하고 싶다고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2년 전에 등록했던 비용만 내면 안 되냐고 하네요.
당시 환불 요청으로 저와 다투는 사이,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죄다 전화해서 "이은대라는 사람"을 아주 몹쓸 인간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자기 잘못은 꺼내지도 않고, 무조건 이은대 나쁜 인간이라고만 떠들고 다녔지요. 그렇게 '나쁜 인간'한테 왜 또 다시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전화 한 통으로 속 시끄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머리 염색이나 하자며 '트루맨즈'를 찾았지요. 염색 다 하고 나서 거울을 보니 한결 젊어진 것 같아 기분 좋아졌습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기분 상했다가, 염색 한 번으로 기분이 동동 뜨는 걸 보면, 저도 아직 한참 마음이 얕은 모양입니다.
분을 참지 못하면 여기저기 떠벌리게 됩니다. 그렇게 떠벌리는 자체가 자신의 흉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무엇이 그토록 억울하고 분할까요?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자멸의 징조는 험담입니다. 다른 사람 얘기를 '나쁘게' 퍼트리는 사람은 결코 복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혼자만의 실력과 재능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이지요. 내 입에서 나가는 모질고 날카로운 비수는 결국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지나고 나면 후회할 게 뻔한 일을 잠시의 분을 참지 못해 떠벌리는 거지요. 이제 와서 2년 전 비용으로 다시 수강을 하겠다는 말을 하는 그 사람은, 2년 전에 자신이 무슨 말을 얼마나 하고 다녔는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다. 말은 인간이 가진 가장 무서운 무기지요.
저와 함께 하는 모든 수강생들이 과거 제가 저질렀던 잘못을 거듭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제게 일어났던 불행을 다시 겪는 사람 한 명도 없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태도는 입을 다무는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