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인생 무너졌을 때, 어머니는 내게 가장 든든한 존재인 동시에 내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책에도 썼고 블로그에도 종종 적었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제가 쓴 글을 눈여겨 읽었다면, 저에게 아주 섭섭한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아들은 제게 더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아들 때문에 속상하고 화가 난 적도 많습니다. 그런 이야기도 대부분 글로 썼습니다. 아들이 제 글을 집중해서 읽었다면, 어쩌면 아들은 아빠인 저를 미워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내는 제 모든 게 무너졌을 때에도 곁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아내 때문에 화가 나고 속상한 적 많았습니다. 역시나 그런 이야기도 죄다 글로 적었지요. 만약 아내가 제가 쓴 글을 모조리 읽었다면, 머리 끝까지 화를 내며 왜 이런 글을 썼냐고 화를 냈을지도 모릅니다.
가족을 사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순간적인 감정을 모두 숨길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글을 통해 자신이 매력적이란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싸웠지만 화해하고, 화가 났지만 용서하고, 미워했지만 다시 받아들이고. 사람은 다 이렇게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글을 쓴 걸 보면, 대부분 화해와 용서와 아량에만 초점 맞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화해하기 전까지 싸운 내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야 정직한 글이 됩니다. 당사자가 내 글을 읽고 기분 나빠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심조심 글을 쓰면, 결국 그것은 사실과 다른 글이 되고 말겠지요.
가족도 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가족도 저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저한테 화가 날 때가 분명 있을 겁니다.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미운 때가 있음에도 사랑하는 거지요.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쓰는 글이 훨씬 낫습니다.
"어머니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
이런 식의 표현은 자기 감정을 쏟아내는 글에 불과합니다. 만약, 이렇게 쓴다 치면 한 편의 글에 온통 감정풀이만 담길 게 뻔하지요.
"약과 물을 챙겨 어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약을 흘깃 보시더니 등을 돌리고 누우셨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글을 쓰는 겁니다. 나의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당시의 장면을 그대로 옮겨 담는 글. 감정을 배제하고 팩트 위주로 쓰면 비로소 나를 객관화 할 수 있습니다.
자기 객관화는 냉철한 사고를 유지하고 문제를 직시하는 데 도움 됩니다. 감정에 휘둘리면 해결은 커녕 문제만 더 악화시킬 따름이지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써야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괜히 우울할 때도 있고, 열정 다 식은 때도 있고, 이유 없이 가족이 미울 때도 있고, 진탕 술을 마시고 진상을 부린 때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무슨 죽어 마땅한 죄인도 아니고,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만큼 악인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합니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지요. 바르게만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신의 못난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부족하고 모자란 점도 있는 그대로 품을 수 있습니다.
못난 점을 그냥 못났다고만 쓰자는 게 아니지요.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고 성찰도 합니다. 못난 점 있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쓰자는 겁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상 모든 영웅들도 나름의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존재는 없습니다.
잘난 모습은 더 잘나게 보이려는 습성이 있고요. 못난 모습은 어떻게든 줄이거나 감추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사람 마음이 다 그렇지요. 하지만,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과장하거나 줄여서는 안 됩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험담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자신도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이면서 무슨 자격으로 남을 비방합니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화살표를 자신에게 돌리는 것이고요. 다음으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아야 합니다.
온라인 세상이다 보니, 익명의 댓글로 타인을 함부로 공격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만약 세상이 망한다면 악성 댓글 탓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최악이란 거지요. 남을 향해 비난과 욕설을 함부로 던지는 사람들은 반드시 파멸합니다. 이것이 글의 힘입니다.
글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낫게, 더 예쁘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 누구나 마찬가지겠지요. 욕구를 조금만 내려놓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록 연습하고 훈련하면, 삶을 훨씬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물러나야 인생도 보이는 법이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