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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09. 2024

삶의 곳곳에 글감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아름다웠다


초등학교 시절, 한 반에 60~70명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맨 앞에 앉은 아이는 선생님을 올려다보느라 고개가 빠질 지경이었고, 맨 뒤에 앉은 아이는 교실 뒷벽에 의자를 붙여야 할 정도였지요. 그렇게 와글와글 모였어도 매일 재미 있는 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무조건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철봉도 하고 씨름도 하고 딱지치기며 오징어 게임 등 고작 40~50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을 알차게(?) 써먹었지요. 여학생들은 주로 교실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기도 했고, 어쩌다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은 고무줄놀이나 운동장 단상 근처에 삼삼오오 모이기도 했습니다.


여름에 더웠고 겨울에 추웠습니다. 주번이나 당번은 쉬는 시간마다 칠판을 닦았습니다. 교실 창문을 열고 칠판 지우개를 닦으면 분필 가루와 먼지가 다시 교실 안으로 풀풀 날아들어왔지요. 칠판 지우개를 교실 앞문 윗틈에 끼워두고,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머리에 떨어지도록 장치(?)를 걸어두는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머리를 빡빡 깎았습니다. 선생님을 짝사랑하기도 했고요. 친구들과 싸우기도 했고, 축구나 농구 등 운동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친구 중 누군가 뭘 잃어버리기도 하는 날에는 모두 책상 위에 무릎을 꿇고 올라가 눈을 감았지요.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항상 도시락을 두 개씩 싸들고 다녔습니다. 점심 도시락은 2교시 마친 후에 바로 까먹고, 점심 때는 매점 가서 라면을 사먹었으며, 저녁에는 두 번째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야간 자습 시간에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선생님한테 거짓말을 하고는 당구장으로 도망가기도 했습니다. 


공부한답시고 독서실 끊은 적도 많습니다. 독서실에서 한 살 많은 여학생과 눈이 맞아 연애를 하기도 했고, 그 맛에 매일 열심히 독서실 다녔지요. 부모님은 아마도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줄 알았을 겁니다. 


살아내기 바빴습니다. 돈을 벌어야 했고, 가족을 책임져야 했지요. 그 바람에 제 인생 곳곳에 제법 순수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놓치고 살았습니다. 어쩌다 글 쓰는 삶을 만나서 인생을 자주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눈물 나도록 소중한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저미곤 합니다. 


토요일 아침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58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56기, 1주차 수업" 함께 했습니다. 초보 작가의 경우, 글감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 많이 하는데요. 삶의 곳곳에 녹아 있는 글감은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 쓸 만큼 넘쳐납니다. 


다만, 자기 인생 모든 순간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탓에 쓸거리가 못 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또는, 차분하고 고요하게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 갖지 못해서 지난 시간 자신의 삶에 많은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걸 놓치고 살아가는 탓이기도 합니다. 


과거 실수나 실패에 사로잡혀 후회와 한탄으로 세월 보내는 일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지난 삶에 후회와 한탄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착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곳곳에 많습니다. 인생은 어느 하나의 사건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살아온 모든 시간들을 돌이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가 곧 글쓰기라 할 수 있겠지요. 


글을 쓰는 행위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그 시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당시에는 이별의 아픔으로 눈물만 흘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덕분에 성숙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은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요. 슬프고 아팠던 순간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재해석함으로써 내가 제법 잘 살아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 가치가 있는 것이죠. 


이렇게 자기 삶을 반추하는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전하면, 그들도 자신의 인생을 떠올리고 공감할 겁니다. 내가 쓴 글인데 독자가 주인공이 되는 마법이 펼쳐지는 겁니다. 


주말 이용해서 시간 여행 한 번 해 보시길 권합니다. 우리 안에는 여전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잠들어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눈물이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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