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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2. 2024

고통스러울 때 최선의 행동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감옥에 앉아 있으면, 그 고통 이루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생, 가족, 주변 사람들, 그리고 일. 지금껏 살아온 모든 순간들이 일시에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상실감. 앞날에 대한 절망. 모든 것이 슬픔과 좌절로 연결됩니다. 한 마디로 죽고 싶은 심정이지요.


몸도 편치 않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다? 그게 제일 힘듭니다. 순찰 도는 교도관들 눈에 띄면 지적을 받고 점수 깎이기 때문에 자리에 드러눕거나 자세를 편하게 할 수 없습니다. 도 닦는 사람처럼 양반다리로 종일 앉아 있어야 합니다. 무릎, 허리, 목 등 모든 관절이 약해지고, 저혈압에도 걸리고, 배만 불룩하게 나옵니다. 건강에 최악입니다. 


몸도 마음도 엉망이었던 그 곳에서 제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글쓰기였습니다. 단순히 글을 썼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쓴 덕분입니다. 저는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제가 쓰는 글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내용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괴로워도 인생 끝난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할 일은 해야 한다.

죄를 지었다면, 그 책임을 분명히 지면 된다.

가족을 소홀히 여기지 말라.

돈이 인생 전부가 아니다.

자기 기만, 자기 위안, 자기 비하 등은 최악이다.

......


실패를 경험하는 동안 제가 느끼고 깨달은 점을 하나씩 주제로 삼아 매일 글을 썼습니다. 제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그 와중에도 저는 누군가를 돕기 위한 글을 쓰고 있었던 거지요. 


한 편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은 알 겁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내용을 쓰게 된다는 사실을요. 가끔 자기 안에서 터져나오는 부정적 감정 쓰레기를 마구 내뱉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런 글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열 편의 글을 쓴다면, 적어도 일고여덟 편 정도는 남에게 도움 되는 내용을 쓰게 되지요. 


시련과 고통에 직면했을 때, 이것을 이겨내고 다시 세상과 겨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을 돕는 겁니다. 돕는다고 해서 무슨 엄청난 돈을 기부하거나 노인 복지관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글을 써도 되고, 강의를 해도 되고, SNS를 통해 선한 메시지를 전해도 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좋은 글과 말을 뿜어내는 동안, 내 안에 있는 사고방식도 점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뀝니다. 힘들다 어렵다 하소연하고 푸념만 쏟아내던 과거와 달리,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 보자는 결단과 각오가 새겨지는 것이죠. 남을 돕다 보면 자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넘어진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넘어진 상태로 신세한탄 하면서 계속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 일어서긴 했으나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두 번 다시 도전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훌훌 털고 일어나 다른 사람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 경고판을 세우는 사람. 어떤 사람 인생이 멋지게 펼쳐질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힘들고 어려운데 남 도울 정신이 어디 있느냐며 따지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되려 묻고 싶습니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할 거냐고 말입니다. 어차피 사태는 벌어졌습니다. 수습하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으니 힘들다 어렵다 말하는 것 아닌가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있다면 그걸 하세요. 달리 방법이 없다면, 남 돕는 게 최고라는 뜻입니다. 


누군가를 돕는 삶에는 보람과 가치가 따릅니다. 자신과 자신의 인생이 가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지요.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자신감과 자존감 치솟습니다. 그 힘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세상 탓, 사람 탓, 자기 탓, 이렇게 누군가의 탓을 하면서 자기 인생 잘 풀리지 않는다며 하소연하는 태도는 그 무엇에도 도움 되지 않습니다. 삶을 끝낼 게 아니라 계속 나아갈 거라면, 어떻게든 자신에게 도움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생 주인공이 누구인가요? 주인공은 어떤 일이 있어도 무대를 떠나지 않습니다. 실수해도 실패해도 끝까지 공연을 이어가야 합니다. 아직 막이 내리지 않았으니까요. 아직 무대를 지켜보는 수많은 관객이 그대로 앉아 있으니까요. 


조금 창피하고 억울하고 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태로 공연이 끝나버린다면 영원히 창피하고 억울하고 분할 겁니다. 중간에 아무리 실수가 있었다하더라도, 막 내릴 때 박수 받으면  그뿐입니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주변에는 나보다 힘든 사람 항상 있게 마련입니다. 신발 잃어버린 걸로 징징거리다 보면 발 없는 사람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 참 민망하고 스스로 반성하게 되지요. 발 없는 사람을 도와주다 보면, 내 신발 잃어버린 건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내 인생, 다시 살아갈 힘도 생기는 것이지요. 


고통스러울 때 최선의 방법은 남을 돕는 겁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최선의 길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글을 쓰는 겁니다. 글로써 도울 수 있다면, 인생 포기할 일 절대 없을 테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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