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집 마당에서 귀뚜라미를 잡은 적 있습니다. 그때는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거든요. 마당에서 여기 저기 살피던 중에, 폴짝 뛰어오르던 녀석을 발견하고는 얼른 손을 뻗어 잡아버렸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상자 안에 가두고 지켜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귀뚜라미를 잡았지만, 자세히 보니 징그럽고 묘하게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보아 왔던 개미나 나비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였지요.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귀여운 구석도 있고 혐오스러운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냥 우는 소리만 듣거나 멀찌감치서 귀뚜라미를 볼 때는 작은 벌레에 불과했는데요. 가까이 놓고 한참을 들여다보니 세상 신기한 녀석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알던 귀뚜라미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잠에 대한 강박 심했던 때가 있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을 청하지 못했었지요. 그럴 때마다 저를 괴롭히던 것이 바로 탁상시계였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소리 들리지도 않다가, 자려고 누우면 시계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거였습니다.
재깍, 재깍, 재깍... 빨리 잠을 자야 내일 또 일어나 일을 할 텐데, 저놈의 시계 소리 때문에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시계 소리에 집중하면 할수록 그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습니다. 결국은 시계 뒷편 건전지를 모조리 빼내고서야 잠들곤 했었지요.
하얀 종이 가운데 까만 점을 찍어 놓고, 그 점을 계속 집중해서 보면 점점 더 커 보입니다. 무엇이든 집중해서 보면 그것이 실제 크기보다 훨씬 커 보이게 마련입니다.
누군가 속상하다며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말 종종 듣는데요. 사람들은 돈, 부부관계, 가족, 건강, 일 등 다양한 종류의 걱정과 근심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상대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가만히 들어 보면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당사자는 그 문제에 초집중을 하고 있어서 문제가 점점 크게 느껴지는 것이고요. 저는 별 상관없는 사람이라서 대충 들으니까 그 문제가 작게 느껴지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나 조건이나 문제들에 집중하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비전입니다. '나'라는 존재 가치의 위대함과 내 인생 의미에 집중해야 합니다. 문제에 집중하면 문제가 커집니다. 나와 내 인생에 집중하면 의미와 가치가 커집니다. 무엇을 더 크게 만들 것인가.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힘들고 어렵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요. 그들은 결코 그냥 힘들다 어렵다 하지 않습니다. "정말 힘들고, 너무 어렵고, 엄청 괴롭고, 숨 쉬기 어려울 만큼 덥고, 얼어죽을 만큼 춥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처한 고난과 시련의 크기를 강조하기 위해 온갖 부사와 형용사를 갖다 붙이는 거지요. 역경에 집중하다 보니 역경이 점점 커 보이게 된 것이고, 자기 눈에 커다랗게 보이는 걸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온갖 수식어를 갖다 붙이게 되는 겁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악마'를 키우며 살고 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자신이 무엇을 키우는가에 따라 결정 됩니다. 선하고 아름답고 긍정적인 것들을 키우면 인생도 좋아지고요. 나쁘고 추하고 부정적인 것들을 키우면 인생도 희미해지는 것이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시련과 고난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렵고 힘든 일, 마음 아픈 일,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 싶었던 일. 우리 모두는 그런 상황과 문제들을 다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에게는 인생 시련과 고난을 견디고 버티고 이겨낼 만한 힘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뜻입니다.
앞으로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 닥쳐도, 결국에는 그 모든 걸 넘어 새로운 삶을 만나게 될 테지요. 자신에게 내재된 이러한 힘을 믿어야 합니다. 눈앞에 닥친 상황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자신의 힘과 능력과 비전과 생각을 믿어야 하는 것이지요.
"돈도 없고 사업도 안 되고 갈등도 심하고, 아 진짜 내 인생 엉망이구나!"
라고 말할 게 아닙니다.
"지금 상황은 최악이지만, 나와 내 인생은 지금 상황을 거뜬히 뛰어넘을 충분한 힘과 능력을 갖추고 있어!"
라고 말해야 합니다.
힘든 상황에 집중할 게 아니라, 그 상황을 뛰어넘을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막노동 현장에서 제가 존중하는 어느 형님이 제게 해 준 말이 있습니다. 육체노동이 너무 힘들어서 한숨 내쉬며 하소연하는 저를 보며 이렇게 말했지요.
"은대씨. 일은 절대로 사람을 이길 수 없어."
10년 넘게 막노동 현장에서 일해 온 그가 깨달은 진리를 저한테 전해 준 겁니다. 저는 일이 힘들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는데, 그 형님은 힘든 일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자신의 힘과 능력에 집중했던 것이지요. 똑같은 일을 해도, 저는 매일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형님은 여유만만 일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집중하는 대상을 크게 키우는 습성이 있습니다. 귀뚜라미 소리에 집중하면 귀뚜라미 소리가 커지고, 시계 소리에 집중하면 시계 소리가 커지고, 문제와 고난에 집중하면 문제와 고난이 커집니다. 근사하고 멋진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면 근사하고 멋진 인생이 커지는 것이죠.
오늘은 무엇을 키워 볼까요?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된 이상, 작정하고 고통과 시련을 키우는 사람은 없겠지요? 인생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생각해 보고,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모든 것들에만 집중하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