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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7. 2024

나는 지금 시험을 통과하는 중

신경 쓰이는 문제들이 생겼을 때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 사람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황이 분명하고 증거까지 명확해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예전에 비하면 발끈하는 정도가 많이 줄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 내용이 유치찬란이라 상대할 가치도 없지만, 그 동안 좋은 마음으로 지켜 본 사람들이라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 지울 길 없다. 상처다. 돌이킬 수 없고, 돌이킬 생각도 없다. 이제 그들은 내 마음에서 도려낸다.


지난 9년 동안 강의하면서 한결같이 강조했던 내용이 있다. 글 못 써도 좋으니까 태도 반듯하게 하자, 글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르게 사는 거다, 베스트셀러 말고 베스트 인생 먼저 만들자, 천지가 개벽을 해도 남 헐뜯지 말고, 부정적인 생각 용납하지 말자... 그들이 강의 따로 인생 따로 사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비슷한 일들은 늘 생겨난다.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모임 분위기에 흙탕물 일으키기도 하고, 불평 불만에 남 탓까지, 그러면서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뻔뻔스럽게 나를 대하는. 그들은 내가 바보인 줄 아나 보다. 혹시 부처님인 줄 아는 건가.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은 나를 괴롭히거나 쓰러뜨리기 위해 일어나는 게 아님을 나는 안다. 나를 시험하는 거다. 나는 지금 시험을 통과하는 중이다. 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나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단단해질 터다. 


참고 견디기로 했다. 무조건 참기만 한다고 해결 될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은 그들에게 내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맞붙을 상대가 아니다. 너무 어리다. 징징거리는 습관이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했다. 무시하기로 했다. 


시험을 통과한다는 건 단련, 훈련, 담금질과 같은 의미다. 사람은 아무 일 없는 평상에서는 성장할 수 없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우박이 쏟아져야만 다음 레벨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신은, 끝도 없이 우리에게 이런 저런 문제거리를 던져 주는 거다. 


어떤 사람은 그 문제들에 반응하여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며 속상해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것들을 시험의 일종이라 여기며 자신을 단련하고 마음공부에 활용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문제이다.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음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기분 더러울 때가 있다. 한 번 속이 뒤틀리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고, 누가 무슨 말만 해도 트집 잡고 시비 걸고 싶어지는 것이다. 허나, 이럴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사람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홧김에 던지는 말, 성질 대로 쓰는 글, 자신이 정당함을 주장하는 모든 거친 표현들이 결국 고스란히 남아 나중에는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사람들은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도 여전히 자기 입장만 내세울 것이다. 그러니,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 중심 잡기 위해서는 평온할 때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나는 타인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 받았다. 문제는 상처를 받은 후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있었다. 나는 주로 즉각 반응을 보였다. 심사숙고 따위 없었던 탓에 후회할 말과 행동을 마구 내뱉았던 거다. 이후로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말았다. "이은대 저 사람은 화 나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려. 조심해야 해."


하나 둘 그렇게 사람을 잃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정상적이고 평온한 마음 상태에서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과 행동.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감정에 치우친 그것인가 아니면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에서 하는 말과 행동인가 살펴야 하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 생길 때마다 시험을 통과한다는 마음으로 슬기롭게 참고 이겨내길. 나부터 노력해 본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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