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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7. 2024

내 안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일생에 한 번은 결단을 내려야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으니 30년 넘게 술을 마신 셈입니다. 대학교 때도, 직장생활 할 때도 부어라 마셔라 술을 절제하지 못했습니다. 사업 실패 후 고통과 시련의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저는 한 순간도 술 없이는 살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한동안 계속 술을 마셨습니다. 마시지 않아도 견딜 수는 있었지만, 술을 마실 때가 더 좋았습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였죠. 


저를 믿고 따르는 수많은 이들, 가족, 건강... 무엇을 생각해 봐도 술을 끊는 게 마땅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금 줄이면 그만이지 굳이 끊을 필요까지 뭐가 있겠는가 싶은 유혹도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내 안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나를 전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만들어 줄 강렬하고 위대한 사람이고요. 다른 하나는 그냥 대충 지금 모습에 만족하고 안주하며 아무것도 더 바라지 말라고 붙잡는 사람입니다. 


저는 매 순간 이 두 종류의 사람 사이에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합니다. 지금 제 삶의 모습은 하나부터 열까지 두 종류 사람의 의견을 따른 결과입니다. 만약 제가 위대한 존재의 말을 더 따랐다면 저는 지금 위대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고요. 만약 제가 유약한 존재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다면 저는 지금 유약한 존재가 되어 있을 겁니다. 


지금 내 삶은 어떠한가 돌아봅니다. 위대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평생 유약한 존재의 말에 더 많이 휘둘리며 살아왔습니다. 도전하기보다는 안주하고, 노력하기보다는 머물렀으며, 극복하기보다는 회피했습니다. 한 마디로, 인생과 맞붙어 싸우기보다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란 생각으로 뒷골목에서만 살아온 것이지요. 


학창시절, 한 번쯤은 독하게 공부를 했을 법도 한데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그냥 이 정도 공부하고 아무 대학이나 들어가면 되는 거지 뭐 스스로 타협하고 말았습니다. 


취업준비를 할 때도, 빡세게 준비해서 원하는 회사 들어갈 각오는 하지 않고, 그냥 대충 준비해서 아무데나 입사하면 되는 거라고 저 자신을 정당화 했습니다. 


사업 시작할 때도, 시장조사를 비롯해 뭔가 좀 제대로 준비해서 성공을 향해 나아갔어야 했는데, 당장 돈에만 눈이 멀어 어떻게든 빨리 판을 벌이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저는 늘 더 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것이 최선이라는 핑계와 변명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따뜻한 이불을 걷어차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제 삶은 늘 평균 이하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면서도 평균 이하의 삶도 충분히 괜찮다는 자기위로에 빠져 살았지요. 쓰나미에 휩쓸려 인생이 싹 다 무너졌을 때 비로소 저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술 때문에 실수를 하고, 술 때문에 사람을 잃고, 술 때문에 시간을 잃고, 술 때문에 다음 날을 잃고, 술 때문에 건강을 잃고, 술 때문에 가족을 잃고.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술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다. 술은 제 삶을 망치는 주범이었죠. 결국 저는 '술 때문'이 아니라, 저 자신이 그냥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 안에 존재하는 두 종류의 사람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첫째는, 이제 그만 술을 딱 끊고 정상적인 삶으로 사람과 일과 가족과 자신을 만나 인생 한 번 일으켜 보라는 강렬한 에너지였고요. 둘째는,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 술에 너무 강박 갖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일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대충 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일생에 한 번은 위대함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2019년 9월 8일. "자이언트 작가탄생 300호 기념 파티"에서 저는, 30년 넘게 마셔온 술을 끊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이후로 5년이 지나 6년째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있습니다. 


술을 끊은 이후 제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첫째, 지긋지긋한 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저를 믿고 따르는 수강생이 몇 배로 불어났습니다. 셋째, 사업은 모든 분야에서 승승장구했습니다. 넷째, 가족은 더 이상 우울하거나 불행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십니다. 여섯째, 마치 무한 시간을 제공 받은 것 같습니다. 일곱째, 머리가 맑으니 글도 더 많이 더 잘 쓰고 있습니다. 여덟째, 사람들과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더욱 신뢰 쌓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홉째, 늘 맑은 정신으로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 더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술을 끊고 난 후로 제 삶은 훨씬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술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저한테 있어서는, 저라는 사람은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에게는 술이 독약이었다는 뜻입니다. 


결단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항상 두 명의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위대한 선택과 판단으로 한 걸음 도약하자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고, 딴지와 태클과 삐딱선으로 현 상태에 주저앉게 만들고자 꼬득이는 존재도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둘 중 어떤 존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이 오직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위대한 목소리가 더 선명히 들려올 때가 있고, 또 어떤 때는 자포자기 안주하라는 목소리가 더 세게 들려올 때가 있습니다. 


컨디션 좋고 열정 뜨거울 때는 도약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요. 실수, 실패, 좌절, 절망, 우울할 때는 회피의 목소리가 더 세게 들립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희망과 긍정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릴 수 있도록 자신을 관리하고 멘탈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지요. 


사람 마음이 부정적이거나 우울하거나 누군가를 시기하고 증오하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말 들어도 삐딱하게 들릴 수밖에 없거든요. 그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조차 밉게 보이기도 하고요. 부정적인 사람과 대화 나눠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무슨 말을 해도 부정적으로 되받아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대화"는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두 가지 말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뻔하지요. 하나는 나를 키우려는 의도이고, 다른 하나는 나를 망치려는 의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를 망치려는 의도를 자꾸만 나를 위한 소리로 착각해서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술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술이 저를 휘둘렀습니다. 단호하게 끊는 것이 마땅했지요. 하지만, 그냥 조금만 줄여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약해빠진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저를 망치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 탓에 무려 30년 넘는 시간 동안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고 말았던 겁니다. 


술뿐만 아닙니다. 이제 모든 순간에 "나를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소리"에 더 힘을 실으려 합니다. 나약하고 부정적이고 삐딱한 목소리. 그것은 나를 망치는 소리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는 그런 삐딱한 목소리가 대단히 매혹적으로 들리거든요.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강하고 멋진 존재인지를 말이죠. 자꾸만 나를 쓰러뜨리려는 내면과 외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합중에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코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그냥 뭐 대충 져도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을 듣는 것보다 훨씬 낫겠지요. 


우리 머릿속에는 항상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하나는 초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나를 막고 주저앉히려는 사람이라는 것.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이제 우리가 누구에게 더 힘을 실어 주어야 할지는 두 말 할 필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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