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는가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이 있었다

Dec 25. 2024

기분 좋지 않았던 일 있었습니까?

기분이 아주 좋았던 경험 있습니까?

강의 시간에 수강생들에게 종종 물어 봅니다. 수강생들은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하는데요. 좋지 않았던 기억에 대해서는 대부분 쉽게 그리고 빨리 답변하는데 비해, 아주 좋았던 일은 잘 대답하지 못하거나 답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곤 합니다.

저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 마찬가지입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고 괘씸했던 기억은 잘 기억합니다. 즐겁고 행복하고 기쁘고 아름다웠던 기억은 떠올리기 힘듭니다. 출산, 입시 합격 등 자녀에 관한 몇 가지 큼직한 사건(?) 말고는 일상 행복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기억으로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즐겁고 행복한 추억 많이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즐겁고 행복한 인생 누릴 수 있습니다. 원통하고 괴롭고 슬프고 억울하고 분한 기억 많이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친구들과 축구 야구 오징어 게임 등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제가 살았던 주택은 도심 속에 있었지만, 주변에 들이며 산이며 뛰어놀 곳이 많았거든요.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 시절 추억 다 잊고 살다가, 최근에 글을 쓰면서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아련하고 그리워 가슴이 찡했습니다.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기억, 고등학교 때 독서실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렸던 일, 학교 자율학습 빼먹고 당구장 가서 놀았던 일, 재수 학원 다니면서 순간의 패배가 영원한 실패는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던 일,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로부터 벅찬 감동과 선물을 받았던 일.......

돌아보면 따스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삶의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 생산 활동 시작하면서 제 인생에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지요. 그러면서 지난 시절 소중했던 이야기를 다 잊고 살았습니다. 지금에라도 글을 쓰면서 제 인생에 녹아 있는 작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에 열광했고, 성룡과 홍금보와 이원표에 홀딱 반해 쿵푸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 어린 이은대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소년 이은대가 떠오르는 순간에는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 하고 치밀어오르기도 했습니다.

사업 실패로 인생 무너졌던 순간을, 저는 그 순간을 너무 오래 손에 쥐고 살았습니다. 참혹했던 시간 말고도 제 인생에는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다 잊고 살았던 거지요.

아픈 기억을 떠올릴 때는 아팠습니다. 은은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제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남은 인생에서는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리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시간을 더 많이 만들기도 해야겠지요.

인간의 감정은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딱 하루만 지켜봐도 별별 감정이 솟아났다가 사라지곤 합니다. 좋은 감정은 아무 문제 없지요. 불편하고 나쁘고 부정적인 감정이 문제입니다. 사람을 참 힘들게 합니다.

감정에 휘둘리면 입맛도 떨어지고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사람을 미워하게 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며, 세상과 인생도 삐딱하게 보는 습성이 생깁니다. 한 마디로 삶을 망치게 된다는 말입니다.

행복한 인생을 방해하는 주범이 감정인데, 우리는 이런 감정에 별로 신경을 기울이지 않고 살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감정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정이 나를 질질 끌고다니는 거지요. 감정에 관심 가지고, 감정에 주목하고, 좋은 감정을 품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감정이 좋아지면 인생은 저절로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밖에 나가서 길을 가는 사람들 표정 자세히 살펴보면, 저 사람 지금 감정이 아주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하구나 짐작 가는 사람 찾기 힘듭니다. 다들 얼마나 심각하고 우울해 보이는지 곁에 가서 말 붙이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아무리 한 맺힌 민족의 DNA를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자기 인생 제대로 지키고 누리려면 감정부터 밝게 바꾸어야 합니다. 스마트폰에 행복한 사진을 담고 다녀도 좋고,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음악을 듣는 것도 방법이고, 책에서 찾은 근사한 문장을 소리내어 읽는 것도 권할 만한 수단입니다.

자기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며, 조금이라도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솟아오르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말고 즐겁고 유쾌한 쪽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평소에도 많이 웃으며 행복할 수 있도록 억지스럽게라도 노력해야 합니다. 걱정 근심으로 인상 팍팍 찡그리고 다닌다 하여 해결 되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