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나아진다

시간을 허락하면 이길 수 있다

Feb 6. 2025

하고 싶고 이루고 싶고 되고 싶은 것들을 하루아침에 다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과 인생에 그런 일은 없다. 시간이 걸린다. 노력해야 한다. 불변의 진리다. 시간과 노력을 건너뛰려 하면 사고가 난다. 내가 그 장본인이다.

빨리 돈 벌고 싶었다. 쉽게 벌 수 있을 줄 알았다. 무모한 사업을 벌였다. 6개월 채 못 갔다.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겉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게 실패인 줄도 몰랐다. 마구 빠져나가는 돈 메꾸기 바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상이 말하는 실패. 내가 그 한가운데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 상황을 하나하나 되짚어 볼 여유가 생겼다. 첫째, 마음이 조급했다. 둘째, 어렵고 힘든 길 외면하고 쉽고 빠른 길 찾고 싶었다. 셋째, 전략이나 준비 따위 우습게 여겼다. 넷째,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했다. 다섯째,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그저 돈 되는 일이면 최고인 줄 알았다.

아쉬울 것 없이 살고 있다. 다행이다. 그럼에도 꼭 한 가지 소원이 있다. 10여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이은대를 만나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몽둥이 하나 장만해서 과거로 갈 거다. 그때의 이은대를 만나면 일단 흠씬 두들겨패주고 나서 귀한 조언을 건넬 작정이다.

"빨리" 되는 건 없다. 모든 일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일에 도전하다 보면, 아무리 애를 써도 변화나 성장 없는 듯 느껴지는 경우 많다. 당연하다. 변화는 0.1퍼센트씩 진행된다. 성장은 느리게 이루어진다. 이 사실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크게 성공한다.

쉬운 길도 없다. 인생 자체가 어렵고 힘든 길이라서 사람들이 쉬운 길에 목말라 있는 거다. 이런 틈을 이용해 "쉽다!"는 말로 광고하는 사람 많을 뿐. 실제로 쉬운 길은 인생에 없다.

글 쓰고 책 출간해서 나름 살 만한 인생이 되기까지 10년 걸렸다. 그것도 매일 죽기살기로 공부하고, 책 읽고, 글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과정 거쳐서 겨우 이른 삶이다.

타고난 재능 탁월해서 나보다 훨씬 빨리 배우고 익히는 사람 분명 많을 터다. 그렇다 하더라도 1년 2년 가지고는 안 된다. 매일 치열하게 공부한다는 가정하에 말하는 거다. 이런 사실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탓에 사실 나는 대중적인 작가 코치는 되지 못했다. "빨리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광고를 나는 차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 한 가지는 약속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매일 공부한다. 책 읽고 글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쓴다. 내가 배우고 익히는 글 쓰는 방법이나 철학이나 마인드에 대해서만큼은 아낌없이 나눌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강의한다.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큰소리 치는 사람은 드물지만, 인생 좋아졌다 말하는 수강생은 차고 넘친다. 흐뭇하고 기쁘다. 보람 느낀다.

정치판 돌아가는 꼬라지 보면 시간과 공을 들여 노력하는 인생이 참으로 허무하다 싶을 때 많다. 하지만, 사회악과 같은 그런 존재들 때문에 내 인생 망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증명했다. 그리고 믿는다. 나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하고 매일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목표 지점에 이르러 부귀영화 누리지는 못할지언정, 매 순간 더 나아지는 인생에 흡족하고 행복하고 아쉽지 않게 살아갈 수는 있다.

느리게 나아진다. 천천히 좋아진다. 겉으로 금방 티가 나지 않는다 해서 포기하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 땅속에서 뿌리를 길게 뻗는 동안 새싹은 별 변화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땅을 뚫고 나오기 시작하는 싹은 이후로 거대한 나무로 자라난다. 시간을 허락하면 내가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