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그를 만난다
미래에 대한 포부나 계획을 쓰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지나간 일이나 경험을 기반으로 글을 쓰게 됩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굳이 글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상 모든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축으로 글을 쓴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테지요.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 소설로 만드는 작가도 많습니다. 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직, 간접 경험이 바탕이 됩니다. 아무 경험도 없다면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의 기본은 과거 경험인데요. 오늘은 지나간 과거 이야기를 씀으로써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의미와 가치를 알면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겠지요.
첫째, 과거 경험이 현재와 미래의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날 선택의 결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참고하여 지금의 선택과 판단과 결정을 하는 것이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현명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 큽니다. 과거를 쓰는 이유는 더 나은 현재를 위해서입니다.
둘째, 과거 경험과 현재 생각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행위는 체험이자 융합이며 연결입니다. 종이에 글을 쓰는 동안 우리 뇌는 끊임없이 'Mix'와 'Connect' 작업을 수행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 우리는 더 통찰력 있는 삶을 꾸릴 수 있는 것이죠.
셋째, 과거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깨달은 바를 정리하여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글쓰기 본질이라 할 수 있겠지요. 직접 경험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모됩니다. 내 글을 통해 타인이 간접체험할 수 있다면 그 만큼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겠지요.
넷째, 내 삶이 의미 있음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련과 고통의 한가운데 서 있을 때는 도대체 왜 사는가 싶습니다. 허나, 시간이 흐르고 그때 그 기억을 떠올려 지금과 연결하면 모든 순간이 다 의미와 가치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다섯째, 내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글을 써야 한다. 경험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바를 지금 일상에 적용하지 못한 탓이다. 과거를 쓰는 행위는 '나'란 존재가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도구이다.
내 과거를 돌아보면, 어찌 견디고 버텼는가 참혹하고 끔찍할 따름이다. 과거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살기 싫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고통과 시련, 고난과 역경이라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바를 현실에 적용했다. 10년 넘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과거 나를 불쌍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내가 겪었던 모든 경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지금 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과거 모든 경험은 쓸모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난 시간 아쉽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는가.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한 번 살고 싶다는 생각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터다.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한 과거 변형은 가능하다. 백지 위에서 그때로 돌아가라. 무엇을 보고 들었는가.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을 깨달았는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지금 오늘에 적용하라. 삶이 달라진다.
지나간 일에 발목 잡혀 집착하고 후회하기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자꾸 매달리면 뭐하겠는가. 중요한 건 지금과 내일이다. 이제부터 달라지면 된다.
과거는 지금과 내일을 달리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귀한 경험이며 에너지다. 과거가 없는 사람은 현재를 똑바로 살아갈 수 없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방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2024년을 돌아본다. 지난 1월을 돌아본다. 두 가지 성찰의 결과가 비슷하다면,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작년에 했던 후회를 지난 달 똑같이 하고 있다면 이후의 인생 보지 않아도 뻔하다. "똑같이 살면서" 뭐가 얼마나 달라지길 기대하는가. 과거는 답습하는 게 아니라 변형시켜야 하는 시간이다.
과거를 쓴다. 그 시절의 '나'를 만난다. 나는 그에게 희망을 주고, 그는 나에게 깨달음을 준다. 이렇게 매일 과거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 기쁘고 행복하다. 오늘은 눈까지 내린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