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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60점만 넘으면 된다

부족하고 모자란 "시작"이면 충분하다

by 글장이


이왕이면 조금 더 나은 점수를 받고 싶었다. 남들이 내 점수를 보면서 뭐라고 할까 싶어 불안했다. 나보다 점수를 잘 받은 사람들이 나를 무시할까 싶어 초조했다. 내가 받은 점수에 따라 내 삶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 순간 안절부절 마음 놓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흔히 말하는 완벽주의. 제법 점수 잘 받고 돈도 벌고 성공 가도를 달렸으나, 나는 매 순간 불행했다. 더 많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시도했고, 결국 나는 무너져 모든 걸 다 잃었다.


글 쓰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게 있다. 세상에 완벽한 인생은 없다는 것. 완벽한 글도 없다는 사실. 우리는 그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삶과 글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뿐이란 걸 인생 절반에 이르러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공부가 덜 됐다며 아예 시작할 마음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 많다. 어떤 주제로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며 끝내 첫 줄을 쓰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간신히 용기를 내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얼마 못 가서 "내 글은 형편없어!"라며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도 많다.


온 힘을 다해 초고를 완성한 이들에게 퇴고를 안내한다. 한 페이지 퇴고에 한 달 넘게 걸리는 사람 있다. 고치고 고치도 또 고친다. 정성이야 나무랄 데 없겠지만, 그런 태도로는 결코 원고 수정 작업을 끝낼 수 없다. 완벽한 글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고쳐도 자신의 글이 부족하고 모자라에 느껴질 거다.


어느 정도 퇴고 작업 마친 사람들에게 투고 준비와 주의사항을 안내한다. 충분히 노력하고 나름 최선을 다했으면서도 차마 투고하지 않고 원고를 접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제법 많다. 다음에 더 완성도 높은 원고를 써서 그 때 가서 투고하겠다며 발을 뺀다. 그 멋진 원고가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거다.


운전면허 시험은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운전은 목숨이 오가는 중대한 기술이다. 그럼에도 60점만 넘으면 면허증을 발부해준다. 나머지 40점은 무엇일까. 무조건 틀려도 된다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바로 그 빈틈이 사람들로 하여금 "운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수다.


운전면허 시험의 당락을 결정하는 기준이 95점이었더라면, 아마 지금 우리나라에는 면허증 가진 사람이 몇 명 없을지도 모른다. 95점이라는 높은 점수 때문에 아예 시험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거다.


60점은 도전하게 만든다. 동네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갓 스물 넘긴 청년들까지. 머리 좋고 나쁨 따위 생각지도 않고, 가방끈도 아무 상관없이, 일단 그냥 시작해 볼 만한 점수이다. 운전면허 자격에 관한 제도를 맨 처음 만든 사람들은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작'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막노동을 하면서 글 쓰기 시작했다. 완벽 따위 내려놓았다. 내 글을 읽으면서 뭔가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무엇보다, 글쓰기에 도전하는 이들이 생길 거란 사실에 기꺼운 마음으로 썼다.


완벽하지 않았다. 아니, 부족하고 모자란 점 투성이였다. 그래도 내 글이 60점은 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마음으로 투고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아홉 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했으며, 626명 작가를 배출했다. 이 모든 기적 같은 성과가 모두 "60점의 시작"에서 비롯되었다. 10여년 전, 나와 같은 출발선에 서 있었던 사람 중에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발을 떼지 못한 이도 많다. 일단 시작하고 계속하고 끝을 맺기만 하면 삶의 탑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그들이 알게 된다면, 가슴 치며 후회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내 주변에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 차고 넘친다. 어떤 일을 제대로 잘 하길 바라는 마음이야 나쁠 것이 없다. 허나,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하길 기대하는 마음"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나름의 성과를 내면서도 자신은 늘 뭔가 부족하고 실수 투성이란 생각 지울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해서 모자란 상태의 결과를 만든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다시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모자란 상태의 결과를 낸다. 두 번째 결과도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적어도 첫 번째 결과보다는 나을 거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해서 점점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증명하는 것. 행복의 근원이 지성과 성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완벽한 엄마가 될 준비를 마친 후에 아이를 낳는 게 아니다. 완벽한 인간이 될 준비를 마친 후에 졸업하는 것도 아니다. 완벽한 작가가 될 준비를 마친 후에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존재가 될 준비를 마친 후에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모든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데도, 세상은 늘 그럴 듯하지 않은가.


사랑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남자와 완벽한 여자가 만나는 게 사랑인가? 그렇지 않다. 부족하고 모자라고 실수 투성이인 남녀가 서로의 빈틈을 채워 하나가 되는 과정. 이것이 사랑이다.


깻잎논쟁이란 것이 한창일 때가 있었다. 다른 여자가 깻잎을 먹을 때 젖가락으로 살포시 잡아주는 행위.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행동인가 아닌가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았었다.


깻잎 떼주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불결한 행위도 아니다. 한 마디로 "잘못"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사랑은 법이나 도덕 기준의 잘잘못만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랑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도 포함된다. 자기 사람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지. 지구를 구하는 일도 아니고, 인류를 위하는 행위도 아니고. "그냥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따지고 들면, 그게 무슨 사랑인가.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그만이지 왜 굳이 둘이 하나가 되려 하는가.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있고 싫어하는 가치가 있다. 좋아하는 걸 밀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싫어하는 걸 삼가하는 게 먼저다. 굳이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줘가면서까지 깻잎을 떼줘야만 하는 상황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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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오늘 또 완벽하지 않은 하루를 만들어 갈 거다. 아프고 힘들고 괴롭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하루를 또 살아낼 거다. 나는 늘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럼에도 시작하고 계속하고 끝낼 작정이다.


댄스 학원 알아보는 중이다. 나도 남들 앞에서 춤추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느껴 보고 싶다. 몸치라는 생각으로 평생 주저했던 "불완전한 도전"을 시작해 보려 한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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