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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그 다음엔

밑도 끝도 없이 한꺼번에 닥친다

by 글장이


물이 끓듯이 서서히 다가오는 불행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내가 겪은 불행은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쿵!' 하고 닥쳤다. 서서히 다가오는 그림자를 내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고, 실제로 갑자기 닥쳤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멀쩡하게 잘 살다가 예기치 않은 벼락을 맞고 쓰러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그 다음'을 생각하기보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주목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왜 하필이면 나에게? 힘들고 괴롭다! 아! 죽고 싶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매달려 하소연하고 푸념하고 욕해 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누구 탓을 해 봐도 의미 없고, 세상 원망하고 인생 향해 분통 터트리는 것도 도움 되지 않는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술만 퍼마셨다. 사업 실패 후 인생이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겉잡을 수 없었다. 빚은 산더미처럼 늘어갔고, 갚을 재간은 없었으며, 친구와 지인들은 다 등을 돌렸고,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사태는 벌어졌는데, 나는 벌어진 사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사연팔이를 하는 데에만 몰입했다. 술을 마시고, 취하고, 울며 불며 내 인생 망했다 소리만 질러댔다.


앞을 똑바로 봐야 나아갈 수 있는데, 나는 매일 뒤만 쳐다보고 있었으니 점점 시궁창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던 거다. 물론, 갑작스런 실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것 충분히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 삶에 대한 책임은 오직 나에게 있다. 내가 무너지면 인생도 무너진다. 나는 그때 정신을 차렸어야 했다.


감옥에 앉아 책 읽고 글 쓰면서 깨달았다. 예기치 못한 불행이 닥쳤을 때에도 행동 요령이 있다는 사실을. 연습하고 훈련한 끝에, 이제는 남은 삶에서 비슷한 벼락이 친다 하더라도 두렵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첫째, 지금 내게 일어난 사건이 정확이 무엇인가 똑 부러지게 정리해야 한다. 문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닥칠 최악의 상황은 어떤 것인가. 사태의 정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없다.


둘째, 문제를 정의했으면 다음으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못한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할 수 없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한다. 특히, 우선순위를 정해서 지금 내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가 매 순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과거 영광은 싹 다 잊어야 한다. 은행 지점장을 했든, 오십 평 아파트에 살았든, BMW를 몰았든, 모조리 잊어버려야 한다. 한 번 실패한 후에 계속 침몰하는 사람 대부분이 과거 영광을 잊지 못한다. 다 지나간 일 붙잡고 징징거리고 있으니 삶이 좋아질 리가 있겠는가.


넷째,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5미터 전방만 주시하면서 운전해야 한다. 당장은 캄캄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5미터 정도는 볼 수 있다. 오늘과 지금에만 집중하란 뜻이다. 저 멀리 꿈과 목표 다 좋지만, 큰 실패 직후에는 별 도움 안 된다. 괜히 풍선 달고 동동 떠다니지 말고, 두 발 땅에다 견고히 딛고 차분하게 하루하루 살아내야 한다.


다섯째, 돈 쓰지 말아야 한다. 주변에 실패하고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돈을 펑펑 쓰는 사람 많다. 결혼식 부조 10만 원씩 하고, 장례식 부조 10만 원 내고, 어디 갈 때 택시 타고, 친구들 만나면 밥 사고, 가족 생일에 선물이랑 꽃다발 산다. 미친 거 아냐? 허리띠 졸라매고 김치랑 식은밥 먹고 하루 십 원도 안 써도 모자랄 판에, 쓸 거 다 쓰고 행세할 것 다 하면서 무슨 재기를 하길 바라는가.


예기치 못한 불행은 충격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내게 일어난 실패와 불행은 나의 가족에게도 충격이란 사실. 내가 정신 잃고 헤매이면 가족은 더 무너진다. 잠시 방황하고 주저앉을 수는 있겠지만, 최대한 빨리 마음 추스려야 한다.


"아!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푸념 따위 할 때가 아니다. 오늘,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아끼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환하게 웃고, 무엇보다 당당하게!


난 그러지 못했다. 비굴했고 비겁했고 초라했고 어린 아이 같았다. 약해빠진 모습으로 동정이나 바라면서, 어디 술 사 줄 친구 없나 찾아다니기만 했었다. 그랬으니 무너질 대로 다 무너진 것이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


모든 걸 잊고 다시 살아야겠다 결심했을 때, 병원에서 암 선고를 받았다. 당장 목숨 위태로울 만한 중대 암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나름 건강하게 살던 내게는 '암'이라는 단어 자체가 충격이었다. 머릿속으로 별별 상상을 다하던 끝에 사는 게 참 서글픈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이전과는 달랐다. 나는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찬물로 샤워를 하고는 글을 쓰고, 막노동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업 실패했을 때와는 달리,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직 내 몸은 하루를 견디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병원 치료 꼬박꼬박 받으면서, 아프면 쉬었고 괜찮으면 일했다. 힘든 순간 많았다. 하지만, 암 선고 받지 않고 살면서도 매 순간 힘든 사람 얼마든지 많지 않은가. 살아갈 수 있을 때 최대한 행복하고 즐겁게, 운명이 닥치면 또 그에 맞게 모든 걸 내려놓는, 책 읽고 글 쓴 대로 마음의 평정 찾기 위해 노력했다.


병이 완전히 치유된 건 아니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큰 문제 없이 잘 살아내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병원 가서 검사도 하고, 의사가 주의를 주는 대로 조심하면서, 그럼에도 매일 매 순간 소중한 내 인생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중이다.


불행은 안타깝게도 한두 가지만 닥치는 게 아니다. 때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몰려온다. 사람들은 정신이 아득하고,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보면 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란 사실을. 인생 절반 살면서 주변 사람들 삶을 지켜보니, 다들 나 못지않은 불행 다 겪으면서 살고 있었다. 평소에 남들에게 관심 가지 않은 탓에 다들 멀쩡히 살고 있다는 착각을 했을 뿐이었다.


모두가 겪는 불행이라면, 왜 어떤 사람은 거뜬히 이겨내고 또 다른 사람은 그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가 살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불행 그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돌파한다. 반면, 불행을 불행 그 자체로만 해석하고 분노하며 서러워하기만 하는 사람은 결코 이겨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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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이겨낸 사람은 성장하고 성숙한다. 세상과 인생 보는 눈이 달라진다. 거칠고 험한 세상 이겨내는 법도 배우고, 사람 대하는 태도도 제대로 알게 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깨닫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불행은 겪어 볼만하고 이겨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옷도 항상 깔끔하게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도 실패한 티를 내서는 안 된다. 어쩌다 거울 앞에 서면, 그 안에 "세상 당당한 내"가 서 있어야 한다. 불행, 그 다음에는 겁날 것 없는 의연하고 당찬 모습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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