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8회 이은대 문장수업 후기
어색하고 이상하고 낯설고 문법에 맞지 않고....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글을 글처럼" 쓰기 때문입니다. 글을 이상하게 쓴 사람도 말을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거든요. 말은 자연스럽게 하면서도 글은 어색하게 쓰는 사람들. 어깨에 힘을 너무 많이 싣고 있으니까 오히려 낯설고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을 쓰게 되는 겁니다.
말과 글은 언어입니다. 언어의 본질은 '전달'에 있습니다. 전달의 핵심은 '간단 명료'입니다. 읽는 사람이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쉬운 어휘로 편안하게 쓰면 됩니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전하려는 것인가"라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문장이 수려하든 말든, 명언이나 어록 끝내주게 표현하든 말든, 다 집어치우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라는 질문에 짧고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쉽게 쓰면 멋이 나지 않는다고요? 네, 맞습니다. 그건 작가 입장이지요.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를 위함인데, 작가 본인의 멋을 위해 독자는 생각지도 않고 어렵고 이상한 문장만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마치 해당 작가가 곁에 서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작가의 말투가 문체로 그대로 드러난 경우지요. 이해도 잘 되고, 억양이나 목소리톤까지 그대로 느껴져서 내용이나 뉘앙스 알아듣는 데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다소 깊이가 있는 문장을 쓰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적어도 초보 작가인 지금은 쉽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연습과 훈련이 먼저란 뜻입니다. 말하는 것처럼 술술 쓸 수 있게 되면, 그 때 가서 나름 철학적인 문장을 써도 늦지 않습니다.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50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228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예비 작가들이 쓴 초고 일부를 화면 상단에 띄워놓고, 그 아래쪽에다 실시간으로 문장을 수정/보완하면서 해설을 덧붙이는 이른바 "라이브 퇴고 쇼"입니다.
글은 잘 쓰는 게 아니라 잘 고치는 거라 했습니다. 그 만큼 퇴고가 중요하다는 뜻인데요. 초고를 어떻게 고치는가 실제로 보고 듣고 연습하는 것이 최고의 퇴고 공부가 되겠지요. 대한민국 유일 "문장수업"을 통해 우리 작가님들 글솜씨가 일취월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특히, "글을 글처럼 쓰는" 습관을 버리고 말하는 것처럼 편안하고 쉽게 쓰는 연습과 훈련을 반복해야 합니다. 말로 하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는 내용인데, 글로 쓰기만 하면 어렵고 복잡하고 이상하게 꼬이는 경우 많습니다. 많이 써 보지 않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글은 좀 특별하게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과 오해 탓에 일어나는 현상임을 잊지 말아야겠지요.
- 심적 고통으로 말미암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 마음이 아파서 잠이 안 온다.
첫 번째 문장은 "글을 글처럼" 쓴 예시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말하듯이 편안하게 쓴 경우이고요. 두 문장의 차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면 오늘부터 당장 독서해야 합니다.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데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이해-회상(상상)-투영-공감"입니다.
제일 먼저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야 하고요. 다음으로 독자 자신의 경험 또는 미래 생각을 해 보는 겁니다. 자신의 입장을 글 내용에 대입시켜 보면서, 끝으로 마음을 여는 것이지요. 다시 말씀드립니다. 쉽게 쓰는 것이 제 1원칙입니다.
많은 초보 작가가 "잘 쓴다, 못 쓴다"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잘"이라는 말에 관한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기 힘들지요.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하나하나 순서대로 잡아가면, 글도 점점 좋아질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