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견디는 힘
대학에 떨어졌을 때 인생 끝난 줄 알았다. '재수생'은 어딜 가도 고개 못 들고, 부모 가슴에 못질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나는 이제 그런 인생 살아야 하는가 보다 생각했었다.
재수 학원 등록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른 아침 학원까지 걸어가는 동안, 새내기 대학생활 즐기는 친구들 보면서 얼마나 자존심 상하고 힘들었던지. 멘탈 다 무너진 상태에서도 간신히 책을 보긴 했었다.
이듬해 대학에 합격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실력으로는 넘보지도 못할 대학과 학과에 붙었다. 한 해 전에 나보다 훨씬 못한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이 오히려 나를 부러워했다. 그 중에는 휴학하고 다시 입시 공부를 시작하는 녀석도 있었다.
딱히 무슨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다. 군에 복무하는 동안 미래를 생각했다. 그래! 사회에 나가서 이도 저도 아니게 방황하지 말고, 그냥 군복 입고 살자! 직업군인으로 살기로 결심하고 장기 복무 신청했다.
똑 떨어졌다. 원래는 군대 장기 지원 항상 미달이라 신청만 하면 붙는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에 IMF 사태라는 복병이 터지고 말았다. 너도 나도 군에 입대하고 장기 신청을 하는 바람에 여러 가지 부족한 나는 전형에서 탈락하고 말았던 거다. 또 한 번 세상 무너지는 줄 알았다. 이제 나는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전역을 6개월 정도 앞두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토익 시험 공부도 하고, 신문을 네 부씩 읽었다. 대기업 서류 전형에 통과했다. 이틀 휴가를 내고 면접도 보았다. 나는 전역도 하기 전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에 당당히 공채로 입사했다. 군 장기 지원 신청에서 떨어지길 천만다행이었다.
돈 욕심에 회사 때려치우고 사업을 시작했다. 실패했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인생 통째로 날려먹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그리고 암 선고까지. 이번에야말로 인생 끝인 줄 알았다.
글쓰기를 만났고, 책을 출간했고, 강의를 시작했다. 그 동안 겪었던 삶의 이야기가 모두 글감이 되었다. 독자들과 수강생들이 나를 응원해주었고,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나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글쓰기 코치로 626명의 작가를 배출했으며, 매일 글 쓰고 책 읽고 강의하면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사업 실패하길 천만다행이었다.
실패할 수 있다. 일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인생이 무너진 것처럼 느껴지고, 나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때도 있다.
딱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이 '끝'은 아니란 사실. 하여, 최근 이어지는 젊은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고 견뎌 볼 것을. 조금만 참으면 전혀 다른 세상이 나타날 텐데. 슬프고 괴로운 현실이다. 안쓰럽고 안됐다.
끝은 없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견디고 버텨야 한다.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게 우리 삶 아니겠는가. 기회는 반드시 온다. 또 다른 인생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영원한 고난도 없고, 영원한 행운도 없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와 같은 삶의 진실이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아무 일 없이 평온할 때는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정신력 강화에 대한 열정도 불 지피지만, 실수하고 실패하고 무너질 때는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니까.
고난과 역경의 순간에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평소 공부하고 자기계발한 내용을 무의식 깊은 곳까지 집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거의 '자동적으로'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에 필요한 진리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태도에 관한 내용을 무의식 깊은 곳에 집어넣는 방법은 무엇인가? 단연코 반복이다. 인간의 뇌는 수차례 반복해서 익히는 내용을 중요하게 처리한다. 그냥 한 번 쓰윽 읽고 넘어가는 내용은 잘 잊어버리지만, 아침마다 읽고 중얼거리고 생각하는 내용은 체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꾸준히'라는 단어가 가장 중요하고 지금 시대 핵심 키워드라고 강조하는 바다. 책도 꾸준히 읽어야 하고, 강의도 꾸준히 들어야 하며,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하고, 목표와 계획에 관한 열정과 의지도 집요하게 키워나가야 한다.
힘든 일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 생긴다. 기쁘고 행복한 일 생겼다고 해서 우울하고 괴로운 일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 힘들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잃은 듯 좌절하고 절망할 것도 아니고, 기분 좋다고 해서 방방 뛰며 세상 다 가진 듯 설쳐댈 것도 아니다.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한 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연습을 반복해야 냉철한 사고를 할 수 있다. 지금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그래서 감정적으로 이러한 반응을 보이고 있구나. 객관화야말로 순간적인 충동으로 일을 그르치는 현상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며, 글쓰기는 객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더 없는 도구이다.
지금 그럭저럭 사는 게 괜찮다면, 겸손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 도울 생각 해야 한다. 지금 힘들고 괴롭다면, 인생 해뜰 날이 반드시 온다는 믿음과 확신으로 의연하게 버텨내야 한다. 누구도 인생에 대해 함부로 단언할 수 없다. 고통과 시련을 넘어 기쁨과 행복을 누릴 날이 온다는 사실 절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