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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 싶을 때는

내가 바라는 게 합당한 것인가

by 글장이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더 많은 이들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그런 바람이 내게는 있다. 나는 이런 나의 소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실제로도 어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목표나 바람을 안고 살아간다. 노력하여 성취하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사람도 많고, 끝내 실패하여 좌절했다가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 뭔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넘어진 상태로 오래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실망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너무 많은 실망과 너무 잦은 좌절과 입만 떼면 흘러나오는 상처와 아픔들. 그 모든 순간이 과연 정말로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쉴 만한 가치 있는가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 거의 초상집 분위기였다. "믿었던 네가 이렇게 우리를 배신하다니!" 뭐 그런 분위기였다.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다. 그래도 대학은 무난히 들어갈 줄 아셨나 보다. 솔직히 난 별 생각 없었는데, 집안 분위기가 워낙 무겁고 음울해서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달 내내 기획하고 주말도 없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작업한 보고서를 팀장에게 제출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처음부터 다시 해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몇 군데 적나라한 지적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난 왜 이렇게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가. 존재 가치의 상실마저 느끼곤 했었다.


친구들끼리 모임을 가졌는데, 그들이 깜빡하는 바람에 나만 연락을 늦게 받았다. 결국 나만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우울하고 화가 났다. '왕따'를 당한 건가.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가. 왜 나만 따돌림을 당하는가. 모임중에도, 모임이 끝난 후에도, 친구들은 전화와 카톡과 문자 메시지로 미안하다 혹은 아쉽다 등의 말을 전했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 경우 중에서 한 가지에만 해당이 되더라도, 그 사람은 자신이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속상한 마음 달랠 길 없다며 소주 한 잔 걸치기도 한다. 냉철하게 돌아보자. 저 세 가지 경우가 참말로 상처인가.


대학입시에 떨어졌으면 한 해 더 공부하면 된다. 더 좋은 대학에 갈 수도 있는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한 해 더 공부해도 되고, 또 안 되면 공부 말고 다른 길을 찾아도 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학벌이 뭐 그리 대수인가. 유튜브에서 짜장면 먹는 걸로도 돈 버는 세상이다. 자신의 길을 찾는 게 중요한 것이지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야만 사람 구실 하는 게 아니다.


팀장이 지적한 것은 '보고서'이지 '내'가 아니다. 보고서는 다시 작성하면 된다. 혼자서 다시 해도 되고, 선배나 동료들과 상의해도 되고, 그래도 안 되면 팀장에게 조언을 구해도 된다. 직장생활에서 보고서 작성은 수시로 해야 하는 일이고, 하다 보면 잘될 때도 있고 아쉬울 때도 있는 법이다.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섭섭한 일이지만, 그것이 하늘이 무너질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실수로 연락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다들 미안하다 사과하지 않았는가. 왕따, 따돌림 등 이런 단어를 떠올리는 것부터가 자기만의 감정 과장이다.


결론은 이거다. 지금 시대 사람들은 상처가 아닌 일을 상처라고 여기는 데 익숙하다는 것.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고치고, 수정하고, 다듬고, 해결하면' 될 일을 마치 가슴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괴로워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그럴 수도 있지. 고치면 되지. 다시 하면 되지. 바꾸면 되지. 그래도 안 되면 다른 일 하면 되지. 상처가 아닌 일을 모두 상처로 간주하면 자신만 괴롭고 힘들 뿐이다. 그것이 상처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내 손에 달렸다.


일단 상처라고 결정해버리면, 두 가지 전제를 인정해야 한다. 첫째,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둘째, 반드시 치유를 해야만 한다는 것. 시작부터 복잡해진다. 앙갚음을 해야 한다는 복수심에 불타오를 것이고, 치유를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휩싸이게 된다.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고, 스마트폰과 SNS 때문에 "FOMO 현상(Fear of Missing Out)"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잠시만 폰을 내려놓고 있어도 자기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두려워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강박은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만 발생해도 '상처와 아픔'으로 간주하는 습성을 초래했다. 세상은 과거보다 훨씬 살기 편해졌는데, 사람은 과거보다 훨씬 약해지고 말았다. 누가 무슨 말만 해도 상처 받았다 하니, 이거 뭐 조심스러워서 한 마디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상처를 주고 받지 않기 위해 나름 배려하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다. 그러나, 상처도 아닌 걸 상처라고 우겨대는 사람들 때문에 모든 말과 행동을 살얼음판 걷듯이 해야 한다면, 당연히 진심은 사라지고 겉만 화려한 껍데기 소통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좋아요'는 많은데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 브랜딩은 많은데 내 이름은 없다. 팔로우는 많은데 진정한 친구는 없다. '팔리는 글'은 많은데 마음이 담긴 글은 드물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상처 받았다고 자신을 유약하게 몰고 가지 말고, 이것이 과연 상처라 할 만한가 냉철하게 물어 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상처는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생겨난다. 그러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바라는 그것이 과연 '마땅하고 합당한 바람인가' 짚어 보는 일이다.


반드시 대학에 붙어야만 한다!

보고서는 반드시 한 번에 통과되어야만 한다!

친구들은 어느 때라도 반드시 내게 연락해야만 한다!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아가니까, 그 단단한 벽에 금이라도 가면 세상 무너질 듯 아픈 것이다. 반드시 어떻게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은 결코 마땅치 않고 합당하지 않다. 세상과 인생은 삼각형과 사각형으로 돌아가지 않고, 물과 연기처럼 형태 없이 움직인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상처의 정도도 다 다르겠지만, 그것이 정말로 상처인가에 대해서는 꼭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며칠 전, 강의 시작할 때부터 조짐이 이상하더니 갑자기 통증이 시작되었다. 작년 5월에 겪었던 끔찍한 고통이 떠올라 순식간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 결국은 다시 그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것인가. 강의 마치기 무섭게 응급실로 달려갔다. 쓰러질 듯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침상에 누워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진정제와 진통제 수액을 맞았다.


순간적인 쇼크로 밝혀졌다. 통증은 줄었고, 신경도 진정되었다. 새벽에 응급실에서 나와 택시를 탔는데, 그 추운 날씨에도 기사한테 양해를 구한 뒤 창문을 열었다.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했다. 나는 웃었다.


상처는 오랫동안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흔적 옅어지며 사라지기도 한다. 어떤 상처는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알아차리지만, 또 어떤 상처는 언제 어디에서 생긴 상처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멀쩡하게 잘 걷다가, 엄지발가락에 상처가 났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발이 아파 절뚝거리기 시작한다. 상처는 상처를 상처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진짜 상처가 되는 법이다. 안그래도 상처 많이 받는 세상인데, 굳이 상처가 아닌 일까지 죄다 엮어 상처로 만들 필요 뭐 있겠는가. 별 것 아닌 일이라 여기고 훌훌 털어버리는 의연한 태도가 상처에 있어 가장 강력한 항생제가 아닐까.


나도 상처 참 잘 받는 사람이다. 상처받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고 쯧쯧쯧, 우리 은대 또 상처받았구나, 에고에고, 토닥토닥" 말해주길 기대하는 습성이 있었던 모양이다. 관심받길 기대하고, 사랑에 목마르고, 인정과 칭찬 갈구하는, 그야말로 약해빠진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지금도 그런 습성이 여전히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믿는 마음이 타인들의 그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점은,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자기 확신이야말로 삶의 동력이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 있어야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남이 뭐라고 하든, 오직 자신의 뜻대로 성큼성큼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 상처? 후시딘 바르고 밴드 한 장 붙이면 금방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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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상처 투성이다. 반평생 살면서 상처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중 대부분은 진짜 상처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아파하고 괴로워했던 그 많은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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