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돕고 세상에 관심 가지는 가치 있는 일
다행히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든이 넘었음에도 아직 노인 우울증 비슷한 증상은 겪지 않고 계십니다. 어쩌면 저 모르게 조용히 두 분이서 극복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어저면 앞으로 그런 상황이 닥칠지도 모를 일이고요.
나이 많은 분들이 우울증이나 고립감, 허무하고 외롭다는 감정을 느낀다는 이야기 자주 접했습니다. 부모님 연세 많아서 관심 가지기도 했었고, 저도 이제 나이 오십 넘었으니 젊은 축에 속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생로병사 어쩔 도리 없지만, 그래도 미리 예방하고 운동이나 식습관으로 막을 수 있는 증상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이듦에 따른 이러한 부정적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라고 합니다.
자기를 초월하는 능력이란,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세상을 향해 관심을 돌리는 것'이라고 하네요. 무기력하고 허무한 마음을 추스리고 여전히 내가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다면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 돕고 세상에 관심 갖는 다양한 방법 있겠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그 중에서도 단연코 글쓰기가 으뜸입니다. 하루 한 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 글에 장착하는 메시지는 어떤 식으로든 독자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친구들의 빠릿한 손놀림을 따라잡기는 힘들겠지만, 삶의 경험과 배움과 깨달음과 지혜의 깊이는 나이 든 사람일수록 더 탁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야말로 이를 잘 표현한 말이겠지요.
물론, 나이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그의 말이 옳다거나 그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 많다는 이유로 사람을 함부로 대하거나 법과 도덕을 우습게 여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이런 얘기는 비단 노인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똑같이 해당되는 말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나이듦에 따라 발생하는 우울증이나 무력감 또는 허무함을 슬기롭게 이겨내거나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여전히 타인과 사회를 위한 어떤 몫을 책임지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가끔 종일 사무실에서 꼼짝도 않고 글을 쓰기도 하는데요. 아무런 육체노동도 하지 않고, 누구를 만난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타인과 세상을 위해 무언가 했다는 뿌듯함과 보람을 가득 느끼곤 합니다. 제가 쓰는 글을 읽는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육체적 힘이 달리고, 두뇌 회전이 예전 같지 않고, 스마트폰 등 신문명을 다루는 능력이 다소 느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거든요. 여든, 아흔, 심지어 백 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새로운 도전 끝에 성과까지 내는 본보기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제가 아직 나이를 덜 먹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다소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 제 또래만 봐도 그렇습니다. 나이 오십 넘어 벌써부터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이 나이 먹고"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 친구 허다하거든요.
오십이든 육십이든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마흔 먹고도 한숨 푹푹 내쉬면 이미 노인이나 다름 없고요. 아흔 넘었어도 배우고 공부하며 다른 사람 돕겠다 팔 걷어붙이는 사람은 젊음보다 낫다 할 겁니다.
좀 느리고 어설프고 부족해도, 글 한 번 써 보길 간절히 권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모두 여든 넘었지만 글도 쓰고 책도 냈습니다. 세상과 타인을 위해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여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직도 집안에서 목소리 크고 당당하십니다.
교도소에 가서 글 쓰라고 하면, "우리 같은 주제에 무슨 글을 씁니까"라고 손사레를 칩니다. 밖에 있는 사람한테 글 쓰라고 하면, "감옥에 다녀오는 정도의 극단의 경험도 없는데 뭘 써야 하느냐"며 고개를 흔듭니다. 젋은 친구한테 글 쓰라 하면, "아직 인생 경험 부족해서" 못 쓴다 하고요. 나이든 어르신한테 글 쓰라 하면, "다 늙어서 무슨 글을 쓰냐"라고 합니다. 저는 도대체 누구한테 글 쓰고 책 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나이, 성별, 직업 등 아무 상관 없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는 초등 6학년부터 나이 칠십에 이른 분까지 두루 책을 출간했습니다. 대학 교수와 박사는 물론이고 구직 활동중인 청년까지 책을 냈고요. 글쓰기/책쓰기 분야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무력감이나 우울증 혹은 인생 허무함 느끼는 분들이라면 더 강력히 추천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되려고 책 쓰는 거 아닙니다. 내 삶의 경험으로 다른 사람 인생 도우려는 거지요. 가치 있고 숭고한 일입니다. 출발선을 넘는 한 걸음이 필요할 뿐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