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상담의 효과
심란할 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심란함의 원인을 뻔히 알고 있지만,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때. 나는 무력감을 느끼며 한숨만 내뱉는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위험하다. 어떤 일을 하는 것도 습관이 되지만, 하지 않는 것도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심란할 때마다 상담사가 된다. 내가 나를 마주하고 상담한다. 그리고 조언을 건넨다. "한숨 쉬지 마라. 내려놓아라. 그 에너지 모아서 너와 너의 삶에 쏟아부어라. 이제, 나이에 어울리는 품격 있는 고민을 하면서 살아라."
이것이 최근에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었다. 상담을 마친 나는 팔을 걷어붙인다. 나는 어떤 문제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게 아니다. 상처라고 생각하는 상처. 그러니까, 내가 계속 상처를 만들어왔던 거다. 이제 그만 벗어나야 한다. 공들여 쌓은 인생이라는 탑을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뜨릴 순 없다. 이제 그만, 방황을 끝낸다.
10년 넘게 많은 사람이 상담을 청해왔다. 바른 답을 제시한 적도 없지는 않지만, 상담을 청해온 이들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는 그저 들어주기만 했을 뿐.
그렇다. 사람은 어떤 고민이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에 관한 답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다만, 누군가 믿을 만한 존재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 답이 맞다는 확신을 갖고자 할 뿐이다. 내담자가 "맞느냐?"라고 물을 땐 "맞다!"라고 답하면 되고, "틀린 거 아니냐?"라고 물을 땐 "틀렸다!"라고 답하면 된다.
그러니, 심각한 문제와 고민을 안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 몰아세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돈이 없으면 당장 돈 버는 일을 하는 것이 고민하는 것보다 낫고, 누군가 나를 미워하면 나도 미워하면 그뿐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각자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돌아서면 그만이다. 말 참 쉽게 한다 싶겠지만, 인생이 원래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나만 좋아해 주길 바라던 때가 있었다. 그들이 나 말고 다른 쪽에 관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실망하고 좌절했었다.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화도 내 보고 못된 소리도 해 보고 얼르고 달래기도 해 보았다.
싹 다 쓸모없는 짓이었다. 사람 마음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 좋아하는 거다. [자이언트] 좋아하는 사람은 [자이언트]에 몰입하는 것이고, 다른 모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모임에 충성하며 사는 거다.
나 좋다고 오는 사람 막을 필요 없고, 다른 사람 좋다며 떠나는 사람 붙잡을 이유도 없다. 나는 그저 나를 믿고 내게로 오는 사람들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들만을 위해 나누고 주면서 오직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면 되는 거다.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땐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진다. 인생 절반쯤 살아 보니, 사람이 정말로 힘들 땐 기댈 곳이 없더라. 어깨를 내어줄 거라 믿었던 사람들도 내가 힘들 땐 귀신 같이 알아채고 떠나더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바라지 말아야 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란 말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사랑? 가족? 친구? 글쎄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못되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럴 듯한 사랑과 우정과 애틋함 따위 현실에서 만난 적 없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저 웃으며 농담이나 주고 받는 것이 사람 관계의 전부더라. 아픈 얘기 꺼내면 골치 아프고, 눈물 흘리면 갱년기이고, 조금만 싫은 얘기 꺼내면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5년도 아니고 1년도 아니고 불과 며칠만 쏘아붙여도 사람 정 다 떨어내는 게 인간이다.
어떤 문제와 고민으로 심란할 때,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나에게 상담을 하게 된다. 누구나 사고의 한계를 지니고 있게 마련이어서, 스스로 상담한다 하여 무조건 지혜로운 답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전에 하던 걱정과 근심의 정도가 낮아지고, 심란했던 마음 진정 되는 것은 사실이다. '치유의 글쓰기'란 말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마음 아픈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좋아지는 경우 있긴 했지만, 예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괴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고 권한다. 적어도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알게 되면,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조금은 깨닫게 되는 법이니까. 글쓰기를 통해 셀프 카운셀러가 되는 것도 지금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살아가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감옥에 있었을 때, 내게 무슨 논리가 있었고 체계가 있었으며 명확성과 구체성이 있었겠는가. 하루하루 연명하며 세월만 보내는 게 전부였다. 입에서는 한숨이 떨어질 날 없었고, 심장은 갈기갈기 찢어져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우연인지 행운인지 나는 그때 글쓰기를 만났다. 기분을 썼고 감정을 썼고 분통을 터트렸다. 어떤 존재가 나의 이야기를 고요히 들어준다는 사실이 이토록 위로가 되고 든든한 줄 처음 알았다. 잘난 지식으로 섣불리 위로하려 들지 않았고, 똑바로 살라며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백지는 귀기울여 들어주기만 했고, 까만 글자는 나를 대신해 분한 마음을 쏟아내 주었다.
심란하고 괴로울 땐 옳고 그름이 문제 되지 않는다. 마음의 진정이 먼저여야 하고, 호흡부터 골라야 한다. 잔잔해져야 머리가 맑아진다. 머리가 맑아져야 생각과 판단과 선택과 결정도 가능해진다. 글쓰기는 그래서,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말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부딪친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참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겸손해진다. 가끔 욱하고 뭔가 치밀어오를 때 있다. 나는 그것이 상황의 악화나 문제의 발생으로 보지 않는다. 글을 더 많이 쓰지 못한 탓이다. 그럴 때마다 노트북 앞에 앉는다.
2월 15일부터 시작된 방황과 갈등.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뿌옇게 일어났던 마음속 흙탕물이 아직 다 가라앉지 않았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저릿하다. 모진 시련 다 겪고 여기까지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로 다시 무너지고 있다.
간신히 글과 책을 붙잡고 있다. 다시 일어설 거란 사실을 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뿐.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무언가를 향한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그 집착에 쏟아붓던 에너지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힘이 난다. 이제, 내 삶에 집중해야 할 때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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