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도 노력해야 합니다

살 맛 나는 세상을 위하여

by 글장이


지난 금요일, 공저 계약 건으로 서울 다녀왔습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저녁 8시 대구행 기차에 올랐지요. 금요일이라 좌석이 모두 매진되어 특실로 끊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 읽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되었는데, 마침 제 자리에는 콘센트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기차가 막 출발한 직후, 앞 좌석에 앉은 아주머니가 일어서서 말을 겁니다.


"제가 급해서 그런데, 콘센트 좀 쓸 수 없을까요?"


좌석에 장착된 콘센트가 공용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미 내가 먼저 사용 중인데 내 것을 빼고 자기 것을 쓰겠다는 의도가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급하면 그럴까 싶어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네, 먼저 쓰세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콘센트를 사용하도록 기꺼이 양보해 주었는데, 그 아주머니 한 마디 인사도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라도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 당황스러웠지요.


대구까지 오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별 것도 아닌 짧은 인사 한 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이토록 어수선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구나. 물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도 될 문제입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수도 없이 '감사'가 넘쳐나고 '감사'를 강조하는 세상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지요.


둘째, 만약 그 아주머니가 저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제 기분이 아주 좋았을까요? 아닐 겁니다. 당연하게 여겼겠지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감사를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습성이 있습니다.


감사를 표현할 때는 일상처럼 해야 합니다. 감사를 받을 때에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감사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야 하고요. 다른 사람이 내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축복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거칠고 투박한 세상입니다. 내가 받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내가 주는 것은 온갖 생색을 내려 하지요. 상처와 아픔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받으려고만 하고 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질투와 시샘과 분노와 괘씸한 감정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하루를 근사하게 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감탄사를 자주 사용하는 겁니다. 우와! 세상에! 대단해! 이런 감탄사를 입에 달고 살면 하루가 충만해집니다. 감탄 잘 하면 가벼워 보인다며 마땅치않게 보는 사람도 있는데요. 큰 착각입니다.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감탄하면, 감탄할 만한 인생이 만들어집니다.


둘째, 세상은 최악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죠.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 어쩌다가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 만나게 되면, 그 사람 두 손 꼬옥 잡고 행복하다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세상이란 기대 속에서 살면 매 순간 실망하게 됩니다. 험난한 세상 받아들이고 살면, 그래도 아름다운 사람 있다는 사실에 살 만하다 싶을 겁니다.


셋째, 관심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기차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말과 행동에 관심이 없었다면, 아마 이런 글도 쓰지 못했을 겁니다. 일상 곳곳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면, 글감도 생기고 생각할 거리도 생깁니다. 관심은 하루의 밀도를 높여줍니다.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준다는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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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도 노력해야 합니다. 감사할 일이 생길 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감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누군가 내게 감사를 표현한다면 그의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가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이죠.


내가 하는 감사는 당연합니다. 타인이 내게 하는 감사는 축복입니다. 모질고 험한 세상을 살 맛 나는 곳으로 바꿔주는 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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