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반짝일 때가 있다

작지만 소중한 순간

by 글장이


돌아가신 장모님이 입원해 계실 때, 어린 아들과 병원 앞마당을 걸었던 적 있습니다. 달이 커다랗게 떴고, 그 아래에서 우리는 두 손을 모았지요. 외할머니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툭 던지는 아들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안 될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린 아들의 한 마디에 희망 같은 걸 품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날 밤 아들은, 달빛 아래에서 환하게 빛이 났습니다.


막노동 현장에서 인연 맺은 형들이 몇 있습니다. 도박 빚 때문에 인생 망가진 사람도 있고, 처음부터 막장 인생이었다는 사람도 있고, 몸으로 하는 건 뭐든 잘 한다며 잘난 척하는 사람도 있었지요. 소주 한 잔 앞에 놓고 대화를 시작하면, 그들의 입에서는 때로 한탄이 쏟아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엄청난 영웅담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그들은 햇볕 아래 땀 흘리며 일할 때 가장 빛이 납니다.


막장 인생이지만, 가족을 위해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표정만은 늘 밝았습니다. 그리고 당당했고요.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정직한 삶. 하루살이 인생이 아니라, 하루하루 빛나는 인생입니다.


지난 6년 동안 북 컨설팅 진행하면서 수많은 사람 만났습니다. 글쓰기/책쓰기 외에도 다양한 사연들로 상담을 진행했는데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세상에는 별 일이 다 있구나. 기구한 인생도 참 많구나. 그럼에도 다들 이렇게 견디고 버티며 살아가고 있구나.


인생 전체는 놓고 보면, 뭐 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는 듯합니다. 평범하다못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도 아니고, 돈 많이 벌지도 못했고, 이름 떳떳하게 올려놓은 적도 없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옵니다.


하지만, 작은 순간 하나하나 살펴보면 분명 빛나는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 아들이 외할머니의 쾌유를 비는 순간, 막노동꾼들의 땀이 햇살에 비치는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냈음을 느끼는 순간, 순간들......


누구나 반짝일 때가 있습니다. 그 빛이 작고, 빛나는 순간이 짧다 하더라도, 내 삶이 반짝였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순간을 기억해야 합니다. 작지만 소중했던 순간들. 바로 그 찰나의 시간이 우리를 살아가게 해 주는 힘이 되는 것이죠.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괴로운 와중에도 희망이란 걸 품을 수 있었고요. 어떻게든 살아냈다는 보람과 희열도 있습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름답고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토록 귀한 반짝임을 쉽게 잊고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글을 쓰면, 삶의 조각들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습니다. 문자로 적어 남긴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쓰는 과정에서 가슴에 새긴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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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역경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반짝이지 않는 사람도 없는 법이지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람 만났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다 싶은 인생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리고 살아갈 만한 이유는, 작지만 반짝이던 순간이 존재하는 덕분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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