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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존재

감정 쏟아내지 말고, 보고 듣고 체험한 내용 옮겨 적기

by 글장이


"그녀는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철수는 나를 시기하고 질투했다."

"할머니는 집에 가만히 있는 걸 좋아했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아닌 타인의 감정을 쓰게 될 때가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녀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건 혹시 나의 착각 아닐까요? 철수가 나를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건 나만의 오해 아닐까요? 할머니는 과연 정말로 집에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할까요?


제가 이렇게 질문하면, 글을 쓴 사람은 아마 자신의 말이 맞다며 증거를 댈 겁니다. 네, 바로 그겁니다. 방금 주장한 그 증거를 써야 합니다.


"그녀는 나를 향해 눈을 흘기더니 가방을 집어들고는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철수는 내 가방을 보며 짝퉁 아니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온 식구가 외출할 때마다 '난 그냥 집에 있을란다'라고 말씀하셨다."


독자는 작가의 감정 설명을 듣기 위해 책을 읽는 게 아닙니다. 독자는 자신도 작가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느껴 보기 위해 독서하는 것이죠. 글 쓰는 사람은 감정을 설명할 게 아니라, 감정 느낀 그 순간을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오감, 대화, 풍경, 분위기, 표정, 날씨 등 독자로 하여금 바로 그 현장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글 쓰는 게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하는 겁니다.


"기분 나빴다"라고만 쓰면, 작가는 얼마나 쉬운가요. 반면, 독자는 이 짧은 한 토막 말을 해석하기 위해 별별 추측과 짐작을 쥐어짜내야 합니다. 저 같으면 당장 책 덮고, 그 작가의 글 다시는 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46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240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감정 단어로 쉽게 쓰지 말고, 보고 듣고 체험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작가는 보여주고 들려주는 사람입니다. 작가는 간접 체험을 시켜주는 존재입니다.


글쓰기 경험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글을 쓸 때마다 자기 감정을 토해내려는 습성 있습니다. 그 만큼 내면에 쌓인 감정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허나, 독자는 작가의 감정배설을 고스란히 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독자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사람이지요.


작가는 독자가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을 만한 근거와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감정을 쏟아내지 말고 팩트를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을 보았는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가. 무슨 말을 했는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했는가. 덤덤하게 있는 그대로 옮겨 쓰는 연습과 훈련을 부지런히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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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문장수업을 통해 우리 작가님들 글 쓰는 방법에 관한 공부를 꾸준히 지속하고 있습니다. 당장 글 잘 쓰는 것도 중요하고, 베스트셀러 출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글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인지, 본질부터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 중년의 품격!! <나이 오십은 얼마나 위대한가>

이은대 열 번째 신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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