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감정, 메시지
글을 쓰고 싶지만 막상 노트북 마주하고 앉으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은 분명 있는데, 그것을 글로 풀어내려고 하는 순간 모든 생각이 정지되는 것 같다고 하지요.
누군가는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다가 이내 창을 닫고, 또 다른 사람은 한 줄 쓰고 다시 지우기를 반복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글쓰기는 '잘 쓰는 것'보다 '쓰는 것 자체'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책상 앞에 앉습니다. 멋진 문장을 써야 할 것 같고, 누가 읽어도 감탄할 만한 표현을 써야 할 것 같고, 한 편의 '작품' 같은 완성도를 갖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할수록 손은 점점 느려지고 머릿속은 복잡해집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딱 세 줄만 써 보는 거지요.
‘세 줄 에세이’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놀라울 만큼 효과적입니다. 처음부터 길고 멋진 글을 쓰려는 욕심을 버리고, 딱 세 줄이면 된다고 마음을 놓는 순간 글쓰기 문턱이 훨씬 낮아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세 줄이 어떤 내용이냐보다, 그 세 줄을 내가 ‘썼다’는 사실입니다. 첫 줄은 ‘내가 오늘 무엇을 느꼈는가’를 담으면 됩니다. 둘째 줄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가’를 써보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하고 싶은 말 한 마디’를 정리하는 거지요.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나를 들여다보는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한 번 써 볼까요?
“오늘 아침, 버스를 놓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요즘 나는, 조급하지 않은 내가 좋습니다.”
이처럼 아주 짧은 세 줄이라도, 그 안에는 ‘사건’, ‘감정’, ‘나’라는 요소가 다 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에세이의 핵심입니다. 어떤 거창한 주제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문학적인 표현 없어도 괜찮습니다. 핵심은, 이 세 줄 글이 ‘내가 느낀 나의 삶’에서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에 끌립니다. 에세이는 결국 삶을 있는 그대로, 자기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에서 시작됩니다.
동네 지나다니는 고양이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동물원 가서 호랑이 봐도 제대로 된 글 쓰기 힘듭니다. 천 원짜리 한 장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은 큰돈 모으기 힘들지요. 세 줄 에세이 쓰기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코웃음치는 사람은 한 편의 에세이도 쓰기 힘들 겁니다.
아직은 우리, ‘잘 쓰는 법’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쓰는 법’을 먼저 익히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글을 못 쓴다는 말 속에는 대부분 ‘솔직하게 쓰지 못한다’는 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내가 겪은 일, 내가 느낀 감정, 내가 마주한 하루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출발점입니다.
오늘 어떤 이유로 서운함을 느꼈다면, 그 감정을 써 보는 거지요. 이유를 설명해도 좋고,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운했다’는 감정 그 자체만으로도 글이 됩니다. 일단 쓰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많은 사람이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말과 아주 닮아 있습니다. 친구에게 말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문장을 짜서 말하지는 않잖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감정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지요. 글쓰기도 그렇게 시작하면 됩니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천천히 써 내려가는 겁니다. 그렇게 한 줄씩 쓰다 보면 어느새 문장이 되고 글이 됩니다.
에세이는 논술이 아닙니다. 논문도 아닙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글도 아닙니다. 정답이 있는 글도 아닙니다.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 감정, 자신의 하루가 글이 되는 장르니까요. 오히려 많이 '아는' 사람이 더 못 쓰기도 합니다. 완벽한 문장을 쓰려다 보니 진심이 빠지고, 겸손이 빠지는 거지요.
글쓰기 수업 때마다 강조합니다. "잘 쓰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당신의 삶을 그대로 꺼내 종이 위에 옮겨 보세요."
세 줄로 시작한 글이 하루 지나면 여섯 줄이 되고, 일주일 지나면 한 편의 에세이가 됩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쓸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글쓰기에는 기적이나 비법이 없습니다. 하루아침에 잘 쓰게 되는 비결 따위 존재하지 않습니다.
책상 앞에 꾸준히 앉는 사람이 글을 잘 쓰게 됩니다. 하루 10분이면 충분하지요.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 나올 때까지 휴대폰에 써도 됩니다. 지하철 안에서 메모장에 써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매일’ 써 보는 겁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이죠.
사람들은 자꾸 ‘좋은 문장, 멋진 문장’을 쓰려 합니다. 그러지 말고, ‘좋은 마음’을 담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이 좋은 글이 결국 좋은 글입니다. 문장이 아무리 멋져도 마음이 없으면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투박하고 서툴러도 진심 느껴지는 글이어야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
사람은 감동적인 문장보다,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글에 더 끌립니다. 그래서 ‘잘 쓰는 글’보다 ‘가까이 가는 글’을 써야 합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세 줄입니다. 세 줄 정도는 있는 그대로, 진심 담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글 잘 쓰는 사람 없습니다. 누구나 다 초보 작가 시절에는 긴 문장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가 또 지우는 시간 거쳐왔습니다. 꾸준하게 쓰다 보니 어느 날부터 ‘길게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 생겼을 테고, 그런 후부터 글쓰기가 편해지는 거지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나를 솔직하게 꺼내기 위해’ 쓰는 글이 되었을 때, 독자들이 공감해 주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제가 에세이를 꾸준히 쓰는 힘이 된 거지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거창한 수업이나 자격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하루에 단 세 줄,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써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처음엔 어색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쓴 글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원래 다들 그렇게 시작하는 겁니다. 내가 나를 조금씩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시작하여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태어납니다.
별 일 없이 지나가는 날도 있을 수 있지요. 특별한 날보다 아무 일 없는 날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날에도 그냥 솔직하게 써 보는 겁니다.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가끔은 이런 하루도 좋습니다.”
이런 글도 훌륭한 에세이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입니다. 감정을 담고, 생각을 담고, 삶을 담는 것. 그 모든 시작은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글 쓰고 싶지만 두려운 사람들에게 이 글이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잘 쓰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의 자기 모습, 지금의 자기 수준에서 그대로 써도 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세 줄씩 써 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기만의 에세이가 완성되어 있을 겁니다. 첫 문장을 쓰세요. 세 줄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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