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렇게 살아갑니다
짧은 기간에 수술을 몇 차례나 받고, 완치된다는 보장도 없이 계속 주의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의사 말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멀쩡하게 잘 살 때는 몰랐는데, 나이 먹고 한 군데씩 고장 나기 시작하니까 그게 얼마나 짜증 나던지요.
근육이 빠지고 팔다리가 가늘어지니까 아주 보기가 싫어지더군요. 한창인 나이 때는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척척 붙지만, 오십 넘어가면 여간해도 근육이 잘 붙지 않거든요. 옷을 입어도 영 엉성하고, 오래 서 있거나 산에 오르면 다리가 많이 뻐근합니다.
몸 속에 염증이 많아서 그런지 얼굴에 자꾸 뾰루지 같은 게 납니다. 남자 얼굴에 뭐 좀 난다 해서 큰 문제라 여기지는 않고 살았는데요. 온라인으로 강의를 시작한 후로는, 모니터에 상처만 비치는 것 같아 신경 많이 쓰였습니다.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린다 해도 더 티가 많이 나기만 했습니다.
늙고 병들고 아프고 죽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세상 사람 다 똑같습니다. 예전과는 다른 건강 상태와 점점 약해지는 모습, 여기저기 고장 나기 시작하는 저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사무실에 출근해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강의자료도 만듭니다.
마음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루를 온전히 살지 못할 정도로 아프거나 불편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겁니다. 세월 가고 나이 듦에 따라 펄펄 끓던 청춘과는 다르게 쇠약해지는 것은 어쩔 도리 없는 일입니다. 운동 꾸준히 하고, 병원 치료 잘 받고, 좋은 생각 많이 하면서, 그렇게 사는 거지요.
어렸을 적 놀다가 넘어져 무릎팍 깨졌을 때, 외할머니가 된장을 무릎에 척 발라놓고는 이제 곧 나을 거다 하시던 말씀 떠오릅니다. 요즘 같았으면 들쳐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무슨 큰일 났다는 듯 안절부절하는 부모 많을 테지요. 우리 어렸을 적에는 다들 그렇게 된장 바르고 다시 뛰어놀고 하면서도 잘만 컸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쓸 만한 주제나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때 많습니다. 시작할 때 했던 생각이 쓰는 동안 엉켜서 글이 산으로 가는 때도 있지요. 분량 채우기 힘든 날도 있고, 글 쓸 시간 내기가 어려운 날도 있으며, 남편과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글쓰기 집중하기 힘든 날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가 내가 가는 길을 가로막을 때,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이유를 대단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 있지요. 그 무엇이든 내가 가는 길을 막는다는 사실 용납하지 말아야 하는데요. 뭐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마치 쓰지 않을 기회 기다린 사람마냥 펜을 놓아버리는 것이죠.
그냥 쓰는 겁니다. 온갖 일 다 생깁니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지요. 이런 일 저런 상황 다 핑계삼고 이유 대면 글 쓸 수 있는 날 며칠이나 되겠습니까. 사람마다 상황 다르겠지만, 세상에는 글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사람 많습니다. 건강 잃은 사람도 있고, 몸 불편한 사람도 많고, 먹고 살기 바빠서 글쓰기 따위 생각지도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저 보고 꼰대 같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나이 들고 얼굴에 주름지고 여기저기 고장나는 현상들. 이거 뭐 어찌하겠습니까. 젊어지는 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프지 않고 늙을 수 있는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세월 지나면 젊었을 때보다 기력 빠지는 게 당연한데, 아등바등 안간힘 쓰면서 부정해 봐야 뭐가 달라지느냐 이 말이지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일상에는 매일 매 순간 별일 다 생기게 마련입니다. 문제는 쉴 새 없이 일어나고, 감정은 수백 번 오르락내리락하고, 사람들과의 갈등 잠시도 잔잔할 날 없지요. 이게 우리 인생인데 뭘 어쩌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앉아 글 쓰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꼰대 같은 생각이 아니라,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순탄하기만 한 인생은 없습니다. 당장 오늘 하루만 살아 봐도 별일 다 생길 겁니다. 그런 온갖 일 때문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 그런 온갖 일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걸음 또 앞으로 나아가는 거지요. 지금껏 살아온 인생살이에서도 몸과 마음 간신히 버티고 견딘 상황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덕분에 우리는 지금 만큼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고요.
지금까지 여기까지 살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했다는 증거입니다. 칭찬 받아 마땅하고 존중 받을 가치 더 없지요. 어떤 일이 생기든 물러서고 포기할 이유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지는 것도 습관이라 자꾸만 핑계와 변명을 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물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반면, 극복도 습관입니다. 사소한 문제들 해결하고, 힘들고 어려운 순간 참아내고, 조금 뭐하다 싶을 땐 된장 척 바르고 다시 일어서면 됩니다.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암 환자. 저 정말로 인생 끝나고 죽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살아 보니까 또 살아지더라고요. 그 많은 고통과 시련도 다 이겨냈는데, 오늘을 못 견딜 이유 없겠다 싶어서 또 살아가는 겁니다.
힘들지요. 더 잘하고 싶고, 나도 내 인생 멋지게 한 번 만들어 보고 싶고, 몸도 마음도 내 뜻에 잘 따라주길 기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꽃길'이란 말도 나왔을 테고요. 중요한 건, 누구의 인생도 꽃으로만 장식되어 있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자갈밭도 나타나고 가시밭길도 걷고 분하고 원통하고 온통 내 마음 몰라주는 사람 천지인 것만 같고. 네, 맞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옆에 있는 사람 한 번 돌아보는 여유 가지면 좋겠습니다. 나도 힘들지만, 옆에서 땀 흘리며 뛰는 사람 보면 다 같은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는 겁니다.
군에서 훈련 받을 때, 나 힘든 것에만 빠져들면 견디기가 어려운데요. 같이 훈련 받는 전우들 돌아보면서 내가 조금 더 챙겨주어야겠다 마음먹는 순간부터 훨씬 덜 고됩니다. 마음을 내면 견디기 수월하다는 뜻입니다.
힘 빠진 사람한테 힘 내라는 소리 하면 안 된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제가 과거 아주 힘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힘을 내게 된 동력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가장 많이 기억 나는 건, 누군가 곁에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친구든 가족이든 누가 됐든, "네 곁에 있을게"라는 말이 큰 힘이 되었던 기억 납니다. 그렇지요. 별별 위로의 말 다 건네도 '네가 내 상황에 대해서 뭘 알아'라는 삐딱한 마음만 생겨났었는데요. 그냥 곁에 있어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땐 어쩜 그리도 든든하던지요.
세상이 다 등을 돌린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이들이 늘 곁에 있게 마련입니다. 단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그것이 내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그러니, 시련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주변 사람들부터 돌아보는 것이 도움 될 겁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래서 다시 힘을 내는 거지요.
아주 오래 전에 '무쏘'라는 차를 몰고 다닌 적 있습니다. 10년 훌쩍 넘은 중고차였는데요. 여기저기 털털거리고 잦은 고장 있었지만, 제가 넘겨받은 후로도 10년 넘게 탔습니다. 수리하고 땜빵치고 갈아가면서, 그냥 그렇게 사는 겁니다. 문제 없습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애쓰지 말고, 그냥 그렇게 사는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 책쓰기 무료특강 : 6/24(화) 오전&야간
- 신청서 :https://blog.naver.com/ydwriting/223900233231
★ 이은대 전자책 출간 <포커스 코어>
- 도서구입 바로가기 :https://ydwriting.upaper.kr/content/1192289
★ 이은대 열 번째 개인저서 출간 <나이 오십은 얼마나 위대한가>
- 도서구입 바로가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6210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