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고 어렵고 힘들고
매일. 그렇습니다. 매일입니다. 저는 매일 글을 쓰고, 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난 망했다. 글쓰기 재능은 모두 고갈되었다." 라고 말이지요. 현재 일곱 번째 책 퇴고 중입니다. 여덟 번째 책 초고를 쓰고 있고요. 지금까지 총 여덟 권의 책 원고를 집필하면서, 매일, 망했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책쓰기 무료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끝날 무렵에 수강생 한 분이 질문했습니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땐 어떻게 하냐고 말이죠. 이론적인 설명과 예시를 덧붙여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마친 후 마음 속에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막히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도 '술술 써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3년 쯤 전 여름이었습니다. 밤에 잠을 자다가 깼지요.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아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치과로 달려갔습니다. 잇몸 내부 신경에 이상이 생겨 뽑아야 한다더군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너무 아팠기 때문에 당장 뽑아달라고 했지요.
간단한 줄 알았습니다. 마취하고 뽑아내면 그 뿐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다른 사람과는 달리 뿌리가 깊어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나중에 의사한테 들었습니다. 아무튼, 마취 후에 생니를 뽑아내는 과정은 돌이키기도 싫을 만큼 기분 나쁜 경험이었습니다.
10년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저는 생니를 뽑아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머릿속에서 글감을 뽑아내고, 썩 괜찮은 문장을 뽑아내고, 독자들이 감탄을 자아낼 만한 글을 뽑아내기 위해 갖은 애를 씁니다.
생니를 뽑아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면서도 저는 대체 왜 글을 쓰는 것일까요? 뽑아내고 나면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희열과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를 뽑고 나면 시원하기만 하지만, 글을 뽑고 나면 내 기분 시원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생을 낭비하며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술을 퍼마신 이유는, 취해 있으면 마냥 좋았기 때문입니다. 술이 깨고 나면 엄습해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딜 수 없었고, 그래서 다시 술을 퍼마시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지요.
글 중독은 전혀 다릅니다. 쓰는 과정에서 힘들고 어려운 점 분명 있지만, 그 모든 고통과 압박은 충분히 견뎌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글 쓰기가 쉽다거나 만만하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가끔 있는 모양인데, 참 재수없는 경우지요.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0년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글을 쓸 때마다 막막하고 힘들고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생니를 뽑아내는 심정이라고 했겠습니까. 그러니, 이제 막 글 쓰기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어렵고 힘든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쉽고 빠른 방법을 찾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글을 잘 쓰기 위한 비법이나 묘법 또는 지름길 따위는 없습니다. 헤밍웨이가 살아 있다면, 아마 저와 똑같은 말을 했을 겁니다.
중국 송나라 사람 구양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다독, 다상량, 다작이 그것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전 세계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정도로 유명한 말이기도 합니다. 얼핏 보면 심오한 정답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 말 만큼 두루뭉술한 표현도 없습니다. 맞습니다. 지름길 없다는 뜻입니다. 부지런히 독서하고, 깊이 생각하고, 닥치는대로 써 보는 것. 이것이 유일한 글쓰기 비법입니다.
이 짧은 포스팅 한 편을 쓰면서도 몇 번을 고치고 다듬고 다시 읽어 봅니다. 그래도 맞춤법과 띄어쓰기 오류가 또 나오곤 합니다. 그러니 책 한 권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요.
그럼에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오늘 밤 특강을 마친 후에도 글을 쓸 것이며, 내일 새벽 4시에 눈을 뜨면 글을 쓸 것이고, 모레도, 그 다음 날도,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쓸 거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작가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