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들
글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과거에 경험한 일입니다. 둘째, 오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나 상황입니다. 셋째, 미래 목표나 계획입니다. 첫 번째 내용인 과거 이야기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테지요.
10년 전에 있었던 일을 지금 시점에서 '다시' 쓰면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고 깨우치고 통찰하여 앞으로의 삶에 더 나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 바람직한 글쓰기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목표와 계획을 설계하면서 의지를 다지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관한 큰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막연히 머리로만 상상하는 것보다는, 하나하나 글로 적으면 훨씬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내일을 그려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과 지금에 관한 글을 주로 써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 지금 나의 감정, 지금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 지금 나의 상태와 상황, 지금을 견디고 이겨낼 힘을 얻는 방법 등에 관해서 말이죠.
과거를 쓰는 것도 중요하고 미래를 쓰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과거를 쓰면서 성찰하고 재해석하여 상처와 아픔에서 벗어났습니다. 미래를 설계하고 꿈과 희망을 적으면서 힘든 시간을 버텨냈고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오늘과 지금에 관한 글은 많이 쓰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언제나 오늘과 지금입니다. 오늘을 잘살면 과거도 미래도 좋아지는 것이지요. 그렇게 본다면, 일기처럼 오늘을 기록하는 습관이야말로 내 삶을 본질적으로 더 낫게 만드는 도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쓰려는 많은 초보 작가들이 시작부터 과거로 거슬러올라 갑니다. 자기 인생에서 뭔가 대단한 경험을 찾고, 그럴 듯한 모험담을 풀어내고,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 듯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책이라는 게 원래 '대단하고 멋진' 이야기를 써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한 탓이지요.
10년 넘게 글을 쓰고,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바가 있는데요. 멋지고 대단하고 훌륭하고 끝내주는 이야기보다, 어제와 오늘 일어난 일상 사소한 이야기가 훨씬 더 가슴에 와닿는다는 사실입니다.
화성에 다녀와서 뭔가 깨달은 이야기는, 그런 정도의 경험을 했으니 대단한 깨달음을 얻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생각 되는 것이고요. 동네 편의점에 다녀오면서 뭔가 깨달은 이야기는, 이렇게 사소한 경험에서도 인생 철학을 뽑아낼 수 있구나 감탄하게 되는 겁니다.
강의 시간에 수강생들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어제 뭘 했습니까? 오늘은 무얼 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수강생들은 고개를 약간 들고 허공을 바라보면서 어제와 오늘 자신이 무엇을 했는가 생각하며 답합니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고 대수로울 것도 없고 별 볼 일 없었던 하루였는데요.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나오고 의미가 부여되고 가치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소중한 하루를 글을 쓰면서 되찾는 기분입니다.
어제와 오늘 속에 우리 인생 다 들어 있습니다. '나'란 존재의 철학과 가치관과 정체성도 그 안에 다 스며 있습니다. 과거를 쓰는 이유는, 오늘의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 뿌리를 찾는 것이고요. 미래를 쓰는 이유는, 오늘의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리하는 것이지요. 결국은 오늘의 '내'가 모든 글의 중심이란 뜻입니다.
글감을 찾으려 애쓰고, 주제를 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초보 작가들 많습니다. 참한 글감과 주제가 어제와 오늘 속에 다 들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내가 만난 사람들, 오늘 나에게 일어난 일, 어제 먹은 점심, 오늘 찾은 장소, 어제 본 것들, 오늘 들은 것들....
대단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찾길 바라지만, 사실은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이 가장 위대합니다. 그 일상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고, 그 소소한 시간이 모여 삶을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잘사는 사람이 인생도 잘사는 겁니다. 지금을 바르게 사는 것이 삶을 바르게 만드는 길입니다. 오늘과 지금을 허투루 여기면서 인생이 좋아지길 바라는 것은,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성적 좋아지길 바라는 욕심과 다를 바 없습니다.
딱히 뭐라 할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보냈는데, 대체 뭘 쓰라는 거야?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거라 생각 됩니다. 의미는 이미 존재하거나 외부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부여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아니라 여기면 아무 의미도 생기지 않고요.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그 순간부터 특별해지는 거지요. 먹구름이 몰려왔다 사라지는 하늘을 보면서, 인생에도 맑은 날 올 거란 희망 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쓰면, 이것이 바로 나만의 특별한 메시지가 되는 겁니다.
오늘과 지금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나의 감정 등을 무시한 채, 과거와 미래에 관한 글만 쓰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글이라는 게 여러 가지 의미 있겠지만, 이왕이면 오늘과 지금의 문제와 고민을 풀어내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요.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 저의 과거와 오늘과 미래를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글쓰기 가장 큰 효과가 아닐까요. 반평생 한 번도 저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글을 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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