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책임
한 편의 글을 다 쓰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또 해냈다는 성취감, 끝냈다는 후련함, 좀 더 잘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 독자들 반응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교차되는 것도 글 쓰는 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글을 쓰든 다 쓰고 나면 반드시 자신이 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자기가 쓴 글을 '끝냄'과 동시에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블로그나 일기 등 책으로 출간하지 않는 글에 대해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우 허다한데요. 이런 식으로 '한 번 쓰고 나면 끝'이라는 사고방식으로 글을 쓰면, 아무리 오랜 시간 써도 글이 좀체 늘지 않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 무조건 잘못된 부분을 찾게 됩니다. 그것이 문법이든, 문맥이든, 메시지든, 구성이든, 뭐가 됐든 간에, 무조건 '상당한 부분' 잘못되었음을 찾게 되는 것이죠.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이 쓴 글을 읽었는데, 아무 잘못된 부분을 찾지 못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첫째, 눈이 잘못되었든가. 둘째, 과도한 자기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든가. 셋째, 아예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든가.
오늘 쓴 글을 내일 다시 읽어 보면, '이 부분은 이렇게 쓰는 편이 더 낫겠다' 하는 부분을 반드시 찾게 됩니다. 그런 인식이 다음 글을 쓸 때 조금씩 반영되는 것이죠. 글쓰기 실력은 이렇게 향상됩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을 때는 반드시 두 가지 방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정독이고요. 다음으로는, 완독입니다. 첫 줄부터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하나하나 뜯어먹듯이 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는 목적은, 독자가 내 글을 읽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나조차 내 글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독자도 내 글을 깊이 읽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이런 가정을 하고서 내 글을 대해야 합니다. 내 글의 가치를 내가 먼저 알아줄 때, 세상도 내 글을 인정하는 법이지요.
잘못된 부분을 발견한다고 해서 무슨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블로그에 이미 발행한 글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하여, 그것을 일일이 뜯어고칠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의 글을 읽는 이유는, 다음 글의 개선을 위함입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초보 작가는 글을 빼어나게 잘쓰는 편이 아니라서, 다 쓰고 나면 글 자체보다는 해냈다는 뿌듯함이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겨우 다 끝냈는데, 처음부터 다시 자신의 글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읽고 쓰는 습관이 완전히 자리잡아, 그것이 일상인 사람인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요. 허나, 현실적으로 요즘 초보 작가들은 책을 출간하겠다는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쓰고 또 쓰고, 읽고 또 읽어야 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이지요.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출간하는 책이 누군가에게는 도움 된다는 사실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다시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가질 지도 모른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본다면, 힘들고 어려운 작업일지라도 기꺼이 기운을 내어 다시 읽어 보는 정성을 쏟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글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다시 읽는 게 아닙니다. '나'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해야 부끄럽지 않은 글이 되는 거지요.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하나만 더 고치고, 한 줄만 더 바꾸고, 한 번만 더 읽어 보자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다시 읽고 고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퇴고는 끝내는 게 아니라 멈추는 겁니다. 세 번 정도 정독하고 수정했다면, 이제 그만 손을 놓는 것도 작가로서 바람직한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내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다음 글을 위해서죠.
'빨리 책을 내야 한다, 내고 싶다'라는 조급한 마음으로 자신의 글을 대충 검토하거나 아예 재독하지 않는 태도는 독자에게도 예의가 아니며 작가 스스로도 책임감 없는 행동입니다. 초고를 쓸 때보다 오히려 더 차분하고 꼼꼼한 마음으로 자신의 글을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책을 출간했는데, 자신이 출간한 책에 어떤 이야기가 어떤 맥락으로 쓰였는가 아예 기억조차 못하는 초보 작가들이 흔합니다. 독자들 앞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 때도 많고, 다음 글이나 책을 쓸 때 이전에 출간한 책 내용과 맥이 통하는 이야기를 써야 할 텐데, 뭘 썼는지 기억조차 못한다는 건 스스로 형편없는 작가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아는 것만' 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책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가 기억하는 것이 당연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다 쓴 글이라 할지라도 반복해서 읽으면서 의미와 맥락을 교정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자신이 쓴 글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 이 말입니다.
덧붙이자면, 자신이 쓴 글을 반복해서 읽으며 수정하고 보완하다 보면, 일상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때에도 자신이 쓴 글 내용을 지키려고 애쓰게 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겠지요. 자신이 쓴 글을 반복해서 읽으면, 삶도 더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다듬는 게 더 중요합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글을 고치는 사람입니다. 쓸 줄 만 알고 다듬지 않는 사람은, 자동차 만들기만 하고 시운전 하지 않는 기술자나 다름없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쓸 글에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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