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을 때
매일 반복,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매일입니다. 블로그, 일기, 책, 습작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을 매일 쓰고 있지요. 오랜 시간 매일 반복하다 보니까, 쓰는 행위가 그냥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작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입니다.
매일 '쓰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쓰기 싫은 날이 더 많습니다. 때로는,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허무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그렇게 글을 써도 잘 될까 말까 하는데, 글을 쓰는 목적 자체를 상실하게 되면 결과는 뻔한 것이지요.
많은 사람이 작심삼일을 힘들어합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각오하고 결심하며 빛나는 출발을 하는데요. 사흘쯤 지속하다 보면,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옵니다.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성과가 뚜렷한 것도 아니고,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생각. 현실 감각이 도전을 멈추게 합니다.
쓸모없는 도전은 없습니다. 무엇이 됐든간에, 오랜 시간 지속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 일부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10년 넘게 매일 글을 썼더니, '글 쓰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말입니다.
브랜딩, 마케팅 등 사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상대적으로 저는, 저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남들보다 수월하게 하는 편입니다. 이미 오랜 세월 '글 쓰는 사람'으로 자리를 잡은 덕분에, '이은대=글 쓰는 사람'이라는 방정식이 효과를 보는 것이지요.
달리는 사람, 읽는 사람, 마케팅하는 사람, 강의하는 사람, 치유하는 사람, 치유를 돕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이렇듯, 뭔가를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은 자기 정체성을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겁니다. 쓸모없는 도전은 없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정체성은 왜 중요한 걸까요? 사회는 불안하고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은 뭔가 붙잡을 만한 지지대가 필요하거든요. 길을 잘못 선택하는 사람은 도박이나 술 또는 약과 같은 건강하지 못한 행위에 집착하게 됩니다.
반면,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들은 밖에서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지지할 무언가를 찾습니다. 자기 중심. 그것이 바로 정체성입니다. 스스로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밖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중심을 잡을 수가 있습니다.
'나는 어떤 존재이다'라는 확신은 존재 가치로 이어집니다. 꼭 무슨 돈을 벌거나 물질적 이익을 창출해야만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만족하고, 어제보다 나은 나로 성장하고, 그런 내가 타인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지요.
어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그 무엇보다 '매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반복이야말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절대 요소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실력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테고요.
시대가 시대인 만큼,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겠지요. 물론, 쉽고 빠른 방법으로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쉽고 빠른 방법으로 성과를 내는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배우고 익히고 깨닫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성과 자체에만 의미를 두면, 사람은 완제품을 찍어내는 기계와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무슨 일이든 '과정'에서 의미와 기쁨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는 게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요. 매일 반복하는 행위 자체가 곧 '의미와 가치'라는 뜻입니다.
"책을 출간하면 뭐가 달라집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저는, 질문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드립니다. "글을 쓰면 뭐가 달라집니까?"라고 말입니다.
책을 출간하면, 몇 가지 달라지는 점이 있습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면, 세상과 인생이 다르게 보입니다. 저는 수강생들에게 빨리 책 출간하라고 말한 적 한 번도 없습니다. 오직 "매일 글 씁시다!"라고 강조할 뿐입니다.
혹시, 글쓰기 말고 다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일을 매일 반복하길 바랍니다. 어떤 일이든 매일 반복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 그 정체성이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될 겁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을 때는,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요하면서도 가치 있는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물질적 성과보다 훨씬 의미 있는 '반복'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