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와 관계는 닮았다
"초고는 쓰레기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뭔가 속이 후련하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한편으로는 정말 그래도 되나 의구심도 생겼습니다. 10년 넘게 매일 글을 써오면서, '처음 쓰는 글'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지요.
사람 관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첫 인상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후로 만남을 가지면서 드러나는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훨씬 중요합니다.
진정한 인연은, 서로를 잘 알아가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면접 볼 때,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면접관들이 나를 평가하고 가부를 결정하는 것에 온전히 공감하는 사람 드물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주길 바라듯이, 나도 다른 사람의 진정성을 알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겠지요.
첫 만남, 첫 한 마디, 첫 생각 등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부간 오해와 갈등도 대부분 툭툭 던지는 한 마디에서 비롯되는 경우 많거든요.
초고를 쓸 때는 다 맞는 말 같아서 씁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고치고 다듬다 보면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는가 찾게 됩니다. 사람간의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알 수 있습니다.
"카톡 보냈는데 왜 답장을 안 해!"
이 말은, 카톡이나 답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를 무시하지 말아달라, 나한테 관심 좀 가져달라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은 카톡과 답장만을 가지고 싸우곤 합니다. 툭툭 내뱉는 말이 '진짜'가 아니라, 두 번 세 번 생각을 거듭한 후에 정리된 말이 '진짜'입니다.
초고를 다 쓰고 나면, 전문가를 통한 객관적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쓰기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초보 작가의 경우, 피드백 없이 그냥 고쳐 쓰기 시작하면 '초고를 초고하는' 오류가 발생되기 쉽습니다. 피드백을 귀하게 여기고, 그에 따라 퇴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말이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아무 문제 없을 거란 생각으로 말하고 행동했지만, 타인은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요. 상대방이 이러 저러한 이유로 내 말과 행동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면, 적어도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단, 별 것도 아닌 말이나 행동을 크게 부풀려 트집 잡고 시비 거는 사람들의 말까지 수긍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는 정도로 충분하겠지요.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집니다. 열 번 퇴고하는 것이 두 번 퇴고한 글보다 훨씬 나은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완벽을 고집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정성껏 고치기를 반복하라는 의미입니다.
사람 관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얕은 수준의 대화에서는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오랜 시간 보고 겪으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반복하면, 진정성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저 사람은 이렇다, 이 사람은 저렇다, 섣불리 단정짓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 관점에서 누군가를 무조건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 동안 사람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성한 초고이지만, 때로는 통째로 버릴 필요도 있습니다. 아깝다는 생각으로 주제와 어긋나는 글을 계속 붙잡고 있으면, 그 일부의 내용 때문에 원고 전체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손절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세상에는 나를 업신여기거나 불평과 불만으로 똘똘 뭉쳐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를 이용하려는 작자도 있게 마련이고요.
신중히 판단해야 하지만, 필요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손절을 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사람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관계를 맺고 끊는 요령을 익혀야 하겠지요.
글을 쓰고 고치는 과정과 인간관계는 많이 닮았습니다. 정성 다해 퇴고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도 이렇게 해야겠구나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글쓰기는 삶과 같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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