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없다면, 방법을 찾아야
자다 깨다 반복하면, 열 시간 넘게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습니다. 이번에 여행 가서 나흘 밤을 잤는데요.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 건지, 두 시간마다 깼습니다. 수면 시간이 딱히 부족했던 것은 아닌데도, 여행 내내 피곤하고 힘들었지요.
어제 새벽 귀국해서 바로 업무 정리하고, 밤 10시쯤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여행 후 조금은 쉬어야 하는데도 무리한 탓인지, 새벽 5시 기상할 때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통잠'을 잤습니다.
몸살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염려했었지만, 하룻밤 '통잠'을 자고 나니까 몸이 개운한 것이 아주 좋습니다. 컨디션도 정상을 회복한 듯하고요. 역시 사람은 짧은 시간이라도 '통잠'을 자야만 다시 하루를 살아낼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한테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라고 권하곤 합니다. 그러나, 역시 글 또한 한 편의 분량을 한 번에 채우는 것이 좋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한 편의 글은 하나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단 한 마디 메시지를 다양한 사례와 근거와 경험으로 뒷받침하는 단위가 한 편의 글이지요. 당연히 한 편의 글은 통일성과 일관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글을 쪼개어 쓰게 되면, 아무래도 생각이 이어지지 못할 수밖에 없겠지요. 사람의 감정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하나의 주제에 관해 감정이 자꾸 달라지면, 생각이 그대로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게 될 겁니다.
한 편의 글 분량을 주로 A4용지 1.5매 정도로 얘기하는데요. 초보 작가의 경우, 앉은 자리에서 한 편의 글을 다 쓰려면 보통 서너 시간씩 걸리곤 합니다. 다른 본업이 있는 사람들이 매일 글 쓰기 위해 서너 시간 투자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매일 꾸준히 글을 쓰고, 또 그 글이 이리 저리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 딱 잡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통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글 쓰기 전에 스케치를 먼저 해야 합니다. 한 편의 글을 5~7등분 나눠서, 각 단락에 어떤 내용을 채울 것인가 미리 메모해두는 것이죠. 세부적인 내용이야 나중에 채우더라도, 한 편의 글 전반에 걸쳐 어떤 내용을 쓸 것인가 미리 정해두면, 틈날 때마다 쓴다 해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둘째, 글을 쓰지 않을 때에도 글을 쓰고 있어야 합니다. 종일 다른 일 다른 생각으로 살다가, 밤 10시에만 작가 모드로 바뀌는 사람 있는데요. 그렇게 하면, 생각이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과정에서 주제와 소재의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이나 책에 관한 생각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수첩에다 메모하기를 적극 권합니다. 만약,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집필중이라면, 종일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인간관계와 연관성 있다' 싶은 순간에 얼른 수첩을 꺼내 메모하는 것이죠. 손은 제 2의 뇌라고 했습니다. 메모 습관을 들이면, 뇌가 작가 모드를 인식하기 때문에 주제와 메시지를 잊지 않게 됩니다.
넷째, 집필 일지를 쓰는 것도 도움 됩니다. SNS에 그 날 집필한 내용과 다음 날 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두는 것이죠. 일기장에 적어도 좋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책의 전반적인 내용 흐름과 주제를 손에 딱 쥐고 있게 되는 효과가 큽니다.
다섯째, 초고를 집필할 때는 돌아서지 말고 밀어붙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한 편의 글을 써놓고 자꾸 돌아보면서 고치기를 반복하면, 문장은 좀 나아질 지 모르겠지만, 내용은 엉망이 되기 십상입니다. 퇴고할 때 한 번에 다듬는 것이 '한 편의 글이 가지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통잠'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지요. 잠자리에 누워서는 절대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야 합니다. 잠들기 전에 뇌에다 흙탕물 쏟아붓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야식도 먹지 말아야 하고요. 걱정이나 쓸데없는 잡생각도 줄여야 합니다.
인생 잘사는 방법은 모든 순간에 오직 그 순간만을 생각하는 겁니다. 설거지할 때는 오직 설거지만 생각하고, 운동할 때는 오직 운동만 생각해야 합니다. 잠을 잘 때는 반드시 오직 잠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글쓰기도 똑같습니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 다 하고, 스마트폰 쳐다보고, 야식 폭식 습관 가지고는 글쓰기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10년 넘게 [자이언트 북 컨설팅] 운영하면서, 한 편의 글이든 한 권의 책이든 도통 진도를 빼지 못하는 사람 많이 봤는데요. 그들의 공통점이 바로 '생각이 많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통글'을 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상황이 못 된다면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방법을 적극 활용하길 바랍니다. '쪽잠'에도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듯이, '쪽글'에도 나름의 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쓰고자 하는 갈망이 있다면, 방법은 기어이 찾게 되는 것이죠.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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