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쓸 수 있는 3가지 전략
"오늘도 못 썼네요."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듣는 말입니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사람들의 한탄이죠. 10년 넘게 작가들을 가르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매일 글쓰기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 그들은 의지력이 부족해서도, 시간이 없어서도 아닌, 전혀 다른 이유로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미루고 있었습니다.
644명의 작가를 배출하면서 수집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 중 3개월 후에도 꾸준히 쓰는 사람은 불과 10% 전후에 불과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특별히 시간이 많거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글쓰기가 불가능한 '진짜 이유'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해결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은 매일 글쓰기를 방해하는 3가지 핵심 요인과 그 해결책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왜 그동안 글쓰기가 어려웠는지 명확히 알게 될 테고요. 내일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완벽한 글을 쓰려는 환상 때문입니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대문호조차 처음 쓰는 글은 형편없다고 고백한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처음부터 글을 잘쓰려고 합니다. 첫 문장부터 막히면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합니다. 결국 한 문단도 완성하지 못한 채 노트북을 닫아버립니다.
스티븐 킹은 하루에 2,000단어를 쓴다고 합니다.『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씁니다. 크리스마스, 독립기념일, 내 생일에도 말이죠. 하지만 그 글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쓰레기입니다. 다만 쓰레기 속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것이 작가의 일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동안 글을 씁니다. 오후에는 달리기를 하죠. 그는 "글쓰기는 육체노동과 같다"고 말합니다. 완벽한 영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정량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신경과학과 연구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완벽한 에세이를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다른 그룹에는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쓰라"고 했습니다. fMRI로 뇌를 스캔한 결과, 완벽을 추구한 그룹은 전전두엽 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자기검열과 비판적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반면 자유롭게 쓴 그룹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영역은 창의성과 직관적 사고를 담당합니다. 결과적으로 자유롭게 쓴 그룹이 더 많은 아이디어를 생성했고, 글의 완성도도 높았습니다. 완벽주의가 오히려 창의성을 막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입니다.
심리학자 아담 그랜트는 『오리지널스』에서 "미루기의 창의성"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는 적절한 미루기가 창의성을 높인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초고를 빨리 쓰고 수정을 뒤에 하는 전략과 일맥상통합니다. 먼저 러프하게 쓰고, 나중에 다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물론 모든 글을 빨리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느리게 쓰기의 즐거움』의 저자 루이즈 디살보는 "때로는 한 문장을 위해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시나 문학작품처럼 언어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장르에서는 신중한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구분입니다. 일상적인 글쓰기, 블로그, 에세이 초고는 빠르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퇴고 과정에서 천천히 다듬으면 됩니다. 애니 라모트는 『새가 새를 낳듯이』에서 "쓰레기 같은 초고를 쓸 권리를 스스로에게 주라"고 조언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끝내주는'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진도 자체를 빼지 못하는 한, 글쓰기는 영원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일단 쓰고, 나중에 고친다! 덕분에 저는 지금까지 11권의 개인 저서를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글을 쓰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글쓰기를 이벤트로 만드는 착각 때문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철저한 루틴을 따릅니다. 새벽 4시 기상, 5-6시간 글쓰기, 오후 달리기 또는 수영, 저녁 독서, 9시 취침. 이 패턴을 6개월에서 1년 동안 한 치의 오차 없이 반복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글쓰기를 특별한 일로 만들지 마세요. 양치질처럼 당연한 일상으로 만드세요."
반면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를 '특별한 이벤트'로 만듭니다. 카페에 가야 하고, 좋아하는 음료를 주문해야 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어야 합니다. 노트북을 열기 전에 책상을 정리하고, 완벽한 컨디션을 기다립니다. 결과적으로 글쓰기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집니다.
"21일이면 습관이 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1960년대 성형외과 의사 맥스웰 몰츠가 관찰한 현상을 과장한 말입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필리파 랠리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습관이 자동화되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18일, 어떤 사람은 254일이 걸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니라 '일관성'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글을 쓰면 뇌는 그것을 자동화된 행동으로 인식합니다. 이를 '맥락 의존 반복'이라고 합니다. 특정 맥락(시간, 장소)이 행동의 트리거가 되는 것이죠.
MIT 연구팀은 습관 회로(습관 루프)를 발견했습니다. "신호→ 루틴→ 보상"의 고리가 반복되면, 대뇌 기저핵이 이를 자동화합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 6시(신호) → 글쓰기(루틴) → 완성의 만족감(보상)"이 반복되면, 의지력 없이도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작가 마야 안젤루는 글을 쓸 때 특별한 의식을 치렀습니다. 호텔방을 빌려 모든 그림을 떼어내고, 셰리 와인 한 병과 성경, 시소러스(유의어 사전)만 가져갔습니다. 이런 의식이 그녀에게는 창작 모드로 전환하는 스위치였습니다.
심리학자 프란체스카 지노는 "의식은 불안을 줄이고 수행능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적절한 의식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글쓰기의 필수조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의식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 저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글부터 썼습니다. 10년 동안 반복했는데요. 의식적으로 실행하려 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일정 기간 지난 후부터, 저도 모르게 눈 뜨자마자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었던 겁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습관이 된 덕분이었죠.
세 번째 이유는, 독자 시선에 대한 부담 때문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일기에 이렇게 썼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어깨 너머로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다. 그 시선이 나를 얼어붙게 만든다."
20세기 최고의 작가도 '상상의 독자' 때문에 고통받았던 겁니다. 우리는 아직 쓰지도 않은 글에 대한 평가를 미리 걱정합니다. "이런 글을 누가 읽겠어?"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은 '스포트라이트 효과'라는 심리 현상과 관련 있습니다. 코넬대학교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는 정도를 실제보다 2-3배 과대평가한다고 합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사람은 내 글에 그렇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 사실은 제게 오히려 자유를 줍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은 '자기검열'이 일어날 때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연구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게 맞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등과 같은 생각을 할 때,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됩니다.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이것이 활성화되면 전두엽의 실행 기능이 저하됩니다. 쉽게 말해, 걱정이 창의성을 죽인다는 말입니다.
반면 "나를 위해 쓴다"고 생각할 때는 어떨까요? 내측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됩니다. 이 영역은 자기 참조적 사고와 관련 있습니다. 자신에게 집중할 때 더 진솔하고 창의적인 글이 나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겁니다.
남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을 마음껏 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생각하는 바가 다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 글을 쓰고, 내 글을 좋아해주는 독자들을 위해 글을 써야 합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원래 자신을 위한 여행 일기였습니다. 무명 작가였던 그녀는 이혼 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일기를 썼을 뿐입니다. 그 진솔함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 거지요.
우리나라 유명한 작가 중에, 육아 일기를 블로그에 올렸다가 출간 제안을 받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도 있습니다. 1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하지요.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쓴 글이 오히려 더 많은 독자를 만난다는 역설입니다. 왜일까요? 진정성은 속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독자를 의식하고 쓴 글은 어딘가 어색합니다. 반면 자신을 위해 쓴 글은 날것의 힘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글쓰기에서 독자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설득적 글쓰기나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에서는 독자 분석이 필수입니다. 스티븐 핑커는 『생각의 기술』에서 "독자의 지식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순서입니다. 초고를 쓸 때는 독자를 잊어야 합니다. 자신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로 쓰는 거지요. 퇴고할 때 독자를 고려하면 됩니다. 이것이 진정성과 소통성을 모두 갖춘 글을 쓰는 비결입니다.
인생 실패자였던 제가, 독자 눈치 살피며 글을 썼더라면, 아마 지금껏 한 권도 출간하지 못했을 겁니다. 일단 초고는 제 안에 있는 이야기 마음껏 쏟아냅니다. 퇴고할 때, 제 글을 읽는 독자 입장을 고려합니다. 이렇게 분리해서 글을 쓰면,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위 세 가지 이유를 잘 생각해 보고, 내일부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글을 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3단계 전략을 정리해 봅니다.
1단계는 쓰레기 글쓰기 허가증 발급하는 겁니다. 오늘부터 자신에게 '쓰레기 글쓰기 허가증'을 발급하세요. 하루 15분, 타이머를 맞추고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됩니다. 오타도, 문법도, 논리도 신경 쓰지 말고요. 중요한 것은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는 겁니다. 이른바 '프리라이팅'이라 합니다.
2단계는 글쓰기 최소화 전략입니다. 글쓰기를 거창하게 만들지 마세요. 스마트폰 메모장에 세 줄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출퇴근 시간 5분, 점심시간 5분, 자기 전 5분. 하루 15분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쓰는 습관입니다. 뇌가 "아, 이 시간에는 글을 쓰는구나"라고 인식할 때까지 반복하면 됩니다.
3단계는 비밀 일기장 만들기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비밀 일기장. 구글 독스에 비공개 문서를 만들어도 좋고, 개인 블로그를 비공개로 설정해도 좋습니다. 그곳에 매일 한 편씩 쓰느 겁니다. 주제는 아무거나 좋습니다. 오늘 먹은 점심, 지하철에서 본 사람, 문득 든 생각. 6개월 후, 그곳에는 180편의 글이 쌓여 있을 겁니다.
644명의 작가를 배출하면서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습관이라는 점입니다. 매일 글쓰기에 실패하는 진짜 이유는 능력 부족이 아닙니다. 완벽주의, 이벤트화, 독자 의식이라는 3가지 함정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누가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쓰세요. 매일, 꾸준히, 즐겁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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