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추라는 신호

복잡한 생각, 심란한 마음

Nov 28. 2025

머리가 아파서 잠시 엎드려 있었다. 며칠 전 크게 화를 낸 후부터 뒷골이 당기고 묵직하다. 혈압이 많이 오른 것도 아니고 다른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라고, 평소 다니는 병원 의사가 말했다.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그런데 왜 자꾸 머리가 아픈가 의문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글을 쓰는데 다시 두통이 시작되었다. 곧 괜찮아지려니 무시하고는 계속 글을 써내려갔다. 쿵, 쿵, 쿵 울림까지 생겨 키보드에서 손을 내렸다. 책상 위에 엎드렸다.

아프면 괴롭다. 혼자 있을 때 아프면 서글프다. 얼른 괜찮아지길 바라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 호흡을 일정하게 가다듬으면 통증은 서서히 약해진다. 아팠던 머리가 조금씩 괜찮아지면 마음이 놓인다.

퇴고 관련해서 어느 작가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렇게, 저렇게 방법과 요령을 안내해주었다.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가도 설명했다. 나는 그 작가의 글이 참해지길 바란다. 다음 번 결과를 검토할 때는 더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또 다른 작가, 라이팅 코치가 수강생 입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대단한 성과다. 진심 다해 축하해주었다. 통화를 길게 하는 사람 아니어서, 간단히 소식와 인사 주고받은 후 전화를 끊었다.

출간계약 소식을 전해준 작가도 있다. 제법 많은 책을 출간한 작가라서, 계약 소식을 전해주는 목소리도 덤덤하다. 대단한 성과다. 나는 그를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수강생들과 소통하며 그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과 그들이 내게 전하는 감사를 가슴으로 받는 동안 쿵쿵쿵 머리를 울리던 소리가 발자국을 남긴 채 사라졌다. 머리가 묵직한 느낌만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사무실 적막한 공기 속에서 혼자 일할 때, 가끔 이렇게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생기면, 내 몸은 어김없이 반응한다.

수강생들의 연락이 사무실의 적막을 깨트릴 때, 내가 느끼던 통증은 옅어진다. 그것은 어쩌면 내 삶의 소명이 무엇인가 일깨워주는 어떤 신호일지 모른다. 두통이 심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엎드려 있을 때가 아니라, 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는 신호. 나는 그 신호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왔더니 개운하다. 가벼운 느낌으로 글을 쓰고, 야간 무료특강 준비를 한다. 나는 작가이며 강사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이 또한 축복이다.

사업 실패하고 무너졌을 때,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방황. 그것은 나를 알코올 중독으로 이끌었고, 하는 일 없이 방탕한 생활만 지속했다. 끝을 모르게 추락하고 만 내 인생은, 지금 돌이켜보아도 나 자신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중대 질병이 아닌 이상, 내 몸이 느끼는 통증은 대부분 복잡한 생각과 심란한 마음 때문에 발생한다는 걸 나는 안다. 삶을 단순하고 가볍게 바라볼수록 몸도 마음도 명료해진다. 꿈과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것만이 내 하루의 전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일어난 일, 나의 감정,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깨닫게 된 삶의 통찰. 문장력이 부족하고 표현력이 부족할 따름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쓰는 나의 글은 인공지능 따위가 결코 쓰지 못하는 글이란 사실. 그래서 쓰는 재미와 더불어 어깨가 뿌듯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