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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털어놓는 극투명성의 효과

가벼운 인생을 위하여

by 글장이


첫 책에서부터 제 삶의 약점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사업 실패로 인해 발생한 모든 사건들, 즉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중독자 막노동꾼 등에 관한 내용이었지요. 그 글을 쓸 당시 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별 생각이 다 들었거든요.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수많은 비난을 어찌 감당해야 할까?

이런 내용의 책을 누가 사 읽기나 할까?

가족은 또 어떤 심정일까?

굳이 이렇게 내 이야기를 공개해야 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간절했던 것은 새로운 인생이었습니다. 영원히 패배자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설령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더라도, 모든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으로 다시 살아가길 바랐습니다.


말을 거칠게 하는 편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의 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것에 집착했었습니다. 어떤 모임에 가든 함께 하는 이들로부터 호감을 받고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들이 환하게 웃으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래서 나를 재치 있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여겨주길 기대했던 것이지요.


옳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비위에 맞는 말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평생 가면을 쓴 채 살았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나의 철학, 나의 신조, 나의 가치관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그저 타인의 반응에만 연연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그런 가식적인 말과 행동이 과연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저의 태도가 털끝만큼이라도 도움이 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저절로 부끄러워집니다.


그 후로는 어떤 자리에서 누구와 함께 하든 제가 옳다고 믿는 바를 얘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비록 상대가 유쾌하지 않게 받아들이더라도, 모임의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하더라도, 온 진심을 다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말과 행동을 하기로 말이죠.


수치스러웠던 삶의 일부를 공개하는 것. 그리고, 말을 투박하고 거칠게 한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 이 두 가지는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첫째, 평소 저를 압박하던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가식적인 모습을 연기하며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았던 제가, 이제는 편안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둘째, 자유롭고 가벼운 삶을 만났습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피곤하고 지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데서나 마구 제멋대로 행동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품위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요. 허나, 진짜 제 모습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저는 제가 가진 모든 약점들에 대해 더 이상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가슴 속에 품고 끙끙대며 살았을 적에는 제 모든 '나쁜 점'이 저를 짓누르고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약점을 당당히 밝힌 후부터는 제 약점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감추려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몸과 마음도 한결 평온해졌고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한테 약점을 공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글쓰기 코치입니다만, 어떤 글을 쓰라고 명령하거나 지시할 권리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입니다.


다만, 제가 한 번 해 보니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을 뿐이지요. 숨기고 싶은 과거, 치유되지 않은 상처, 배신과 모욕, 이런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밝힌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굳이 사적인 모든 내용까지 밝힐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 세상을 보는 눈, 사건에 대한 견해, 사람을 향한 마음 등 주관과 철학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자유를 맛볼 수 있습니다.


솔직하고 투명하게 글을 쓰면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엄청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어떤 마음과 태도로 살아가는지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는 독자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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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고 싶다는 욕구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요소란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감추고 숨긴 채 사느라 심장이 쪼그라들었습니다. 지금은 숨통이 트였지요. 삶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영혼이 자유롭다는 말, 근사하지 않습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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