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지만 강력한, '여백 독서법'

저자와 나, 둘만의 치열한 논쟁과 토론

by 글장이


뇌는 휘발성이 강합니다. 책을 읽는 도중 스쳐 지나가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질문은 책장을 덮는 순간 사라져 버리곤 하죠. 나중에 독서 노트를 쓸 때나 책 내용이 필요한 시기가 되어도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백 메모는 내 생각의 '찰나'를 박제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책을 지저분하게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밑줄 긋고 메모하고 귀를 접으면서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책을 아주 깨끗하게 '고이 모시듯' 읽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거야 뭐 각자 취향이니까 굳이 제가 '마구 함부로 다루며 읽자!'라고 강권할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다만, 그냥 읽기만 하는 것과 손끝으로 끄적끄적하면서 읽는 것은 그 결과로 봤을 때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눈으로만 읽으면 금방 잊혀집니다. 손으로 끄적이면서 읽으면 훨씬 오래, 그리고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전문가처럼 책 여백을 활용하는 3가지 기술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질문과 반박을 던지는 겁니다. 저자의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지 말고요. 내 상황에도 적용될까, 이것밖에는 답이 없을까, 등과 같은 질문을 여백에 적어 봅니다. 저자와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독해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둘째, 내 경험과 연결합니다.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과거 경험이나 현재 고민을 짧게 키워드로 적어 보는 겁니다. 작년에 있었던 자동차 사고와 상황이 비슷하네, 예전에 친구랑 다퉜을 때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볼 걸, 등과 같이 지식을 나의 삶으로 끌어당기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셋째, 나만의 기호를 만듭니다. 문장 전체를 옮겨 적기엔 여백이 좁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별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물음표(?), 당장 실천할 일은 느낌표(!)나 'Do!'라고 표시해 보는 거지요. 이렇게 남겨진 기호들은 나중에 독서 노트를 작성할 때 훌륭한 이정표가 됩니다.


본문 주변 여백이 부족하다면 책의 가장 앞쪽과 뒤쪽에 있는 빈 페이지(면지)를 활용하는 방식도 권할 만합니다. 앞 면지에는 이 책을 읽기 전의 기대감이나 해결하고 싶은 질문을 적습니다. 뒤 면지에는 책을 다 읽고 난 후, 여백에 적었던 메모들을 훑어보며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 3가지를 정리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만의 인덱스'가 됩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나, 읽을 예정인 책 한 권과 볼펜 한 자루를 준비하고요. 읽다가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발견하면, 그 주변 여백에 '내 느낌'을 딱 한 문장만 적어 봅니다. (예: "와, 대박!", "이건 좀 어렵다" 등등) 멋진 문장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나만의 리액션을 책에 남기는 것부터가 여백 독서의 시작입니다.


책은 감상하는 골동품이 아니라 지식을 캐내는 광산입니다. 여백에 남긴 낙서는 그 책을 다시 펼쳤을 때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 됩니다. 책을 깨끗하게 보관하려는 마음은 접어두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책의 여백을 빽빽하게 채워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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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작가와 나 둘만의 치열한 논쟁과 토론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읽으면 나른하고 졸리기도 하지만, 필사적으로 적으면서 읽으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여백 독서 한 번 해 보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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