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한다면,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글감이다
특별한 일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습니다. 극적인 경험이 있을 때에만 글을 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평범한 일상을 관찰해서 걸작을 썼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달리기를 하며 떠오른 생각을 글로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일상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기록하느냐였습니다.
지난 10년간 매일 글을 쓰면서 깨달은 바 있습니다. 소재가 없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하는 것이고, 보지 못하는 이유는 기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기록하는 습관이 생기면 평범한 일상이 콘텐츠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일상이 콘텐츠가 되는 3가지 기록 습관을 정리해 봅니다. 이 습관만 들이면, 더 이상 쓸 게 없다고 말하는 초보작가가 크게 줄어들 거라 확신합니다.
첫 번째 습관은 감각 기록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하루를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오늘 회의했다, 저녁 먹었다, 잤다." 이렇게 행동만 기록하면 글감이 안 됩니다. 감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사건이 아니라 감각에 공감합니다.
감각 기록이란 오감으로 느낀 것을 적는 겁니다. 본 것, 들은 것, 냄새 맡은 것, 만진 것, 맛본 것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지요. "오늘 커피를 마셨다"는 사건 기록입니다. "오늘 마신 커피는 쓴맛이 강했다. 혀끝이 살짝 얼얼했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뜨거움이 느껴졌다"는 감각 기록입니다.
먼저 쓴 문장은 정보입니다. 뒤에 쓴 문장은 감각 경험입니다. 독자는 정보를 읽지만 감각 경험에 몰입합니다. 감각 기록은 독자를 '그 순간'으로 데려갑니다.
감각 기록을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매일 저녁 또는 아침, 5분만 투자하면 됩니다. 노트를 펴고,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본 것, 들은 것, 냄새, 촉감, 맛 중 하나를 골라보는 거지요. 최대한 구체적으로, 마치 사진을 찍듯이 적으면 됩니다.
처음엔 어렵습니다. "그냥 커피 마셨는데 뭘 어떻게 묘사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겁니다. 괜찮습니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써 봐야 합니다. "커피가 뜨거웠다. 손에 잡은 컵이 따뜻했다. 김이 모락모락 났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일주일만 연습하면 더 구체적으로 적을 수 있게 됩니다.
감각 기록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좋았다, 나빴다" 등 평가가 아니라, "어땠다"라는 묘사를 하는 겁니다. "커피가 맛있었다"가 아니라 "커피가 쓰고 약간 신맛이 났다"라고 적어야 합니다. 평가는 추상적이지만 묘사는 구체적입니다. 구체적일수록 나중에 글감으로 쓰기 좋습니다.
두 번째 습관은 질문 기록입니다. 하루를 살다 보면 많은 질문이 떠오르는데요.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할까?", "이게 정말 맞는 걸까?", "만약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이런 질문들은 대부분 그냥 스쳐갑니다.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집니다.
이러한 질문들이야말로 최고의 글감입니다. 질문이 바로 생각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질문 없이는 깊은 글이 나올 수 없습니다. 좋은 글은 질문에서 시작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질문 기록이란 하루 중 떠오른 질문을 적어두는 겁니다.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요. 일단 질문만 적습니다. 나중에 그 질문으로 글을 쓸 때 답을 찾으면 됩니다.
"왜 사람들은 SNS에 좋은 모습만 올릴까?"라는 질문으로 글을 쓴다면 이렇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 이유를 찾아봅니다. 인정 욕구, 비교 심리,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더합니다. 저도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다고 말이죠. 그러다 깨달은 게 있다고요. 이렇게 하나의 질문이 한 편의 에세이가 되는 겁니다.
질문 기록을 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작은 노트를 준비합니다. 하루 중 "왜?", "어떻게?", "만약?"이 떠오르면 바로 적는 겁니다.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왜 월요일은 유독 힘들까?" 이런 식으로요.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일단 질문만 모으는 겁니다.
일주일 지나면 20~30개의 질문 쌓입니다. 그 질문들을 읽어보면서 흥미로운 질문 골라냅니다. 그 질문으로 글을 써 보는 거지요. 질문을 제목으로 삼고, 본문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써도 좋습니다. 완벽한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좋은 글이 됩니다.
질문 기록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너무 큰 질문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처럼 거대한 질문은 답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작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면 됩니다. "왜 나는 아침에 일어나기 싫을까?", "왜 커피는 오후 3시에 마시면 더 맛있을까?" 이런 작은 질문이 오히려 좋은 글감이 됩니다.
세 번째 습관은 대화 기록입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대화를 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 심지어 낯선 사람과도 대화합니다. 이 대화들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기억에서 지워집니다. 하지만 대화 속에 놀라운 글감이 숨어 있지요.
대화 기록이란 하루 중 기억에 남는 대화를 적어두는 겁니다. 전체 대화를 다 적을 필요 없고요. 인상적이었던 한 문장만 적으면 됩니다. 그 한 문장이 나중에 글의 출발점이 됩니다.
대화 기록의 좋은 점은 생생함입니다. 제가 억지로 만들어낸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한 말입니다. 그래서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글에 그 문장을 인용하면 현장감이 살아납니다. "직장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 근데 아무것도 안 하면 또 시간이 아까워.'" 이렇게 시작하면 독자가 귀를 기울이겠지요.
대화 기록을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오늘 나눈 대화들을 떠올려봅니다.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을 골라보는 거지요. 재미있었던 말, 놀라웠던 말, 화가 났던 말, 감동적이었던 말, 뭐든 좋습니다. 그 한 문장을 적고,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한두 줄 덧붙이면 됩니다.
대화 기록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사생활을 침해해선 안 됩니다. 대화를 기록하되, 나중에 글로 쓸 때는 구체적인 이름이나 상황을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 친구가"보다는 "30대 직장인이"처럼 익명으로 쓰는 게 안전할 때도 있습니다. 대화 기록은 글감을 얻기 위한 것이지 누군가의 치부를 드러내기 위한 게 아닙니다.
일상이 콘텐츠가 되는 3가지 기록 습관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감각 기록입니다. 오감으로 느낀 것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지요. 둘째, 질문 기록입니다. 하루 중 떠오른 "왜?"를 모읍니다. 셋째, 대화 기록입니다. 인상 깊은 한 문장을 적어두는 겁니다.
한 달 후면 감각 기록과 질문 기록과 대화 기록이 잔뜩 쌓이겠지요. 모두가 훌륭한 글감입니다. 더 이상 쓸 게 없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될 겁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일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순간들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고요. 점심시간 동료와의 대화에서 글감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퇴근 후 혼자 있는 시간에 질문을 던지기도 할 테지요. 평범한 하루가 콘텐츠로 가득한 하루로 바뀌는 겁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하나씩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처음에는 감각 기록만 해 보는 겁니다. 다음 주에는 질문 기록을 추가하고, 그다음 주는 대화 기록을 시작하면 됩니다. 3주 후면 세 가지 습관이 모두 자리 잡을 겁니다. 그러면 더 이상 글쓰기 소재 때문에 골치 아플 일 없을 겁니다.
특별한 일상이 콘텐츠가 되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이 콘텐츠를 만듭니다. 일상이 콘텐츠로 가득한 보물 창고가 되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무료특강 : 1/27(화) 오전&야간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14383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