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지 않는 설계도
집을 지을 때 설계도 없이 벽돌부터 쌓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쓸 때는 설계도 없이 첫 문장부터 무작정 달려드는 사람 많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원인부터 찾고, 앞으로는 글을 쓸 때 설계도 딱 그리는 습관 갖도록 아래 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화면 앞에 앉아 한 문장 쓸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고 있지는 않나요? 한참 글을 쓰다가 중간쯤 와서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길을 잃어버린 경험,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입니다.
처방전은 명확합니다. '아웃라인(개요) 작성'입니다. 이른바 '스케치'라고도 합니다. 아웃라인은 초보 작가의 글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 GPS이자, 흔들리지 않는 뼈대입니다.
많은 초보 작가가 의욕만 앞선 채 첫 문장부터 써 내려갑니다. 영감이 왔을 때 써야 한다며 호기롭게 시작하지만, 아웃라인 없는 글쓰기는 곧 다음과 같은 재앙을 맞이합니다.
첫째, 중도 포기입니다. 서론에서 힘을 다 빼버리고 본론에서 논리가 막히면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합니다. 컴퓨터 폴더에 잠자고 있는 '쓰다 만 원고'들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둘째, 논리적 비약과 모순입니다. 설계도 없이 벽돌을 쌓다 보니 1층은 유럽풍인데 2층은 한옥이 되는 격입니다. 앞뒤 문맥이 맞지 않아 독자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셋째, 퇴고의 지옥입니다. 구조 자체가 잘못된 글은 문장 몇 개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국 전체를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요.
아웃라인부터 작성하면 글 쓰기가 한결 수월한데도, 왜 우리는 아웃라인 작성을 기피하는 걸까요?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세 가지 심리적 요인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영감'에 대한 과도한 의존입니다. 글쓰기를 이성적인 작업이 아닌 신비로운 예술적 행위로만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 작가일수록 영감보다 '시스템'을 믿습니다.
둘째, 시간 낭비라는 착각입니다. 당장 한 문장이라도 더 쓰는 게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아웃라인을 잡는 10~20분을 아까워하다가, 결국 수습 불가능한 원고를 붙잡고 몇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셋째,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웃라인을 단순히 목차 적는 정도로 생각하니 재미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웃라인은 단순히 순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구조화하는 과정입니다.
왜 글쓰기 전 반드시 설계도를 그려야 하는지, 그 강력한 효용성 3가지를 정리해 봅니다.
먼저, 아웃라인은 집필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완전히 허물어줍니다. 글쓰기가 막막한 이유는 '전체'를 한꺼번에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웃라인을 통해 서론-본론1-본론2-본론3-결론으로 내용을 쪼개놓으면, 작가는 한 편의 글이 아니라 '짧은 다섯 개의 토막글'을 쓰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일단 1번 항목만 채우자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집필 속도가 세 배 이상 빨라집니다.
다음으로, 아웃라인은 메시지의 '일관성'과 '논리적 완결성'을 보장합니다. 아웃라인을 잡는 과정은 내 생각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미리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A라는 문제를 제기했으니, B라는 원인을 분석하고, C라는 해결책을 주는 게 어떤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숲 전체를 내려다보는 독수리의 시선을 갖게 되므로, 글 중간에 엉뚱한 길로 빠지는 일을 사전에 차단합니다. 독자는 작가의 논리를 따라가며 깊은 신뢰와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끝으로, 아웃라인은 '퇴고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줍니다. 잘 짜인 아웃라인 위에서 탄생한 글은 뼈대가 튼튼합니다. 나중에 수정할 때도 오타나 문맥을 다듬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반면 아웃라인 없이 쓴 글은 건물의 기초가 부실해 벽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대공사가 필요합니다. 프로 작가는 아웃라인에 30%의 에너지를 쓰고, 집필에 30%, 퇴고에 40%를 씁니다. 아웃라인은 초보 작가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는 가장 경제적인 도구입니다.
아웃라인 작성을 습관화한 초보 작가의 미래는 어떨까요?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하며 머리 쥐어뜯는 일 없을 겁니다. 이미 머릿속에, 혹은 메모장에 완벽한 설계도가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작가는 마치 이미 알고 있는 길을 산책하듯 여유롭게 문장을 채워 넣기만 하면 됩니다.
독자들은 우리 글을 읽으며, 이 작가의 글은 군더더기가 없고 논리가 정연해서 읽기 편하다고 평가할 겁니다. 체계적인 사고를 하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쌓이면서 전문성은 저절로 증명됩니다.
한 편의 글을 끝낼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배가 되고, 이제 초보 작가였던 우리는 어느새 '글쓰기를 즐기는 프로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을 겁니다.
천재 작가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했는데요. 설계도가 있는 쓰레기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설계도조차 없는 글은 그저 폐기물일 뿐입니다. 완벽한 문장을 쓰려 노력하기 전에, 완벽한 구조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요약 독서법 <기본&심화 과정> : 2/7(토) 오후 1시~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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