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고 버티고 이겨낸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기쁘고 행복했던 일도 많았고 슬프고 괴로운 일도 적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분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은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고통과 시련으로 삶이 통째로 일그러졌던 기억은 되뇌일 때마다 힘들고 아프다.
문제는, 아무리 기억을 쥐어짜 봐도 행운보다는 불행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왕이면 내 인생 기쁨으로 가득 차 있길 바랐는데, 아무리 살아도 불행의 비율이 훨씬 높은 현실을 바꾸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혹시 나만 그런 건가 싶어 주변 사람들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보다 아프고 괴로웠던 기억이 훨씬 많았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스스로 '잘 살아왔다'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인생에는 행운보다 불행이 많다. 어쩌면 내가 아직 행복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온 이들을 만나지 못한 탓에 이렇게 정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앞으로의 삶에서 기쁨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사람 만난다면, 이 글을 꺼내 수정할 용의가 있다. 적어도 아직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인생에 불행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남은 인생도 마찬가지일 터다. '나쁜 인생'임을 뻔히 아는데도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갈 이유가 있는가.
대학 입시에 떨어졌다. 시험에 떨어진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고등학교 졸업식이 대학 입시 합격자 발표 이후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 살을 맞대어 웃고 떠들며 놀던 친구들이, 순식간에 합격자와 불합격자로 나뉘어 한 교실에 앉아 있었다. 떨어진 사람 입장에서, 그건 고통이었다.
친구들은 들뜬 마음으로 대학 캠퍼스로 향했고, 나는 그 추운 2월에 재수 학원에 등록했다. 학원 교실은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거기 앉아, 버티고 견뎠다. 그리고 이듬해, 전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사업 실패 후 전과자 파산자가 되었다. 법정에 서서 수갑을 차는 모욕감과 이제 더 이상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존재임을 판결받을 때,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전과자 파산자로서 살아가게 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내 인생에 닥쳐오는 불행에 지고 싶지 않았다. 억지로 웃었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아무리 궁쥐에 몰려도,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넋 놓고 앉아 불행의 쓰나미에 휩쓸려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작가가 되었고, 강연가로 활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또한 전에 직장에 다녔던 시절보다 훨씬 나은 삶이다.
어느 사찰에 있던 돌계단이 법당 안에 앉아 있는 돌부처에게 따지듯 물었다. "우린 둘 다 돌로 만들어졌는데, 왜 너는 법당 안에서 사람들 절을 받고, 왜 우리는 매일 사람들 발에 밟혀야 하는 거냐! 이건 불공평해!"
법당 안에 앉아 있던 돌부처가 대답했다. "너는 고작 몇 번의 망치질로 계단이 되었지만, 나는 수천 번의 망치질과 뼈를 깎는 아픔을 견디며 돌부처가 된 것이다."
인생에 행운보다 불행이 많은 이유는, 버티고 견디는 시간 만큼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돌계단으로 밟히지 않고 돌부처로 살아가고 싶다면, 모진 세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는 소리다. 행운에서 배울 점은 없다. 배우고 깨닫는 순간은 늘 아프고 괴로운 과정을 통해서다. 행운보다 불행이 많은 이유는, 신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마련한 장치인 거다.
쓰고 보니 공자님 말씀, 꼰대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꼰대는 싫어하지만, 꼰대의 말을 허투루 여기지는 않는다. 센스 있고 위트 넘치는 말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잘 살기 위해 배워야 할 모든 진실은 공자님 말씀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인생에 불행이 많다 하여, 넘어질 때마다 불평하고 화 내면서 살아갈 순 없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기어이 다시 일어서는 강인함.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존경하고 따르려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불행은 우리를 꺾으려는 악마의 장난질이 아니다. 불행은 우리를 더 강한 존재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불행의 한가운데 서 있을 때는 세상도 인생도 그저 밉게만 보인다. 억울하고 분해서 다 때려치우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그 순간의 고통이 내 삶에 어떤 의미인가 깨닫게 된다. 그러니, 버티고 또 견뎌야 한다.
"불행도 어느 정도지. 내 인생에는 도가 지나친 불행이 너무 많습니다. 겪어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과거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누가 나한테 힘 내라고 하면, 니가 뭘 알아 하는 식의 악감정이 생기곤 했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불행하다 하여, 내 불행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다만, 그들도 견뎌내고 있으니 나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는 사실. 이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또 한 번 견뎌 본다. 오늘 내게 닥치는 불행을 잘 버티고, 그래서 더 새롭고 단단한 나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명절 연휴를 좋아한다. 딱히 뭘 해서도 아니고, 제사 준비 때문에 힘들기만 한데도, 나는 여전히 명절 연휴를 사랑한다. 과거 내게 그토록 심한 모욕과 조롱과 욕설을 퍼붓던 사채업자들이, 적어도 명절 연휴 동안에는 연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무료특강 : 2/24(화) 오전&야간
- 신청서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176317343
★메시지 메이커 강사 자격 과정
- : 신청서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176362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