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고 글의 질감을 바꾸는 법
글을 다 쓰고 퇴고할 때 유독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다. 생각한다, 나타난다, 매우, 아주, 너무, ~것이다 등등 이런 단어들이 문장마다 반복되면 글은 활력을 잃고 텁텁해진다. 문장 의미는 괜찮은데 읽는 맛이 떨어진다면, 어휘의 돌려막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다.
나도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에 이 문제를 심하게 겪었다. 퇴고할 때 읽어보면 같은 단어가 한 문단 안에 서너 번씩 들어 있었다. 초고를 쓸 때는 작가 스스로 이런 현상을 알지 못한다. 다 쓴 후 읽어봐야 보인다.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한 게 바로 치환 공식이다.
같은 단어, 같은 구절, 같은 서술어, 비슷한 내용 등 이러한 것들이 글 속에서 반복되면, 독자 입장에서는 가독성이 떨어지고 재미도 없다. 지루하다. 읽는 맛이 하나도 없다. 오죽하면 내가 강의할 때마다 "중복하면 중는다!"라며 우스갯소리를 다 하겠는가.
우리는 생각보다 좁은 단어의 범위 안에서 글을 쓴다. 평소 자주 쓰는 익숙한 단어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에서 중복이 심하다.
기분이 좋았다. 날씨가 좋았다. 경치가 좋았다. 이렇게 "좋다" 하나로 모든 상황을 뭉뚱그리면 글의 해상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중복 표현은 작가의 성의 부족으로 비치기도 한다. 독자는 반복되는 단어를 보며 글이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느낀다. 같은 의미라도 상황에 맞는 단어로 갈아 끼울 때, 글은 비로소 입체적인 질감을 얻는다.
중복되는 핵심어를 유의어, 비유적 묘사, 구체적 행동 중 하나로 바꾸는 방식이 바로 치환이다. 단순히 비슷한 단어로 사전적 교체를 하는 게 아니라, 문장의 맥락에 생동감을 넣는 게 핵심이다.
첫째, 유의어로 치환한다. 추상적인 단어를 구체적인 단어로 바꾼다. "그의 노력은 대단했다. 노력 끝에 성공했다."라는 문장을 "그의 집념은 무서웠다. 끈질긴 사투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라고 수정하는 식이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두 번 나오던 걸, 집념과 사투로 바꿨을 뿐인데 문장의 밀도가 달라진다.
둘째, 비유적 묘사로 치환한다. 단어를 이미지로 바꾼다. "불안이 커졌다. 걱정도 함께 커졌다."라는 문장을 "불안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마음속 걱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라고 바꾸는 식이다. "커졌다"가 두 번 반복되던 걸, 해일과 눈덩이라는 서로 다른 이미지로 치환했다. 같은 확대의 의미인데 장면이 겹치지 않는다.
셋째, 구체적 행동으로 치환한다. 설명 대신 보여준다. "그는 매우 화가 났다. 얼굴을 보니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라는 문장을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미간에 깊은 골이 잡혀 있었다."라고 바꾸는 식이다. "화가 났다"를 두 번 쓰는 대신, 주먹과 미간이라는 신체 반응으로 보여줬다. 독자가 스스로 화가 났구나 하고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다.
단어를 바꾸면 독자의 시선이 머문다. 치환 공식을 활용하면 글의 리듬감이 살아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서로 다른 단어들이 교차하면서 독자의 지루함을 막고, 다음 문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치환을 의식하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의 글은 읽는 속도부터 다르다. 치환이 잘 된 글은 술술 읽힌다. 반복이 많은 글은 어딘가에서 자꾸 걸린다. 독자 본인도 왜 걸리는지 모르는데, 원인은 대부분 단어 중복이다.
단어 하나를 바꾸는 건 사소해 보이지만, 그 한 끗 차이가 글의 수준을 가른다. 치환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사물을 더 깊이 관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정교한 문장을 얻는다.
퇴고할 때 한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같은 단어가 한 문단 안에 세 번 이상 나오는지. 나오면 빨간 펜으로 표시하고, 그 단어를 대신할 표현을 찾는다. 국어사전을 뒤적이는 그 수고로움이 문장의 질을 바꿔준다.
같은 "사랑"이라는 단어도 문맥에 따라 연모, 애착, 헌신 등으로 바뀔 수 있다. 같은 "슬프다"도 아리다, 쓸쓸하다, 먹먹하다 등으로 바뀔 수 있다. 이 변주가 쌓이면 글에 고유한 색깔이 생긴다. 그게 문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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