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보고, 하고, 또 하면 익숙해진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뭘 자꾸 잊어버린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말이 많아졌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잘 삐진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요리를 잘 못한다."
매일 매 순간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저는 저 말들 중에 단 하나도 '사실'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제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뭘 자주 잊어버렸고, 말이 많았으며, 잘 삐졌고, 요리를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당신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언제나 '나이' 탓으로 돌립니다. 그렇게 하면, 자식인 제가 '아이고 우리 어머니 연세 드셔서 그렇구나' 잘 이해해줄 거라고 믿기 때문일 테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 탓으로만 돌리며 아무것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어머니가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카페에 갔습니다. 주문하려고 하니, 카운터 앞에 모니터가 한 대 설치되어 있더군요. 당연히 키오스크인 줄 알았습니다. 일전에 몇 번 다른 가게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해 본 경험 있습니다. 자신 있게 다가섰습니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툭 눌렀습니다.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다시 툭 하고 쳤습니다.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툭, 툭, 툭 연거푸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렀습니다. 점원이 눈을 부릅뜨고 말합니다.
"하지 마세요! 그거 키오스크 아닙니다. 그냥 카페 홍보하는 화면이에요."
이씨. 꼭 키오스크처럼 생겼구만. 아니, 왜 홍보 화면을 카운터 앞에다 설치해두는 건지. 점원한테 욕 먹고, 주변 사람들 다 쳐다보고. 머쓱한 표정으로 점원한테 주문하고 결제했습니다.
키오스크를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을 때는, '나이 때문에 이런 기계 만지는 것도 힘들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엉뚱한 기계를 계속 툭툭 치다가 키오스크 아니란 걸 알았을 때, 카페 점원은 저를 '나이 많은 아저씨'로 쳐다보는 듯했습니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어머니의 그 핑계와 구실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대충 나이 탓으로 돌리면, 적어도 창피한 순간은 모면할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나이 들면, 젊은 친구들처럼 빠릿빠릿 기계 만지고 처리하질 못합니다. 속도가 느립니다. 버튼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게 맞나 한참을 생각해야 합니다. 뭔가 잘못 만졌을 때, 되돌아가는 것도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여든 넘은 어르신 중에도 키오스크 끝내주게 작동하는 분 많습니다. 지팡이 짚고 다니는 어르신들도 롯데리아 들어가서 햄버거와 음료 키오스크로 척척 잘도 주문합니다.
젊은 친구들 중에도 기계 잘 못 만지는 사람 많습니다. 대학생인 제 아들도 처음에는 키오스크 제대로 주문 못했습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키오스크 흔하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은 자주 많이 그걸 다루게 됩니다. 그래서 익숙해지는 것이지요.
반복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자주 만지면 어떤 사람이라도 익숙해집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키오스크 만질 일이 드물고, 젊은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기계를 만지작거리니까 당연히 젊은 친구들이 잘하는 것뿐입니다.
관심 가져야 합니다. 자주 도전해 봐야 합니다. 겁먹지 말고 이렇게 저렇게 손으로 다뤄 봐야 합니다. 실수해도 또 하고, 잘못해도 또 하고, 아이스커피 시켰는데 뜨거운 음료 나와도 다시 또 해 보는 겁니다.
머리 허옇게 센 할머니가 카페에서 노트북 펼치고 캔바 작업하는 모습 봤습니다. 아마 제가 본 카페 풍경 중 가장 멋진 모습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파트 옆 공원 농구장에서 빨간 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농구공을 이리저리 돌리며 슛을 쏘는 장면 보았습니다. 제가 본 공원 풍경 중 가장 멋진 모습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몸 관리 잘하면서 나이 들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그 어떤 신문물이 등장해도 얼마든지 다룰 수 있습니다. 나이 핑계로 뒤로 물러나 있지 말고, 아무것도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마구 덤비고 도전하면 못할 일이 없겠지요.
카운터 앞에 설치된 홍보용 모니터를 키오스크인 줄 알고 몇 번이나 툭툭 친 바로 그 실수 덕분에, 저는 앞으로 카페에 가면 이게 키오스크인지 일반 모니터인지 금세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공만 하면 아무것도 못 배웁니다. 바보 됩니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넘어지고 깨지면, 그럴수록 많이 배우고 알게 됩니다. 알면 알수록 똑똑해집니다. 핑계와 구실을 대며 주저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멋진 세상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버지 연세는 여든 다섯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카페 운영하고, 카톡 계좌로 회비 받아서, 풍수지리 동호회 현장 답사 한 달에 두 번씩 다닙니다. 버스 배차부터 식당 예약까지, 월말 정산에 답사 후기까지 모두 직접 다 하십니다. 제가 다녀간 그 까페에 아버지가 가신다면, 키오스크와 홍보영상 모니터를 구분하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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