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대신 '82.5%'라고 쓰기

흐릿한 말을 숫자로 바꾸면 글의 힘이 달라진다

by 글장이


글을 쓸 때 많이, 매우, 엄청난, 상당한 같은 말 자주 씁니다. "많은 사람이 이 문제로 힘들어합니다, 매출이 크게 올랐습니다." 이런 표현은 힘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뜻이 뚜렷하지 않아 모호한 느낌을 줍니다.


많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에게는 100명이 많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10,000명도 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런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수많은 수강생이 만족했습니다" 이렇게 쓰면 충분히 잘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보니, '수많은'이 대체 몇 명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뜻이 분명하지 않은 단어는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또렷한 그림을 그려주지 못합니다.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쓰면, 읽는 사람은 그 성과가 정확히 뭔지 모릅니다. 근거 없이 뭉뚱그려 말하면 오히려 글이 가벼워 보이고,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강조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숫자 없는 주장은 힘이 없습니다. 꼼꼼한 독자를 끄덕이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허풍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과장인지 분간하기 힘듭니다.


'대부분 수강생이 만족했습니다'라고 쓰는 대신 '수강생의 82.5%가 강의 후 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라고 적는 겁니다. 소수점까지 들어간 숫자는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또렷한 근거를 심어줍니다.


첫째, 흐릿한 말을 숫자로 바꿉니다. '매우 덥다' 대신 '36.5도'를, '오랫동안' 대신 '7,200시간 동안'이라고 씁니다. 숫자는 그 자체로 증거가 됩니다. '그는 성실했다'보다 '그는 3년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5시에 책상에 앉았다'가 성실함을 훨씬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숫자가 또렷할수록 글 쓴 사람에게 신뢰가 느껴집니다.


둘째, 소수점의 힘을 씁니다. 그냥 '80%'라고 쓰는 것보다 '82.5%나 79.3%'처럼 정밀하게 쓸 때 읽는 사람은 꼼꼼하게 따져본 숫자구나 하고 느낍니다. 딱 떨어지는 숫자보다 소수점이 붙은 숫자가 더 믿음직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셋째, 숫자 옆에 비교 대상을 붙여줍니다. 숫자 하나만으로는 그게 큰 건지 작은 건지 감이 안 잡힐 때가 있습니다. '그는 매달 500만 원을 모았다'라는 말 뒤에 '이건 그 당시 직장인 평균 월급의 2배였다'와 같은 비교를 덧붙이면 됩니다. 숫자가 다른 숫자와 나란히 놓일 때 읽는 사람은 비로소 그 크기를 실감합니다.


넷째, 울부짖는 대신 숫자를 나열해서 스스로 느끼게 합니다.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라고 소리치기보다 '지난 10년간 바닷물 높이가 3.2cm 올랐고, 북극곰이 사는 땅은 15% 줄었다'라고 나열합니다. 글 쓴 사람이 결론을 떠먹여주지 않아도 읽는 사람은 숫자를 따라가며 스스로 심각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게 숫자가 가진 말 없는 설득력입니다.


흐릿한 말을 숫자로 바꾸기만 해도 같은 글의 설득력이 확 달라집니다. 먼저, 글을 믿게 됩니다. 숫자는 글 쓴 사람의 느낌이 아니라 사실을 앞에 내세웁니다. 읽는 사람은 숫자가 뒷받침된 글을 보며 이 사람이 꼼꼼히 알아봤구나 하고 느낍니다. 특히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나 실용서에서 이 차이가 큽니다.


다음으로, 머릿속에 또렷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숫자는 흐릿함을 걷어냅니다. 읽는 사람은 상황의 크기, 빠르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게 되고, 글 쓴 사람이 전하려는 뜻이 뒤틀리지 않고 그대로 전달됩니다.


또한, 따지기가 어려워집니다. '많이'라는 말에는 아닌데요 하고 반박하기 쉽지만, '82.5%'라는 숫자 앞에서는 반박이 어렵습니다. 숫자는 감정 싸움을 막아주고, 읽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고개 끄덕이는 쪽으로 이끕니다.


끝으로, 숫자를 찾아내는 수고가 문장의 무게를 만듭니다. 딱 맞는 숫자를 찾아서 글에 넣는 건 품이 드는 작업입니다. 읽는 사람은 그 정성을 문장에서 느낍니다. 남들이 열심히 했다고 뭉뚱그릴 때, 숫자로 보여주는 글은 작가를 꼼꼼하게 세상을 보는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남깁니다.

스크린샷 2026-03-16 084452.png

'진심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대신 '하루 24시간 중 매일 12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수학 문제를 풀었다'라고 쓰는 겁니다. 읽는 사람은 화려한 꾸밈말이 아니라, 정직한 숫자에 마음 움직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책쓰기 무료특강 : 3/24(화) 오전&야간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202241001


★마키아벨리 리더십 강사 자격 과정 : 4/18(토)~4/19(일)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217344623


KakaoTalk_20250108_153504199.jpg